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로즈/21세기 북스

고정 관념적 사고들이 무너지고 있는 세상이다. 또한 모든 것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있는 세상이다. 이러한 현상의 핵심은 획일주의적 사고에서 개인성에 기반한 맞춤형 사고로 세상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동안 우리의 모든 사회, 경제활동을 지배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평균적 사고’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토드 밀러의 ‘평균의 종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지금까지 사회, 교육, 경제, 정치 등의 대다수 시스템(규범, 제도, 정책 등을 포함)은 평균적 사고에 기반해 구축되어 왔고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평균적 사고에 기반한 시스템의 작동은 한계에 와 있다. 특히 기계와 공존해야 하는 시대에 있어서 인간다움이 경쟁력이 되어야 하는 시대이다. 이 책은 ‘평균’이라는 보편타당하다고 생각했던 사고에 대해 그 틀을 깨뜨려버릴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주고 있다.

평균의 오류
평균적 인간은 만들어진 인간이지 실존하는 인간이 아니다. 따라서 평균적 인간을 위한 설계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평균적 인간을 위한 시스템을 용인하는 것은 평균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합리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데 있어 평균의 합리성을 인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경우들이 많다. 가령 환자에게는 100명 중 80명이 완치된다고 하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80명에 내가 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평균의 원칙, 합리성은 그 사람이 어느 상황에 처해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평균주의의 주된 연구방식은 종합 후 분석을 통해 결론을 내는 방식인 반면 개개인의 과학은 분석 후 종합이다. 이 사실은 앞서 제시한 환자가 상황에 따라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에 대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평균주의는 우리의 사고를 제한된 패턴에 따르도록 강요하고 유도한다. 우리 스스로 수많은 평균에 의한 결과값에 우리를 비교하게 만들고 평가받도록 조장하고 있으며, 그 정당성을 끝도 없이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 우리는 당연한 듯 그것을 받아들이며 살아오고 있다. 평균주의적 사고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개개인성의 과학에 주목해야 한다. 저자는 개개인성의 과학에 대해 3가지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원칙. 들쭉날쭉의 원칙
사람들은 일차원적이 아니라 다차원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인간은 다차원이라는 성향을 무시하고 일차원적인 평균에 의존한 결과에 집착하고 있다. 강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특성이 있다면 이는 일차원적 관점으로 접근해도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다차원성을 일차원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게 되면 큰 오류가 발생한다. 암기력은 좋지만 상대적으로 수리적 사고는 낮은 사람이 있고 문장에 대한 이해력은 좋지만 작문능력은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사람은 지능적 측면에서 상호 연관성이 높지 않은 다차원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차원성을 무시하고 IQ라고 하는 일차원적 값으로 지적능력을 판단해오고 있다. 사람은 다차원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수한 면과 부족한 면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들쭉날쭉의 원칙’이다. 이를 이해하게 되면 사람들의 미 발굴된 잠재력을 찾아내고 강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시에 약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스스로에게도 일차원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자신의 역량을 제약당할 수 있는 위험을 벗어나 스스로의 잠재력을 깨닫고 평균중심의 견해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원칙. 맥락의 원칙
사람들 개개인의 행동은 특정 상황과 다로 떼어서 설명될 수도, 예측될 수도 없으며 어떤 상황에서 받게 되는 영향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정적 특성이나 상황에 따라 결정되기 보다는 사람과 상황간의 독자적 상호작용에 의해 표출된다는 것이 ‘맥락의 원칙’이다. 모든 사람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평균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에서 사람을 채용하거나 직무에 맞는 사람을 찾는 시스템의 경우 직무가 수행되어질 맥락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보다 사람에 대한 본질(학력 등)을 중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본질적 역량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도 해당 직무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해당 직무에 적응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마시멜로 이야기’가 있다. 만약 마시멜로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이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한 지역의 아이들이라면 눈앞에 놓인 마시멜로 사탕을 먹지 않고 참고 있는 아이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것이 맥락이다. 맥락에 따라 실험의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평균적 사고에 기반한 판단은 많은 예기치 못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뛰어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핵심역량은 바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다.

세 번째 원칙. 경로의 원칙
기업에서는 직무를 수행할 때 가장 올바른 방법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표준’이라는 규범으로 설정하여 이를 정상적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정상적 상태에서의 이탈을 문제로 간주하고 있다. 평균적 사고는 정상적인 상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 등에 대해 가장 이상적인 한가지의 경로가 있다고 주지시키고 있다. 이를 다른 말로 ‘규범적 사고’라고도 한다. 인간의 삶의 모든 측면에는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가지 다양한 경로가 있고 인간은 자신의 개개인성에 기반하여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경로의 원칙’이다. 인간의 발달은 어느 종류를 막론하고 단 하나의 평균적인 정상경로(이상 경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하고, 유학을 다녀와야 하고, 좋은 직장을 다녀야 한다는 정상경로에 대한 믿음은 개인적인 발전을 스스로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어떠한 경로에 서 있는지를 알고 그 경로가 나에게 적합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나 자신을 평균적 인간상에 맞춰 놓는다면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평균이란 전체적인 맥락에서 트렌드를 파악하거나 흐름을 측정하기 위한 측면에서는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 개개인에 대한 평균적 사고의 적용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경향이 높다. 평균주의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지극히 심화된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 시대는 스스로를 존중하는 사회이며,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대이다. 그리고 이것이 소비패턴이기도 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평균주의적 고정관념은 더 이상 모두에게 인사이트를 주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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