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화물차주들 제도 존속 회의적, 당장이라도 개편 논의 필요

국내 물류산업 주류를 담당하는 육상화물 운송현장에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그 동안 일몰제로 운영되던 유가보조금 제도 지속 여부가 조심스럽게 재논의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국제유가의 급격한 하락으로 육상운송 물류시장에선 운송사와 일선 화물 차주들에게 애초 의도했던 유가보조금의 실익 감소 때문이다.

물론 유가보조금이 운송업 종사자들의 경영수지를 개선하고,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는 효과를 발휘했지만, 이번 기회에 제도를 보완하고 정상적인 운임지급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환경세 교정을 위한 제도의 원래 목적도 크지 않고, 일부 물류현장 차주들 역시 유가보조금에 대한 존속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당장 폐지는 어렵지만 유가하락과 맞물려 이번 기회에 본격적인 개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국제 유가 변동과 더불어 매년 2조원을 훌쩍 넘는 국민의 혈세인 유가보조금의 출현 배경을 알아보고, 이 제도의 현황과 제도 시행에서 나타나는 각종 문제점을 짚어봤다. 또 그 동안 물류현장의 숙원이었던 안전운임제 시행과 맞물려 어떤 제도 개선 방안 등이 있는지도 점검해 봤다.

고착된 유가보조금, 근본 문제해결 없이 시장 운임만 왜곡
지난 2001년 제1차 에너지세제 개편 때 도입된 유가보조금은 당시 3년 일몰제로 운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몰제는 수정보완을 통해 계속 연장, 현재까지 유지되면서 점차 시장에 고착화되고 화물운송 운임까지 왜곡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가보조금의 법적 근거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43조 제2항’이다. 당시 ‘에너지 세제개편’에 따른 갑작스런 가격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려던 제도는 한시법임에도 불구, ‘에너지 세제개편’이 완료된 이후(2007년 6월)에도 1년 단위로 연장, 시장에 당연한 법처럼 자리 잡게 됐다.

그럼 정부가 환경세와 물류현장의 소득보전을 위해 지원한 유가보조금은 다른 보조금들과 어떻게 다를까? 당장 코로나19로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 등 재정지원을 비롯한 보조금 등은 현금, 현물, 가격보조 등으로 구분된다. 먼저 현금보조는 말 그대로 돈으로 지급하는 것이며, 현물은 지원하고자 하는 재화나 서비스 그 자체로 보조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노숙자에게 음식과 숙소를 제공해주는 것이 대표적인 현물보조며, 저소득층에게 지급되는 식료품 교환권도 여기 해당한다. 통상 보조금제도의 폐해는 빈곤층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저하시킨다. 반면 가격보조는 특정재화를 소비할 때 가격을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만 원짜리 상품을 구매할 때 5천원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5천 원을 국가가 보조해 주는 형태다. 현 화물운송시장의 유가보조금이 바로 이 같은 가격보조의 대표 방식이다.

이 같은 가격보조의 특성은 수혜자가 해당 물건을 얼마만큼 구매하느냐에 따라 실질적으로 지원받는 규모가 달라진다. 이처럼 가격보조는 자신이 해당 물건을 구매할 때만 보조금이 지급되는 방식이어서 해당 물건을 구매하지 않으면 아무런 보조금 혜택도 없다. 따라서 수혜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행동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지급되는 현물보조와 현금보조가 더욱 윤택한 보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각종 보조금은 각각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보조금 제도는 본연의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면 유용하지만, 악용될 경우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보조금 제도는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개인의 노력을 저하시키는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여기다 유가보조금의 경우 특정 사용자에게 연료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지원해 이들에게 에너지 세제에 적용하는 교정적 기능을 전혀 작동시키지 못하는 폐해를 낳는다. 이처럼 제도 개선은 처음이 제일 어렵다. 따라서 제도 개선이 기대가 된다면 때로는 과감하게 진행할 필요도 있다. 유가보조금 제도 역시 올해 초 안전운임제 시행에 따라 애초 물류시장 운송운임을 보완하거나, 환경 개선 등의 취지가 사라진 만큼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정책적 개선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가보조금 대체할 안전운임제 시행, 정상 운임 산출 절실
육상화물 운송시장에서 유가보조금 지급 실적은 제도 도입 당시인 2001년, 342억 원 가량이었다. 하지만 2017년 지급된 보조금 규모는 약 1조8천 억 원에 이른다. 무려 50배 이상 큰 폭의 증가세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감소된 적이 없다. 그럼 전체 도로 현장의 유가보조금은 어느 정도일까?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도로 운송부문에서의 유가보조금(화물차, 버스, 택시)은 2조 5,884억 원에 달하며, 연안 화물선까지 지급된 유가보조금까지 더한 총액은 2조 6,136억 원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화물차량에 지급되는 유가보조금은 도로부문 유가보조금에서 68.5%를 점유, 전체 유가보조금에서도 67.8%를 차지하는 등 전체 유가보조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화물차량에 지급하는 유가보조금이란 정부가 운송업자의 유류비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유류세 인상분의 일부를 운송사업자에게 내어주는 돈이다. 과거 유가보조금은 차량 톤수에 의거해 지급했지만, 현재는 기름을 넣을 때 카드사를 통해 할인되어 지급된다. 통상적으로 운수회사들의 경우에는 회사 명의로 등록을 해 유가보조금을 지급받으며, 개인 차주들의 차량이라도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유가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안전운임위원회를 통해 운송운임(화주가 운수사업자에 지불하는 운임)과 위탁운임(운수사업자가 차주에 지불하는 운임)을 각각 평가해 고시, 2020년 1월 1일부터 시장에 적용했다. 안전운임제는 행정처분 사항이기 때문에 해당 운임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자 물류현장에서도 이번 기회에 안전운임을 현 컨테이너와 시멘트 BCT운송뿐 아니라 전체 운송시장으로 확대하고, 유가보조금제도를 보완해 정상적인 운송운임을 산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거액의 국민세금이 유용되는 유가보조금은 대체 방안인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물류현장에선 이 제도에 대한 지속 여부를 지금부터라도 재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화물차주 김 모씨는 “일선 동료 차주들의 경우 이번 기회에 정상적인 운송운임을 재산출해야 한다”며 “운송운임과 위탁운임 모두 유가보조금을 반영해 운임을 산정해 딱히 전체 수익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있는 만큼 보조금을 점차 줄이면서 정상적인 운임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안전운임제’ 시행에 따라 이미 물류현장에서의 운송운임이 상승한 만큼 명목운임 측면에선 강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고 있으며, 소득 보전의 역할이 컸던 유가보조금 역시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문제는 여전히 시장에서의 차량 과잉 공급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가격 협상력 또한 차주가 을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운임 외적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 같은 비용을 감안하면 차주의 실질소득은 상당부분 상쇄될 수 있는 만큼 실질소득 증대효과는 낮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난제다. 또한 차주 쪽에 대해 정부가 지정하는 운임거래로 고객인 화주의 입장은 법으로 강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에 대한 강한 불만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정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안전운임위원장인 부경대 윤영삼 교수는 “현재의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와 BCT로 한정되어 있는 만큼 향후 안전운임이 연착륙하고 일반 카고 운송 물류시장으로 확대되면 유가보조금을 폐지하고, 안전운임제를 통해 정상적인 운임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며 “당장 보조금 폐지보단 점진적인 보완책을 마련하는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물류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도입을 요구해 온 안전운임제도가 전격 시행된 만큼 지금부터라도 물류시장 운임을 왜곡시켜온 유가보조금 제도의 개선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은 대다수 관계자들의 동의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가보조금제 근본적 모순, 다양한 대안 논의 지금부터
환경을 생각하면 가장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경유에 붙는 세금을 높여야 하고, 현재 지급하는 경유 연료를 사용하는 화물차량에 대한 유가보조금은 폐지하는 것이 맞다. 여기다 환경세제 관점에서 현 유가보조금은 도로부문 오염물질 배출의 대표 격인 경유 화물차의 연료 소비를 줄이는 데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반면 국민경제 전반에서 비춰 보면 물류비를 절감시키고 저소득 운송업자들의 실질소득을 높이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다. 이처럼 화물운송 시장에서 유가보조금은 그야 말로 대표적인 운송 물류시장의 모순적 제도다. 이런 모순은 지난 2018년 12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펴낸 ‘화물차 유가보조금 제도의 개혁방안 연구(연구자- 이동규·성명재·김승래)’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난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유가보조금은 생산, 고용, 물가, 소득재분배 측면에서 일정부분 기여하지만, 경유 소비를 증가시켜 환경피해 비용과 교통혼잡 비용 등의 외부비용을 긍정적인 효과 이상으로 높이는 다양한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제도 유지의 타당성은 낮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유가보조금으로 경유세 강화에 대한 납세자들의 순응을 이끌어내기 어렵게 하는 부정적 효과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우리 화물운송시장의 특성과 맞물려 있다. 운수업계의 근본적 문제인 과잉공급과 정보의 비대칭 등의 특성들 가운데 공급 과잉은 화주들보다 열세인 화물차주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유가보조금 해결의 실마리 역시 초과 공급된 화물시장을 먼저 해결하지 않고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연구보고서에서 연구원들은 “유가보조금을 대체할 최선의 정책(first-best policy)은 사실상 없는 것 아닌가”라며 “유가보조금의 파급력이 분야별로 다양하고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가 공존하고 있어 최대한 긍정적인 효과는 유지하면서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정부시절 대한민국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린 경유 차량과 LPG를 사용하는 택시 및 소화물 사업용 차량들에게 정부가 환급하는 유가보조금은 무려 2조 4천 억원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경유가격을 높이겠다는 코미디 같은 정책을 밝히기도 했다. 가격을 올린다고 경유 사용을 줄일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 시장 확대로 향후 국내 화물운송량은 더욱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시장의 근본적인 화물차량의 과잉공급문제를 해소하고, 운임 협상력을 높이는 선순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의 유가보조금이 가격보조든 소득보조든 피하기 어려운 현상인 만큼 근본적으로 시장참여자들의 가격 협상력이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된 안전운임제를 통해 물류현장에서의 강력한 단속과 정상적인 운임을 만들 수 있는 안전운임위원회의 역할 강화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정부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연구 보고서는 현 운송시장의 근본적 문제인 과잉 공급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화물운송 노란번호 면허 구입 후 폐기도 유가보조금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제안했다. 여객운송 시장에서의 택시 면허 구매 후 폐기와 같은 맥락이다.

마지막으로 친환경 화물차량 구매 지원노력이다. 아직까지 전기를 이용하는 대형 화물트럭 개발은 걸음마 단계지만, 가장 수요가 많은 1톤 화물트럭의 경우 전기를 이용한 차량 수요가 높은 만큼 정부의 지원 방안을 체계화 해 보다 빠른 전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현대 기아차 조차 대형 트럭에 대한 전기트럭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생산업계와 물류현장 관계자만으로는 개발과 공급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개발 보급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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