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비롯해 유통·물류 산업 전반 ‘비대면’서비스 확대

“코로나19 관련 고객님들과 택배기사의 안전을 위해 비대면 배송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고객님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선 택배현장의 풍경이 달라진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구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등 국내 빅3 택배기업 외에도 쿠팡 등이 고객과 택배기사의 안전을 위해 비대면 배송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택배 물량만큼 늘어난 음식 배달현장도 변화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전 국민 안심 배달’ 캠페인 통해 ‘문 앞에 두고 가기’를 권고했다. 이 같은 노력에 비대면 음식 배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트렌드 중 하나인 비대면 배송은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동안 국내 유통·물류기업들은 고객 편의를 높이고, 운영비를 절감 등 다양한 이유로 비대면 배송을 늘려왔다.

국내 택배현장, 오래전부터 비대면 서비스 선도
국내 생활물류시장이 성장하면서 물류업계는 더 나은 ‘라스트 마일’ 서비스를 위해 노력해왔다. 단순히 상품을 전달해주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하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라는 치열한 고민 아래 비대면 택배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맞벌이로 집을 비우는 가정, 1인 가구, 안전을 걱정하는 고객들이 늘어나자 택배업계는 2000년대 후반 고객들의 편의성과 늘어나는 물량을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무인택배함을 개발, 보급했다.

초기 무인택배함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확산했지만 최근에는 설치 위치, 활용법 등도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편의점은 물론이며 지자체에서 직접 혼자 사는 여성들을 위해 여성안심 무인택배함을 설치하고 있으며 공공기관 내에 직접 설치하기도 한다. 지난해 경기도청 북부청사는 50칸의 무인택배함을 설치했 으며 남부청사도 130칸의 무인택배함을 설치해 비대면 배송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택배를 보관만 했던 무인택배함도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은 전국에 설치된 무인택배함을 택배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전국 300여 지역에 설치된 1000여대의 무인택배함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365일 24시간 택배를 접수, 발송할 수도 있다.

 ▲ 지난해 CJ대한통운은 365일, 24시간 택배를 접수, 발송할 수 있는 무인택배함을 선보였다. (사진=CJ대한통운)

한편 GS25는 무인택배함에 신선 식품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 택배 보관함을 선보이는 등 비대면 물류서비스 대표 툴인 무인택배함은 계속해 진화하고 있다. 무인택배기도 택배의 비대면 서비스화를 이끌어온 한 주역이다. CU, GS25 편의점을 중심으로 설치된 무인택배기는 편의점 직원과 소통도, 접촉도 하지 않고 배송지를 입력하고, 무게 측정, 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보안성, 효율성 높인 삼성SDS의 비대면 배송
최근 몇 년간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 심야·새벽배송은 배송방식의 특성상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비대면으로 인한 부정적인 면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삼성SDS는 비대면 배송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부정적 면을 상쇄하기 위해 OTP(One-time Password) 방식의 모바일 스마트키를 활용, 야간 및 심야 시간에 고객이 지정한 장소까지 상품을 배송하는 특화서비스를 개발·확대했다.

 ▲ 삼성 SDS의 비대면 배송 서비스 정의 (사진 = 삼성SDS 유튜브)

비대면 배송 시 가장 우려하는 보안과 업무 모니터링의 단점을 보완한 삼성SDS의 비대면 배송은 배송기사 최종 배송지에 진입하면 모바일 스마트키가 발급된다. 이로써 보안의 위험을 제거했다. 배송기사는 발급된 키를 사용해 보안과 도어 시건을 동시에 해제할 수 있다. 배송기사는 모바일을 통해 작업지시를 확인, 모든 상황은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작업을 마친 후에는 스마트키를 활용해 보안과 도어 시건을 동시에 설정할 수 있다. 발급된 스마트키는 배송지역을 벗어나면 자동으로 회수된다. 이처럼 비대면 서비스의 IT기술을 바탕으로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따라, 다양한 비대면 배송 속속 등장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 연기와 함께 도서관 또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임시휴관에 들어갔다. 하지만 교육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지자체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들은 임시휴관을 철회하고 택배 서비스와 무인 반납함을 활용해 책을 대여해주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대출 신청된 책을 택배를 통해 배송하고 반납은 무인 반납함을 활용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빠져있는 전통시장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대면 배송을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다. 문경중앙시장의 경우 SNS를 통해 주문한 상품을 비대면으로 배송하고, 서비스가 어려운 읍, 면 지역의 고객들은 배송센터로 방문하면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물건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문경중앙시장 외에도 전국의 여러 전통시장이 비대면 배송을 도입해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바쁜 생활로 세탁소를 방문할 시간이 없거나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세탁물의 대면 수거를 꺼리는 가정이 늘면서 비대면 세탁 수요도 늘고 있다. 런드리고는 스마트 세탁 수거함인 ‘런드렛’에 세탁물을 넣어 현관 앞에 내놓으면 비대면으로 수거한 뒤 세탁을 완료해, 배송하는 방식으로 수거에서부터 배송까지 모두가 비대면 방식을 사용한다. 세탁특공대 역시 고객이 앱으로 세탁을 요청하고 집 밖에 세탁물을 걸어두면 세탁특공대 배송직원이 세탁물을 수거해 세탁한 후 다음날 고객 집 밖에 걸어두는 형태로 진행된다. 런드리고와 세탁특공대 모두 코로나19 이후 주문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에서 미래 찾는 유통업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비대면 거래, 비대면 의료서비스, 재택근무, 원격교육, 배달 유통 등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비대면 산업을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결합한 기회의 산업으로 적극 키워 나가겠다”고 비대면 산업의 육성을 강조했다.

이미 패스트푸드점과 영화관, 은행, 대형마트 등은 키오스크, 챗봇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가 유통분야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편의점 업체 CU는 야간에 무인으로 운영하는 ‘바이셀프 점포’ 도입을 늘리고 있다. 2018년 4월 업계 최초로 선보인 바이셀프 점포는 야간 등 특정 시간에 무인 운영을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모델로 올해는 바이셀프 점포를 2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다른 편의점인 GS25는 딥러닝 스마트 카멜라와 감지 센서 등 AI가 활용된 2세대 무인형 매장을 선보였다. 현재 무인형 15곳과 하이브리드형 16곳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스마트 점포를 계속 늘릴 방침이다.

음식 배달시장에서는 로봇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건국대와 산학협력을 맺고 건국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자율주행 배달로봇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캠퍼스 배달로봇’은 건국대학교 내에서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가 배달을 하는 무인 배달 서비스다.

 ▲ 우아한형제들이 테스트 중인 음식배달로봇. (사진=우아한형제들)

외식 업계도 로봇을 통해 비대면 서비스에 돌입했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지중해 레스토랑 발라드샬롯은 자율주행 서빙 로봇 페니를 도입했으며 CJ푸드빌도 LG전자가 개발한 LG 클로이 서브봇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가구업계에는 가상현실을 이용하고 있다.

한샘은 리하우스 패키지 신제품을 온라인에 가상현실(VR)을 통해 둘러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3D로 구현한 가상공간에 현관, 부엌, 침실 등을 리모델링 공사 후 집 모습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또한 개별 제품의 가격이나 소재, 크기 등에 대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비대면 서비스 확대에 대해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비대면 서비스는 인건비 상승을 상쇄하고, 비대면 구매 선호도가 높아지는 현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서비스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문턱이 낮아진 것도 큰 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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