글로벌 물류기업들이 선택하는 미래 경쟁력 핵심전략

물류 기업의 미래 경쟁력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 혹은 DT)’에 달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도이치 포스트 DHL 그룹의 행보다. 세계적 종합물류기업인 도이치 포스트 DHL 그룹은 지난해 10월 2025년까지 디지털 전환을 위해 약 20억 유로를 투자한다는 새로운 그룹 전략 ‘Strategy 2025-디지털 환경 내 물류’(Strategy 2025 – Delivering Excellence in a Digital World)를 발표했다.

‘Strategy 2025’의 주요 내용은 도이치 포스트 DHL 그룹이 장기적인 성장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핵심 물류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과 모든 사업부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DHL 그룹은 2025년까지 디지털 전환에 약 20억 유로(EUR)를 투자할 예정이며, 이러한 투자는 최소 15억 유로의 연간 운영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자체 분석했다. 도이치 포스트 DHL그룹 프랑크 아펠(Frank Appel) 회장은 “DHL은 앞으로도 수익성 있는 핵심 물류 사업에 집중해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뤄낼 것이며, 이에 있어 디지털 전환은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디지털 전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 도이치 포스트 DHL 그룹은 지난해 10월 새로운 그룹 전략 ‘Strategy 2025-디지털 환경 내 물류’(Strategy 2025 – Delivering Excellence in a Digital World)를 발표했다. 사진은 DHL 그룹 경영진 (출처 : DHL)

도이치 포스트 DHL 그룹, 디지털 전환 투자 계획 담은 ‘Strategy 2025’ 발표
DHL그룹은 최근 물류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표적인 트렌드로 △세계화(Globalization), △이커머스 (E-Commerce), △디지털화(Digitalization),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4가지를 꼽았다. ‘Strategy 2025’는 이를 반영한 것이다. DHL 그룹의 이번 전략 발표에서 디지털화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 차지하는지는 투자금액을 보면 알 수 있다. DHL 그룹은 현재 진행 중에 있는 디지털 전환을 한층 더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2025년까지 약 2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도이치 포스트 DHL 그룹의 ‘Strategy 2025’ (출처 : DHL)

이를 통해 자사 IT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것은 물론 최신물류 기술을 도입하고 직원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 물류 서비스와 프로세스 등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물류 창고 자동화 및 로봇 프로그램 등으로 물류 처리량을 효과적으로 높이고, 고급 알고리즘을 이용한 물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크게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도이치 포스트 DHL 그룹 프랑크 아펠 회장은 “DHL은 앞으로도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최신 기술을 적용 및 개발해 각 사업부에 제공하는 등 물류 혁신 선도 기업에 걸맞게 체계적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DHL 그룹은 △국내 우편소포(P&P), △DHL 특송, △DHL 글로벌 포워딩 프레이트(DGFF), △DHL 공급사슬, △DHL 전자상거래 솔루션 등 5개 핵심 사업부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다음과 같은 수익성 높은 전략적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TC “디지털 전환이 기업의 혁신 창출 지원”
DHL 그룹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물류산업에서 4차 산업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전환’은 시대적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미국의 PTC 사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보고서 <6 Digital Transformation Trends Shaping the Future of Industrial Companies in 2020>에서 ‘디지털 전환’이 물류 네트워크를 근본적으로 대체하면서 기업의 혁신 창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전환’은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거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같은 4차 산업 첨단기술을 이용, 고객 및 시장의 파괴적 변화에 적응하는 지속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물류산업처럼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DX는 시대적 흐름이자 기업 생존과 성장의 열쇠가 되고 있다.

PTC 사는 성공적 DX를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의 전면적 수정이 아닌 4차 산업 첨단기술의 유연한 적용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도입하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그 사례로 스타트업을 꼽는다. PTC 사는 물류산업 DX의 특징은 ‘네트워크 대체’에 있다고 지적한다. 기술 스타트업들이 미국 페덱스와 독일 DHL 등 기존 대형 업체들이 지금까지 주도해 온 물류 네트워크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는 게 좋은 예다.

전통적 물류에는 화주·포워더·트럭회사·관세사·창고업자 등의 참여자들이 페덱스와 DHL 같은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유기적 물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력으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은 화물 선적·운송·보관·추적 등 물류 각 분야에 진입해 기존 대기업보다 더 효율적이고 고객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전통적 네트워크를 대체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요금 비교와 화물이동 분석, 마켓 플레이스 같은 신사업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이용하는 화주는 마켓 플레이스 모델을 통해 각종 옵션을 비교하면서 자사의 여건에 맞는 화물운송 기업, 가격, 보험에 대한 직접 선택이 가능하다. 기존 물류산업 플랫폼은 대부분 기업간 거래(B2B) 용으로 일반 사용자에는 미공개로 운영된다. 하지만 물류와 소비·유통 분야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옴니채널·O2O(offline to online)·라스트마일 배송 같은 소비자와의 직접 접점이 확대됨에 따라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변화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런 트렌드 변화는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에게는 활동 공간을 넓힐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물류시장 진입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한다. 스타트업은 비용 부담이 큰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를 세분화해 플랫폼이나 클라우드 공유 솔루션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기존 업체와 함께 소비자 편의를 증대시킨 배송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외부와의 협업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무인화는 물류 각 영역에서 인간 판단 과정을 단축시키고, 표준화는 물류 관련 기능과 정보를 상호 연결해 물류회사나 수송 루트/수단이 유연하게 교체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 스타트업들은 오프라인 인프라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무인화와 표준화를 통해 인터페이스만으로 각각의 서비스를 연계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게 가능하다. 이처럼 스타트업들은 기존 기업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쟁력을 발휘한다.

 ▲ 디지털 전환 프레임워크 3대 요소 (출처: 6 Digital Transformation Trends Shaping the Future of Industrial Companies in 2020, PTC)

기술력 치중전략 대신 ‘니즈· 가치· 솔루션’ 프레임워크 구축 필요
그렇다고 덮어놓고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건 위험하다. PTC 사는 DX로 인해 물류 프로세스 가시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혁신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피하려면 기술력 치중 전략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구체적으로는 니즈(needs)·가치(value)·솔루션(solution) 등 3대 요소로 구성된 프레임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PTC 사에 따르면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IoT와 AI 및 AR 같은 4차 산업 첨단기술이 가져다주는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DX와 관련된 다양한 ‘개념증명(Proof of Concept, PoC)’(기존 시장에 없었던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이를 검증하는 작업)을 시도하는데 성급하거나 과도한 시도로 DX로 PoC의 함정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단순히 기술력에만 치중하는 전략에서 탈피, 니즈·가치·솔루션 등 3대 요소로 구성된 프레임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물류기업은 가치 지향적 DX 마인드를 갖춰야 전사적으로 DX 이니셔티브를 쉽게 확장하면서 가치 창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PTC 사는 4차 산업 첨단기술 발전이 가속화됨에 따라 향후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mission-critical)’ 산업 환경에서 DX 활용 사례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사례로 스웨덴 볼보그룹을 들었다. 볼보그룹은 물류 검사라인에 AR이 적용된 한 가상 업무 지침을 도입해 검사품질을 높이면서 유연성과 민첩성을 제고시켰다. 또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Global Foundries) 사도 AR로 운영 절차를 표준화해 생산 병목 현상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DX는 물류 현장에 적용돼 다양한 인력과 물리적 환경을 연계,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ex, KPI)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앞으로는 보다 많은 기업들이 전사적자원관리(ERP) 같은 전통적 기업 소프트웨어를 서비스용 소프트웨어로 전환, 총소유비용을 줄이면서 신속한 업데이트로 물류 서비스 차별화를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DHL, DX로 가상공간에서 공급사슬 각 단계별 흐름 재현
DX는 물류 공급사슬 각 단계별 흐름을 가상공간에서 재현시키고, 블록체인 거래 장부로 실시간 추적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가능케 한다. DHL은 AI가 접목된 ‘레질리언스 360(Resilience 360)’ 시스템을 통해 트럭 고장이나 창고 침수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물류 각 단계별 공급사슬과 흐름을 가상공간에서 재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만약의 경우를 상정한 플랜 B를 마련하는 것이다. 레질리언스 360 시스템은 가상공간에서 디지털 지도와 위성지도 및 교통 패턴 정보를 분석, 최적화된 배송 트럭 이동경로를 제시한다.

 ▲ DHL의 레질리언스 360 (출처: DHL)

물류 프로세스는 복잡한 통관 절차와 여러 단계의 계약 상황이 뒤따른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DX는 이러한 복잡성을 낮추고 위변조 가능성까지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미국의 IBM은 덴마크 머스크(Maersk)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복잡한 통관 절차와 계약을 전자화화고, 화물 운송 과정을 실시간 추적하며, 위변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디지털 거래 장부 시스템을 설계했다.

물류 네트워크를 근본적으로 대체하고 프로세스 가시성을 높이는 DX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물류기술은 대규모 시설 장비 위주에서 데이터 위주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 축적을 위한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또 암묵적 지식은 명시적 지식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공급사슬 내
구분도 모호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모두 DX의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PTC 사는 “기술력 치중 전략에서 탈피해 니즈·가치·솔루션 등 3대 요소로 구성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무인화·표준화를 통해 지속적인 물류 고도화가 가능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기업간 공동 R&D 등의 추진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한다.

日 경제산업성, “물류 업계 디지털 기술 이해하는 인력 부족”
DX 성공하려면 경영자의 확고한 의지와 전문가 조언 필요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디지털 전환(DX)의 필요성이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물류 업계에서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는 인력이 부족해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8년 발간한 DX 리포트 <IT시스템 ‘2025년의 절벽’ 극복과 DX의 본격전개>에서 “아직까지 물류 업계의 DX는 사업 영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는 인력이 극히 적어 추진이 어렵고, 기업 내에서 중요시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나, 개별 기업의 DX가 진행되지 않으면 물류산업 전체의 DX는 실현될 수 없다는 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산업성은 DX 추진 상의 과제로는 기존 시스템이 사업 부문별로 구축되어 있어 데이터 활용이 쉽지 않고, 현장의 저항이 심한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강력한 실행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DX 전략을 추진할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도 DX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경제산업성은 DX 전략을 수립·추진하는 인력은 사업 영역에 관해 깊이 이해하고 디지털 기술을 확실히 이해해야 하는데, 양쪽을 다 구비하고 있는 인력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물류 산업에서는 물류 현장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력이 많고, 이들 중에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물류 공정의 개선 활동이나 자동화 작업에 능숙한 작업자도 있지만 극히 소수인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기업 내에서는 물류 부문의 DX가 중요시 여겨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경영자는 특히 물류의 DX를 중요한 경영 테마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경제산업성의 조언이다.

경영자의 의지가 강하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산업성은 물류의 DX 전략 수립을 외부 전문가나 시스템 벤더에게 아웃소싱해서는 효과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체적 진행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한 신사업 창출이나 사업모델 전환은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투자하고, 사업·서비스를 유연하게 수정하면서 추진해 나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물류기업의 DX 추진을 위해서는 DX에 대한 인식, 팀 구성, 완전히 아웃소싱하지 않고 외부 전문가나 시스템 벤더를 어떻게 활용하고 협력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전문가 조언과 상담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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