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물류의 현황과 해결 과제

필자는 미국 FDA에 공장등록, 한국 HACCP, 농산물 가공기술 특허 등 각종 인증을 획득한 식품제조공장과 고구마유통회사를 경영하고 있는데 요즘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20대 창업한 인플루언서나 마케팅 전문가들이다.

자신들이 기획하고 있는 제품들의 OEM이나 ODM 생산을 의뢰하러 오는 것이다. 제조전문가가 아닌 마케터가 제품을 기획하고 출시하는 시대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사업가를 만나다보니 우리나라 식품산업이 많이 변하고 있고 그에 따른 제조환경과 유통단계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함을 느낀다.

특히 이번 코로나 19로 인해 급변한 유통환경은 모든 분야에 걸쳐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농식품은 온라인을 통해서 구매하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소비자가 실물을 보고 제품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농산물이나 1차 가공식품에 대한 후기를 보고 온라인이나 홈쇼핑을 통해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 구매에 대한 신뢰가 커지고 편의성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발표한 ‘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은 이러한 결과를 수치로 보여준다.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지난 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액은 오히려 전년동월 대비 9.1%가 늘어났다. 언텍트 서비스 확대에 따른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 덕택이었다. 오프라인 매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7.5% 감소한데 비해 온라인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3%나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로 인해 향후 농식품 산업의 온라인 유통은 더 강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매출액으로는 확인 되지 않는 문제들도 존재한다. 매출액 증가는 생산자와 유통업자 모두에게 큰 수익을 가져다 준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매출액의 성장 이면에는 적지 않은 손실이 자리하고 있다.

온라인 구매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 속에 농촌과 소비자 사이에는 최대 5단계의 과정이 존재한다. 유통마진으로 빠져나가는 액수를 감안하면 농촌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완주 의원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3~2017)주요 농산물의 유통비용율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34개 품목의 주요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평균 49.2%로 나타났다.

농산물 값이 100원이라면 유통비용이 무려 49원이 넘는 것이다. 농산물 품목별 유통비용률은 고구마 69.3%, 봄감자 67.9%, 양판 66.4%, 가을무 63.9% 등의 순으로 높았다. 그나마 가장 낮은 유통비용률을 나타낸 품목은 쌀로 27% 수준으로 나타났다.

주요 유통업체의 상황을 살펴보면 실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에 이어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를 선보이며 지난해 매출액(연결 기준)은 7조 1,530억 원으로, 2018년 4조 3,545억 원보다 64.2%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영업 손실은 7,205억 원으로, 전년 1조 1,276억 원보다 36% 감소했으나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건 별반 변화가 없는 셈이다. 마켓컬리의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해 4,300억 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대비 173%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영업손실도 1,000억 원에 육박, 무려 2배 이상 늘어났다.

적자 확대의 가장 큰 이유는 ‘빠른(새벽)배송’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물류비와 인건비 등도 이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새벽배송 서비스는 경제적 효율성보다 서비스 품질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거래 중개자 역할에 그치던 이커머스가 고품질의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직매입·직배송 등 자체 물류시스템까지 구축해 재고를 직접 관리하고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24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있는 쿠팡은 올해에도 대구에 물류센터를 새로 건립할 예정이고, 고양에 들어선 ‘메가 물류센터’ 가동도 앞두고 있다. 쿠팡은 내년까지 물류센터를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켓컬리도 물류센터 확대를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에서 공개한 마켓컬리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2017년 100억 원에도 못 미치던 물류비용(운반비, 포장비 등)이 2018년도에는 330억, 2019년도에는 65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식재료를 신선한 상태로 유지하는 ‘풀콜드체인(Full Cold-Chain)’ 시스템 때문에 냉장·냉동·포장 비용이 드는 탓이다.

물류 부문에서 발생하는 적지 않은 손실을 해소하고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농수산물 풀필먼트센터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농수산물 풀필먼트 서비스의 주요 핵심은 기존 물류서비스에 공유 팩토리 개념을 추가하는 것이다.

주요 산지마다 산재해 있는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 Agriculture Processing Center)와 수도권의 풀필먼트센터가 협약을 통해 산지 APC는 1차적인 농수산물 저장과 선별 기능을 하고 풀필먼트센터는 터미널 개념의 저장, 소분, 가공 역할과 소비자와 연결하는 물류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신선한 야채가 저온저장고에 있다가 풀필먼트센터 내 소분공장에서 샐러드나 손질한 야채로 상품화되어 당일 소비자에게 배송된다면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고, 산지 APC 내에서 식품으로 처리하기 힘든 잉여 농수산물들을 공유 팩토리에서 소분, 증숙, 건조, 급속냉동 등의 공정을 거쳐 식품 소재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신선도가 생명인 농수산물이 산지 APC에서 출고, 세척, 소분 작업을 거친 후 소비자에게 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유통단계에서 반품되거나 소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선식품들은 전량 폐기 수준이 된다.

코로나 19로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자 이커머스 업체의 물류센터는 전쟁터를 방불할 정도로 넘쳐나는 수요를 처리하느라 반품에 대한 처리는 뒷전이었고 그에 따른 반품, 폐기에 따른 기회비용은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출고한지 15일이나 지난 이후에 곰팡이가 가득한 고구마박스를 몇 파레트를 받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지경이다. 이커머스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 인집지역에 소분과 반품에서 발생되는 신선식품의 처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유 팩토리가 추가된 농산물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생산자는 최고 품질의 신선식품을 공급하는 역할에 충실하면 되고 이커머스 사업자는 입고에서 출고, 반품에 이르는 일련의 절차에 대해 아웃소싱 가능하게 되어 농산물의 신선도 유지는 물론이고 유통단계에서 소요되는 물류비용의 절감 할 수 있게 된다.

또 샛별배송이나 로켓배송 등 온라인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물류경쟁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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