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백만 불의 사나이’ 만든 기술로 공간과 인력 부족 문제 해결

소비자의 소비 행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물류창고 업계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급증하는 주문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창고 공간이 턱 없이 부족해 진 것이다. 창고 공간의 부족 사태는 공급사슬 관리에 혼란을 야기할 뿐 아니라 수익성 악화 등으로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물류창고 업계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가장 먼저 수요 충족을 위해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겠지만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다. 결국 기술적으로 부족한 공간을 완화 내지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창고 작업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일석이조의 전략이 바로 바이오닉 기술(Bionic Technology)을 활용한 로봇과의 협업이다.

바이오닉 기술은 국내에도 70년대 중반 인기리에 방영됐던 미국의 TV 드라마 ‘6백만 불의 사나이’와 ‘소머즈’에 등장했던 바로 그 생체기술을 의미한다.

공간의 효율적 배치와 작업자의 안전까지 담보
바이오닉 기술은 오히려 소비자 기대가 높고 까다로울 때 가치를 나타낼 수 있다.

오늘날의 유통 환경은 제품 수명 주기가 단축되는 가운데 다품종 소량 생산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모든 주문이 항상 제 시간에 정확하게 배송되기를 희망하는 소비자의 기대는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까다로워지고 있다. 그만큼 물류 창고 단계에서 이뤄지는 인간의 수동 작업에 오류가 발생할 여지가 많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종전처럼 인간에 의한 서류 기반 피킹 시스템을 구현한다든지 직접 컴퓨터로 검색하는 대신 바이오 기술을 활용하면 주문 데이터 입력 등의 과정에서 오류가 최소화되면서 정확한 배송이 가능해 질 수 있다.

바이오닉 기술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관리 작업을 신속히 진행시키기 때문에 작업자가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최대 주문 수가 증가해도 전체 풀필먼트(fulfillment) 속도는 단축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작업자가 신속하고 직관적으로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바이오닉 기술의 장점은 또 있다. 물류창고 공간의 효율적 배치가 가능하고 작업자의 안전 및 건강 제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효율적 공간을 가진 물류업체는 새로운 공간 매입에 비용을 투입하기보다 기존 공간에 바이오닉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피커 로봇(Picker Robot)이나 이동식 선반을 도입할 경우 활용 가능한 수직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드론을 이용하면 작업자 손이 미치지 않는 공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바이오닉 기술이 적용된 음성 및 시각 능력을 갖춘 장비는 작업자가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안전사고 위험을 감소시킨다. 신체 착용 기기를 이용할 경우에도 신체 균형을 보다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고, 물체를 드는 데 힘을 덜 사용하기 때문에 척추와 관절에 부담이 완화돼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Festo, AI 기반 ‘바이오닉 소프트핸드’ 개발
독일의 산업용 자동화 장비 제조업체인 Festo는 인간과 로봇의 협업에 사용하기 위해 인간처럼 물체를 부드럽게 다룰 수 있는 바이오닉 소프트핸드(Bionic Soft Hand)를 개발했다. 인간의 팔에서 모티브를 얻은 생체 로봇 팔로 일종의 바이오닉 코봇(BionicCobot)으로도 불린다.

이 바이오닉 소프트핸드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자가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작업자가 물체를 잡는 다양한 방법을 미리 생각하는 것처럼 디지털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물체 잡는 법을 학습하고 실제 세계에 적용할 수 있다.

  ▲BionicCobot을 이용한 바이오닉 워크플레이스의 작업 모습 (출처: www.festo.com)

바이오닉 소프트핸드는 최종 수행 작업에 대한 최적의 동작을 AI를 기반으로 한 가상환경에서 확인·결정한다. 이 때 학습 속도는 AI 알고리즘이 내재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s)으로 구축되는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가속화 할 수 있다.

즉, 다양한 시뮬레이션 아래 병렬 학습과정을 통해 확보된 데이터들이 바이오닉 소프트핸드에 그대로 전달되면서 최적의 동작을 신속하게 확인·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작업자는 바이오닉 워크플레이스(Bionic Workplace)로 불리는 획기적 작업 환경에서 이 로봇 팔을 작동시키는데 이를 통해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바이오닉 워크플레이스는 바이오닉스 소프트핸드가 다양한 지원 시스템 및 주변 장치와 서로 연결되어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중심 시스템 역할을 한다.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된 바이오닉 워크플레이스에서는 센서 및 카메라 시스템이 작업자와 컴포넌트 및 도구의 위치를 파악해 작업자가 특정 동작을 하거나 만지거나 혹은 이야기를 통해 직관적으로 바이오닉스 소프트핸드를 제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주변 장치에는 카메라 이미지 정보를 사용하여 최적의 프로그램 순서를 이끌어내는 프로그래밍과 시퀀스가 설정된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내장돼 있다.

최적화 작업을 거친 바이오닉 워크플레이스의 프로세스와 기술은 실시간으로 동일한 유형의 다른 시스템과 연계해 공유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작업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드는 모듈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다.

이 경우 작업자는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생산 주문을 하고, 개별 고객의 요구 사항을 로봇과 협업해 수행하며, 작업장을 원격으로 조작도 할 수 있어 물류 과정이 물 흐르듯 더욱 유연해 질뿐 아니라 분산화 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로봇 팔은 외골격 형태의 딱딱한 금속이 아닌 탄력성 있는 소재로 제작됐다. 또한 부드러운 손동작이 가능하도록 공기압 방식을 채택했으며, 인간의 근육 및 힘줄과 유사한 벨로우(bellow) 구조를 적용하고 있다.

물류업체는 바이오닉 기술과 이를 통한 바이오닉 워크플레이스 조성을 통해 완전한 자동화를 이루지 않고도 소비자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바이오닉 워크플레이스의 구성도 (출처: www.festo.com)

기존 작업자와 바이오닉 기술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경우 물류업계는 완전한 자동화 없이도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면서 공급사슬을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바이오닉 기술이 도입될 경우 관련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바이오닉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기존 작업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 수단이지 일자리 수를 줄이는 목적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많은 소매사업자, 배송업자, 물류창고 업체들은 로봇이 제공하는 효율에 주목하여 투자를 지속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결국 로봇이 인간이 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인간은 보다 가치 있는 작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Universal Robot, 가장 진화한 협동로봇 'UR16e' 제작
덴마크의 Universal Robot 사가 지난해 선보인 고하중 협동 로봇 'UR16e'은 작업대에 인간과 나란히 서서 포장, 품질검사, 자재관리, 기계관리, 조립, 용접 등의 작업을 협업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산업용 로봇과 차별화 된다.

UR16e는 지금까지 개발된 협동 로봇 중 최대 35파운드(약 16kg)의 물품 운송이 가능한 유일한 로봇으로 알려져 있다. 이 로봇은 900mm의 리치(reach)와 ± 0.05mm 오차 범위 내에서 반복 정확도를 보유하고 있다.

UR16e에는 힘 감지 센서가 탑재돼 있으며, 정지 시간·거리 설정, 직관적 프로그램 실행 등 총 17가지 안전 기능이 있어 팔레타이징(palletizing)과 고하중 물품 운송 같은 물류창고 작업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협동로봇 UR16e를 사용 중인 작업자 (www.universal-robots.com)

UR16e는 전문가 수준의 지식이나 경험 없이도 제품 및 운용 프로그램 설치가 용이(유니버설 로봇 측에 의하면 1시간 내 가능)하고 설치에 넓은 공간이 필요치 않는 것도 장점이다.

UR16e는 여러 다양한 공정과 환경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어 사용 기업 입장에서는 작업자와의 협업 강화를 통한 생산성 제고와 함께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UR16e가 반복 정확도와 속도 등 측면에서 크게 개선된, 현재 시장에 출시된 협동로봇 중 가장 진화한 로봇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창고 로봇과의 협업을 위해 개발된 아마존의 디지털 조끼 (출처: blog.aboutamazon.com)

또한 최근에는 단순한 모습에서 탈피한 깔끔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을 도입해 외형적 측면에서도 사용자가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마존이 자회사 아마존 로보틱스(Amazon Robotics)를 통해 로보틱 테크 베스트(Robotic Tech Vest)라는 디지털 조끼를 개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로보틱 테크 베스트는 장애물을 감지·회피하게 하는 센서가 내장돼 주로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회수하기 위해 좁고 위험한 공간에 들어가야 할 때 착용하는 디지털 조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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