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 29

이번 호는 ‘타지키스탄’의 물류에 대하여 알아본다.

타지키스탄은 유라시아 중앙에 위치한 ‘타지크 민족의 나라’다. 19세기 중반 제정 러시아가 남진한 이후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할 때까지 타지키스탄은 러시아의 영향을 받았다. 타지키스탄은 약 600만 명의 인구 중 80% 이상이 타지크계인데. 경제가 어려워 약 200만 명은 러시아에서 일하면서 가족에게 송금한다.

국경선, 이보다 더 복잡할 순 없다
타지키스탄의 면적은 북한보다 약간 크고 중앙아시아에서는 가장 작다. 면적의 약 90%가 산으로 된 산악국인데 국토의 절반이 해발 3,000m 이상의 고지대다.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중국, 아프카니스탄으로 둘러싸인 내륙국이다. 타지키스탄 지도는 어느 나라보다 그리기 어려울 정도로 국경선이 복잡하다.

두샨베와 후잔트, 그리고 산악도로
남쪽에 위치한 수도 ‘두샨베’는 인구 약 80만 명이며 해발고도가 700m 정도다. 북쪽의 ‘후잔트’는 약 30만 명이 사는 제2의 도시로 강가에 위치한다. 두 도시 사이에는 300km의 산악도로가 있는데. 가파르고 터널도 많아 차량으로 6시간이나 걸린다. 타지키스탄의 가장 큰 도시 2개가 산맥으로 막혀있기에 철로는 연결이 안 되고, 도로는 열악하다. 타지키스탄에는 총 14,000km의 도로가 있는데 30% 정도만 포장됐고, 나머진 비포장이나 산악도로다. 따라서 평균 시속은 50km 미만이다.

타지키스탄 철로
철로는 총 678km에 달하는데 1,520mm의 소련식 광궤가 놓여있다. 타지키스탄이 구소련의 최남단이므로 광궤의 최남단 종점이라고 보면 된다. 철로는 3개 간선이 있다. 두샨베 중앙 루트, 남서쪽 국경 루트, 후잔트 북쪽 루트가 있는데 모두 우즈베키스탄 쪽에서 연결된다. 후잔트 북쪽 루트는 특이하게도 우즈베키스탄~후잔트~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으로 연결된다.

즉, 우즈베키스탄을 양쪽에 두고 갇혀 있는 셈이다. 후잔트 철로 구간이 고작 100km 정도라서 내수 용도로는 사용되지 않고, 우즈베키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 화물들이 후잔트 루트를 사용한다. 한편 타지키스탄 철송에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통상 유라시아의 철송료는 포워더가 지불하는데, 타지키스탄에서는 사업자로 등록된 수출입업자가 직접 지불해야 하고 해외에 등록된 포워더는 지불할 수 없다.

  △ 타지키스탄의 주요 경로. 파란선은 철로, 녹색선은 도로를 간략하게 표시한 것이다.

타지키스탄 철로의 한계
철로는 여러 문제가 있다. ①비전철화, ②단선(單船), ③화차, 객차, 기관차, 터미널 등 인프라 부족, ④우즈베키스탄 철로에 종속된 구조, ⑤산악지형이 많아 내수운송에 사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철로는 수출입의 약 60%를 담당한다. 알루미늄과 면화를 수출하고 밀을 수입하며, 매년 50만명에 이르는 여행객을 모스크바와 러시아로 이동시킨다.

갈 수 없는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과 민족적, 언어적, 역사적 형제국이다. 무려 1,200km의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데 그냥 걸어서 강 하나만 건너는 구간도 많다. 아프가니스탄은 러시아와 40년 전에 10년 간 전쟁을 했고, 최근 미국과 전쟁으로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불안하고 마약이 만연한 낙후국이 되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려는 운전사가 없어 타지키스탄의 남쪽은 막혀있다.

우즈베키스탄, 막힌 곳이 뚫리다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소련 해체 이후 영토와 물로 인한 갈등이 민족 갈등으로 번졌고, 2011년에는 두 나라의 모든 국경이 닫혔다. 서쪽의 우즈베키스탄 방향으로의 국경 및 철로, 도로 사용에 제한이 심해지자 우즈베키스탄을 우회하는 ‘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타지키스탄’ 철로 건설에 3국이 서명했으나 유야무야 되었다. 신임 대통령이 등장한 우즈베키스탄이 타지키스탄과 항공, 철로, 도로 운송을 재개키로 한 것이다. 타지키스탄으로서는 평지가 많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서쪽 출입구가 다시 열린 셈이다.

동쪽의 중국, 국경선을 긋다
타지키스탄과 중국 국경은 불모지, 황량한 산악지형으로 지난 130여년 동안 국경분쟁이 있었다. 2011년 타지키스탄과 중국이 동쪽 파미르 고원의 상당 면적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국경선을 확정지었다. 타지키스탄이 많이 양보하였고 중국은 상당한 차관을 제공하였다. 타지키스탄-중국 국경은 통상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에 타지키스탄과 중국을 운행하는 차량들은 대부분 중국 대신 북쪽의 키르기스스탄으로 향한다.

키르기스스탄, 파미르 고속도로로 연결되다
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이 만나는 지역은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이 있다. 해발 5,000m가 넘고 평균높이는 6,100m이며 최고봉은 무려 7,495m다. 이곳에 대표 도시인 무르갑을 중심으로, 파미르 고속도로가 깔려 있다. 파미르 고속도로는 두샨베~무르갑-키르기스스탄을 연결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산악 고속도로인데. 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중국과의 트럭 운송이나 파미르 고원을 여행하는 차량들이 주로 다닌다.

타지키스탄까지 어떻게 운송할까
1. 라트비아 항구~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2, 러시아 항구~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3, 조지아 항구~아제르바이잔~카스피해~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4. 이란 항구~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5. 중국 항구~키르기스스탄

부산이나 상해에서 두샨베까지 보내는 운송료는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 20피트 컨테이너는 약 5,500$, 40피트는 7,000$을 넘는다. 브라질의 아마존, 시베리아, 아프리카 중앙의 깊숙한 곳과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운송료가 비싸다.

타지키스탄, 오지물류의 끝판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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