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설립 철회 요구 VS 자체 물류경쟁력 위해 불가피

가뜩이나 물량 수주경쟁이 치열한 국내 물류시장에 글로벌 대형 철강제품 화주기업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포스코 GSP(글로벌 스마트 플랫폼)’ 설립 소식이 알려져 시장의 논쟁을 키우고 있다. 특히 국내 해운항만 물류업계가 이에 강력 반발, 자회사 설립 철회를 촉구하고 나서 향후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내 해양산업 단체 연합체인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회장 강무현, 이하 ‘한해총’)는 지난 5월 19일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포스코의 물류주선업 진출은 결국 해운 물류업 진출로 귀결될 것”이라며 물류자회사 설립 추진을 멈추고 물류업계와의 상생발전에 힘써줄 것으로 주문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시장에서 우려하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시장의 우려와 달리 포스코의 분산된 물류업무를 신규 설립하는 자회사를통해 통합 관리하는 한편 자체 물류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일 뿐 물류사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간 1억 6천만 톤의 물량과 3조여 원에 달하는 물류비를 지출하는 포스코가 물류자회사 설립으로 물류생태계의 근간을 흔들 것이란 시장의 논란을 정리했다.

해운생태계 파괴 우려 VS 분산된 물류업무 통합 차원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이 알려지자 관련 연구원과 이해관련 업계는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당장 관련 현안 브리핑에 나선 한해총의 김영무 사무총장(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포스코의 물류주선업 진출은 결국 해운업으로 진출로 귀결될 것”이라면서 ‘해운업 진출은 없을 것’이라는 포스코 주장에 대해 우려를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과 해운업 진출이 한전과 가스공사 등 다른 여타 대형 공기업 화주들에 영향을 미쳐 이들의 물류자회사 설립으로 이어질 것도 우려된다”며 “(포스코 등 대형 화주들이 물류업에 진출할 경우) 대량 벌크물량을 가진 국민기업, 공기업의 시장지배로 물류생태계가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해운업 진출 계획이 없으며, 해운법에 따라 대형화주가 해상운송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되어 있는 만큼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룹에 분산된 물류업무를 통합, 중복과 낭비요인을 제거하는 등 효율성을 높이고 물류전문성을 강화하고자 물류통합 운영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라며 “신규 물류통합 법인은 포스코 및 그룹사 운송 물량에 대한 통합계약과 운영 관리를 최적화하고, 관련 물류 파트너사들의 스마트, 친환경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등 상생과 시너지를 제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또 다른 문제 제기는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이 정부의 3자 물류(물류부문 아웃소싱) 육성 정책에 정면 배치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류정책기본법> 제37조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해양수산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협의해 화주기업과 물류기업의 제3자 물류사업 촉진을 위한시책을 수립, 시행하고 지원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3자 물류 활성화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 42%이던 3자 물류 비중의 경우 2017년 68%까지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그 비율은 저조한 실정이다. 김영무 사무총장은 “포스코의 물류자회사가 설립될 경우 갑의 지위에서 저가의 운임과 요금을 강요하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우일 뿐이다. 현 운송 물류시장의 경우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고시된 운임이하로 지불할 수 없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어 예전과 같은 저가 운임 강요는 어려운 상황이다.따라서 모기업 물량에 제 3자 물량까지 더해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갖게 됨으로써 해운업, 항만 물류업, 운송사, 화물차주에게 저가운임을 강요할 것이란 우려 역시 사실 과도한 우려인 셈이다.

김영무 사무총장은 “DHL, FedEx, 머스크라인 등 세계적 물류기업들은 육해공 등 물류 수송수단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직접 물류업무를 수행하는 반면 국내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의 경우 모기업과 3자 물류기업 사이에서 자리해 다단계 수익인 통행세 위주의 수익으로 성장하다 보니 전문화된 물류서비스 제공에 한계를 갖고 있다”며 “국내 수많은 대형제조사들이 물류자회사들을 세웠지만, 여타 글로벌 화주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물량수주 없이 새로운 물류가치를 창출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통행세는 거래과정에 실질적 역할이 없는 특수 관계자를 매개로 둬 중간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을 말하는데, 포스코는 물류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을 모아 기존 업무를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계획인 만큼 이 같은 우려는 과도하다”고 밝혔다.

경쟁력 못 키운 3자 물류업계가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단초

포스코가 물류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포스코와 물류 전문기업 간에 형성되어온 상생협력 구조가 와해될 것이란 우려가 큰 반면, 이에 대한 반대 논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 3자 물류 활성화 정책은 물류 아웃소싱 기업이 서비스를의뢰한 원청업체들에게 최적화된 서비스 제공과 자체적인 노하우를 통해 물류비용을 절감시키는 등의 경쟁력을 갖춰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반면 국내 3자 물류기업들은 대형 화주기업들의 서비스 요구를 세밀하게 충족시키지 못해 오래전부터 대형 화주기업들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늘리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대형 화주기업 물류자회사 관계자는 “처음엔 3자 물류기업들에게 아웃소싱에 나섰지만, 이들 기업들이 서비스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결국 자회사 설립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도 이와 유사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한편 김영무 사무총장은 “해운물류 전문기업들은 그동안 포스코에게 저렴하고 우수한 품질의 수송서비스를 제공, 해운물류업계와 상생 발전해 왔다”며 “포스코가 물류자회사 설립을 강행할 경우 신뢰관계는 와해되고 물류 전문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 추진은 3자 물류 활성화 정책뿐 아니라 선 화주 상생을 위한 정부의 그동안의 노력에 반하는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해운업계 자문을 맡고 있는 고려대학교 김인현 교수는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은 ‘종합물류자회사를 만들어 공급망 전체를 운영 하겠다’는 의미로 읽히며, 7~8개 관계사를 통해 개별 계약하던 것을 물류자회사가 일괄 계약해 효율화해보자는 것인데, 그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를 꼭 자회사를 통해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별다른 부가가치 창출없이 해운물류업에 진출하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인 셈이다.

김 교수는 “우리 상법 상 1991년 전에는 선박 등 운송수단이 없으면 계약운송인이 될 수 없었으나, 1991년 이후 누구든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하면 운송인이 될 수 있게 됐다”면서 “포스코가 물류주선업이라고 주장하는 물류자회사가 기본적으로 계약운송인이 되는 만큼 이는 해운업 진출과 같은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업계의 우려는 ‘포스코-실제 운송인(전문 물류기업)’의 구조가 ‘포스코-포스코 물류자회사(계약운송인)-실제 운송인’의 구조가 됨으로써 실제 운송인에게 지불되던 운임(물류 서비스비용)의 일정부분이 물류자회사 수입이 되고, 그를 제한한 만큼만 실제 운송인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란 점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시장에서 우려하는 점을 충분히 반영해 기존 물류업계와의 윈윈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자회사를 통해 포스코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파트너사에게 접목하는 한편 AI 배선시스템 구축 등 스마트 화를 추진하고, 국내 해운, 조선사들과 협업해 선박 탈황설비 장착, LNG추진선 도입 등 친환경 물류 운송차량 운영 지원을 추진하는 등의 물류산업에 선도적 기술 도입 노력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지금까지 포스코에 물류아웃소싱을 수행했던 업계와 직접 운영에 나서겠다는 포스코의 의지는 평행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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