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반복 업무, AI 통해 자동화…국내에서 도입 관심 점차 뜨거워

RPA로 인한 다양한 변화들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과연 RPA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 RPA는 Robotic Process Automation의 약자로 쉽게 말해 로보틱스 자동화 시스템, 즉 기계가 업무를 자동적으로 처리하는 체계를 말한다. 기업은 기존의 재무, 회계, 제조, 구매, 고객 관리 분야 데이터를 수집해 입력하고 비교하는 단순반복 업무를 RPA를 통해 빠르고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된다.

RPA란 무엇인가?
이번 취재를 위해 만난 김태완 명지대 지능형 프로세스 자동화 사업단 특임교수는 RPA에 대해 ‘기존에 사람이 수행하던 업무 중에서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예외빈도가 적은 업무 중에서 디지털 기반으로 수행되는 업무를 기계로 대체하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얼핏 들으면 어려운 개념일 수도 있지만 쉽게 말해 기존의 IT시스템과 같이 개발이나 SI를 통한 구축이 아니라 사람 대신 기계를 채용해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시키는 것이다”고 RPA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단, 김 특임교수는 RPA가 기존의 하드웨어 측면의 자동화시스템과 같은 구축의 영역이 아니라 채용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RPA는 다른 말로 디지털 노동력(Digital Workforce)라고도 명명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인간을 대체하는 영역이 제한적이지만 A.I가 접목되게 되면 디지털 노동력 이상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PA, 왜 주목받게 되었는가?
그렇다면, 국내에서 이러한 RPA의 도입에 관심을 갖게된 환경적 요인은 무엇일까? 정답은 역시 생산성에 있었다. 김 특임교수는 국내 오피스 현장의 생산성 성장이 타 현장, 특히 제조업 현장에 비해 비교적 더딘 속도를 내왔다고 말한다. 그는 “제조업 현장의 경우에는 1980년 이후 공장자동화 등을 통해 생산성이 평균적으로 75% 이상 향상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인 데다 최근 제조업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스마트팩토리로 인해 현장의 생산성은 더욱 극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비해 오피스 현장의 생산성의 경우 1980년 이후 3%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제조업 현장과 오피스 현장의 생산성 성장에 이와 같은 차이가 나타나게 된 이유는 바로 업무현장 자체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태완 특임교수는 “제조업 현장의 경우 생산현장에서 활용되던 인간의 노동력이 점차 기계로 대체 되어감으로 인해 인풋대비 아웃풋이 향상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반면 오피스 영역에서는 비즈니스가 성장할수록 관리영역의 범주는 늘어나고 복잡성은 심화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정보기술의 발달에 따라 데이터의 취합과 분석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오피스 영역에서의 관리의 복잡성이 심화되는 데 한몫한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피스 영역은 제조업 등과 같이 기계와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을 대체하기보다는 업무를 용이하게 수행하기 위한 ERP, MIS 등의 시스템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고 이는 오피스 영역에 있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 부하량이 높아지게 된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오피스 영역에서의 생산성이 낮아지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업무의 상당수가 아직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들 업무의 상당부분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효율성이 떨어지는 업무라는 점이다. 김 특임교수는 “이러한 수작업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가 기업의 오피스 영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30% 많게는 70%에 이르고 있고, 이는 오피스 영역에서의 업무 효율성을 다운그레이드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특임교수는 “특히 제조업의 경우 이와 같은 현장 생산성과 오피스 생산성의 불균형이 기업이 성장하는 데 있어 큰 장애요인이 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오피스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기업들의 새로운 과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이로 인해 지난 2015년부터 오피스 영역에서 기존에는 사람에 의해 수행되고 있던 업무를 기계가 대체하는 RPA가 본격적으로 산업계에 소개되기 시작했으며, 2017년부터 그 도입이 확대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RPA가 금융업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으며 현재 산업계는 물론 공공영역까지 도입이 활성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RPA, 무엇이 다를까?
최근 국내 택배업계에서는 택배터미널과 같은 현장에서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다양한 자동화기기를 설치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CJ대한통운이 도입한 택배물 자동 분류시스템인 휠소터이다. 그렇다면 휠소터와 같은 하드웨어 측면의 자동화도 RPA에 포함되는 것일까?

김 특임교수는 RPA는 이와는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김 특임교수는 “자동화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업무 주체가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업무를 기계의 힘을 통해 용이하게 만드는 형태의 자동화이고 퀵소터와 같은 경우가 바로 이러한 형태의 자동화”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경우 업무의 수행주체는 그대로인 반면에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은 높아지게 된다.

두 번째 경우는 아예 업무주체를 대체하는 자동화인데 RPA가 바로 이러한 형태에 속한다. 김 특임교수는 “지금까지는 인간의 힘과 숙련된 기능에 대해서만 기계로의 대체가 주된 자동화의 포인트였지만 4차 산업혁명에 따라 AI와 같은 기술이 접목되면서 인간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까지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까지 자동화에 인공지능이 결합되어 인간의 판단영역까지 자동화로 대체되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제조 또는 물류현장에서의 빠른 속도와 큰 하중 그리고 정밀도에 기반한 업무들에 대한 자동화가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오피스에서는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예외성이 적은 표준화된 절차 기반의 다량의 업무에 대한 자동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퀵소터 등과 같은 자동화와 RPA과 같은 자동화는 서로 성격이 다르지만 국내 산업, 특히 물류업계에서는 두 방식의 자동화 모두 더욱 쓰임새가 많아질 것이라는 게 김 특임교수의 전망이다. 그는 “현장의 자동화는 Smart Facility 관점으로 발전될 것이며, 오피스는 RPA 관점으로 발전될 것”이라며 “그렇지만 오피스의 경우 회사 내 기간 시스템을 활용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관점이기 때문에 현장의 자동화는 기계를 구축하는 관점이라면 오피스의 자동화는 기계를 채용하는 관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PA, 다른 산업에서는?
국내에 RPA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18년부터이다. 초기에는 금융업을 중심으로 단순한 문서취합 및 분류, 간단한 정산 등의 업무를 중심으로 도입이 되었다가 현재는 비대면 계죄개설 등의 업무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이나 서비스 영역에서도 RPA는 지속적으로 채용되고 있다. 물론 핵심업무 영역까지는 도입이 이루어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특히 회계영역 등과 같은 업무에서는 그 활용도가 높게 적용되고 있다. 아울러 출장비 정산업무, 비용집계 및 전표처리 등의 업무에서도 RPA는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 특임교수는 “특히 제조업의 경우 공급망 상에서 고객 또는 공급업체의 재고파악을 RPA를 통해 정기적으로 수행하고 파트 별로 일일품질일지를 취합하여 종합보고서를 작성하여 배포하는 영역에도 활용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공공영역도 RPA의 도입이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고 정부의 주 52시간 정책과 워라밸 등을 위한 프로세스 운영 효율화 지침에 따라 국내 전 산업에 걸쳐 RPA를 도입하는 비중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RPA가 도입되는 데 있어 특정 산업의 전문성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김 특임교수는 설명한다. “모든 조직에서는 공통적으로 수행되는 업무영역이 있는데, 보통 가장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들이 이러한 영역에 속한다”고 설명한 김 특임교수는 “이와 같은 업무영역에 RPA를 적용하는 것이 RPA 도입의 가장 첫 번째 단계”라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RPA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산업의 특성에 부합되는 영역에 대해 RPA를 통한 자동화를 추진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특임교수는 “처음부터 해당 산업의 특성에 부합되는 업무영역에 RPA 도입의 초점을 둔다면 도입 상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 RPA를 적용하고 있는 모든 산업별 기업들은 이러한 단계를 거쳐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RPA, 어떤 효과 불러오고 있는가?
그렇다면, 현재 대표적으로 RPA를 도입하고 있는 금융업계나 제조업계 등에서는 RPA 도입으로 인해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을까? 김 특임교수는 크게 세 가지로 현재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RPA 도입에 의한 효과를 설명했다.

가장 대표적인 효과는 바로 비효율적인 근로시간의 단축이다. RPA 도입을 통해 기업들은 직원들의 업무 부하량을 낮추고 있다. 특히 단순하고 반복적인 기계적 업무는 RPA에 맡기는 대신 직원들은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향상시킴을 물론이고 업체의 매출향상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효과로는 이번 정부 들어 강력하게 실시하고 있는 주 52시간 근로와 최저임금 등 다양한 정부 지침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근로자들의 워라밸 등과 같이 더욱 효율적인 근무 시스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RPA는 그러한 고민의 해답 역할을 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기존 시스템의 단점을 상쇄시키는 RPA의 정확성이다. 그동안 사람의 손을 통해 검사 및 검수를 하는 경우, 아무래도 사람이 하다보니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RPA 도입을 통해 더 이상 사람의 손에 의존할 필요가 없이 전수검사가 가능해졌고, 더불어 오류 발생률도 사실상 0%에 가까울 정도로 업무수행품질이 향상되고 있다.

RPA와 RDA, 무엇이 다를까?

RPA는 서버 기반으로 회사의 다양한 영역에 걸친 업무를 진행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면 RDA(Robotic Desktop Automation)는 서버없이 단일 PC에서 운영된다. 다시 말해 RPA는 전사관점에서 한 명의 직원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하면 RDA는 특정 PC에 설치되어 해당 PC를 사용하는 실무자의 업무 보조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RPA는 기업 내 레거시 시스템이 구축되고 이를 통해 산출되는 디지털 정보를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기업 내 레거시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질 못했을 경우 RPA의 운영에 한계가 발생한다. 이와 같이 레거시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기업들의 경우 실무 담당자가 개인 PC에 대부분 정보를 저장하고 엑셀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하거나 소규모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실무자 개인 PC에서 업무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도록 개발된 것이 바로 RDA인 것.

따라서 어느 정도 규모가 갖추어지고 레거시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 기업들은 RPA 중심의 도입이 바람직하고 아직 레거시시스템이 미흡하고 몇 명의 개인에게 의존된 업무수행일 경우에는 RDA를 우선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태완 명지대 지능형 프로세스 자동화 사업단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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