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주문하기 전에 미리 보내는 세상을 만든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 Business Insider(BI)가 올해 초 발표한 ‘2019년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 조사 결과는 인공지능이 물류 영역에 얼마나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력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총 57개 유망 기업 중 12개 사가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12개 중 3개 사가 물류와 관련된 기업으로 나타났다.

Fetch Robotics는 창고용 자율주행 로봇을 제작하는 곳이다. 1,000파운드(약 453㎏)에 달하는 팔레트의 이동뿐만 아니라 재고 관리와 물품 위치 확인에 AI를 이용함으로써 창고 물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6 River Systems도 창고용 자율주행 로봇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으로 수요 트렌드와 납기 기간을 토대로 실시간에 근접한 적하 프로세스를 통해 창고 관리 시스템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Transfix는 화주-트럭운전자 간에 AI 기반의 실시간 화물 트럭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류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인공지능 예측 기술
스타트업이 아니라도 인공지능 기술은 다양한 물류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물류 관리부서의 경우 많은 양의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이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경우 자동화를 통해 시간 절약 및 비용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또한 생산성과 정확성도 높일 수 있다. 사무직 인력이 업무에 소프트웨어 로봇을 이용하게 되면 단순 업무에 의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많은 계약의 처리와 관리 업무를 인공지능으로 단순화시킬 수 있다.인공지능은 복잡한 계약서는 인간보다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으며 까다로운 통관 및 세관 업무도 인간과 달리 실수 없이 처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업무 가운데 물류 영역에서 가장 주목 받는 것은 '예측'이다. 실제 DHL에서는 인공지능을 네트워크 예측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DHL은 항공화물의 환적 시간 지연을 예측하여 사전 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기계학습 기반 도구를 개발했다. DHL의 이 기계학습 모델은 내부 데이터로부터 58가지 파라미터를 분석하여 주어진 레인의 일평균 환적시간이 증가할지 감소할지를 일주일 전까지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DHL은 이를 이용해 선적지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을 식별하고 제고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은 판매자가 예상치 않은 수요 급증에 대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DHL의 글로벌 무역 바로미터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글로벌 무역의 현재 상태와 미래 발전을 사전에 알려주는 도구다. DHL의 글로벌 무역 바로미터는 대량의 물류 운영 데이터, 고급 통계 모델링,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글로벌 경제에 대한 월간 전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세계 무역의 약 75%를 차지하는 7개국(중국, 독일, 영국, 인도, 일본, 대한민국, 미국)에 대한 약 2억 4천만 개의 변수가 정기적으로 평가되어 무역 종사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DHL 측은 예측 물류가 더 발전하면 앞으로는 고객이 주문하기 전에 고객에게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DHL의 Resilience360 플랫폼은 글로벌 물류 운영자에게 맞춤화된 클라우드 기반의 공급사슬 위험 관리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은 고급 기계학습과 자연어 처리기술을 사용하여 30만 개 이상의 온라인 및 소셜 미디어로부터 약 8백만 개의 게시물에 대한 내용과 맥락을 모니터링 한다. 이를 통해 미리 위험을 식별하는 게 가능하며 공급사슬 관리자는 이를 참고해 위험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

AI와 로봇 결합으로 탄생한 도심 내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최근 유통업계에서 보이는 눈에 띄는 움직임 중 하나가 소비자와 근접해 있지만 활용도가 낮은 지하 공간에 인공지능(AI)과 로봇 같은 첨단 기술이 적용된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icro fulfillment Center)를 구축하는 것이다. 도심 내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는 첨단 기술 덕분에 인력을 줄여 비용을 낮추면서도 물류운영의 효율성은 제고할 수 있다는 점과 급변하는 소비자 기대와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수익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매업 유통의 미래 모습으로 평가받고 있다.

풀필먼트 센터는 상품 적재에서부터 재고관리·포장·출하·배송까지 일괄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비한 창고를 의미한다. 종전에는 도시 외곽의 넓은 장소에 이를 구축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소비자와 근접한 도심 내 좁은 장소에 구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라스트마일 배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객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도 도심 내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도입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도심 외곽의 대형 물류 창고에서는 주로 식품·의류·가전 같은 물건이 보관되지만 도심 내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에는 회전율이 빠른 상품이 보관된다.

도심 내 풀필먼트 센터 구축은 장소 확보가 가장 어려운 문제지만 좁은 공간에서도 최대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AI와 로봇 같은 첨단 기술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 케이스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이스라엘의 물류로봇 스타트업인 CommonSense Robotics이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자국의 드럭스토어 업체인 Super-Pharm 사와 제휴를 맺고 텔아비브 도심의 고층 빌딩 지하 주차장에 세계 최초로 1만 8,000 ft² 규모의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했다. 이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는 인공지능으로 운영되는 로봇 자동화 시스템으로 1시간 이내 물을 배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지하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는 고객 주문을 수령하여 상품을 포장하는 공간과 포장된 상품이 밴과 스쿠터 등 배송 차량으로 이동되는 공간으로 구성되며, 이 마지막 구간에 로봇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됐다. 운영 방식은 고정된 자리에 앉아 있는 작업자 앞으로 상품이 오는 GTP(Goods to Person) 방식이다. 제품이 들어있는 바스켓이 작업자에게 도달하면 해당 제품에 대한 주문량이 작업자의 모니터에 표시된다. 작업자는 그 내용에 맞게 상품을 컨베이어로 내보내고, 이 바스켓은 시간에 맞게 컨베이어 끝으로 도달해 제품이 고객의 주문 바스켓에 들어간다.

양사는 이미 지난해 10월 텔아비브 시내 지상에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오픈한 경험이 있다. 이때 수백 대의 로봇과 이를 제어하는 AI 시스템을 통해 각 주문을 5분 이내, 하루 총 400건 이상의 주문을 처리한 바 있다.

CommonSense Robotics는 이러한 도심 지하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미국과 영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 공유 서비스 등의 도입으로 자동차 소유자가 감소하면서 주차장 공간이 많이 남아돌아 지상은 물론 지하에도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개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이 회사의 판단이다.

한편, 미국의 Albertsons 사도 창고로봇 전문 스타트업 Takeoff Technologies와 함께 도심 내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에 AI와 로봇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모델을 검증하고 있는 중이다.

로봇 물류시대의 새로운 선택… 셰어링 비즈니스의 등장
일본의 물류 부동산 업체들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같은 첨단 기술을 도입하면서 이를 임차 업체들과 공유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다이와하우스공업이 지바 현 이치카와 시에 건설한 인텔리전트 로지스틱스 센터 프로토(PROTO)는 AI·IoT·로봇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물류 시설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부터 전자상거래 관련 화주 기업들에게 이런 첨단 기능을 공유하는 걸 허용했다. 다이와하우스공업이 공간 등을 제공하고, 화주 기업들은 공유 서비스를 이용한 만큼의 요금을 지불(종량과금제)한다.

오릭스의 경우도 자사 물류 시설에 입주할 임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물류 로봇을 무상으로 6개월 임대하는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라인업을 9개 업체, 10개 기종까지 확대했다. GLP 사는 산업기계 전문 업체와 제휴를 맺고 자율주행형 반송 로봇을 비롯해 자사가 폭넓게 취급하는 최첨단 자동화·생인화 기기를 물류시설 입주 기업에 할인 가격으로 판매 또는 리스하고 있다. 이외에 Prologis는 하역에 특화된 로봇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로봇 창고와 화주를 매칭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도 등장하고 있다. 후지텍스라는 회사는 로봇이 도입된 물류시설을 화주와 매칭시키는 ‘로봇 창고 매칭 서비스’를 통해 자체 로봇 도입이 어려운 화주에게 로봇을 도입한 물류 업체를 소개하고 있다.

물류 사업자가 주도해 첨단 기술 공유 모델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사가와(佐川) 글로벌 로지스틱스 사는 내년 2월 도쿄에 준공 예정인 대규모 물류 시설에서 각종 설비나 시스템 공간을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공동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유 풀필먼트 서비스’를 추진할 예정이다.

물류 부동산 업체는 3PL 기업의 전략적 도구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로봇이나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공유 모델을 도입하면서 운영업자로 나서게 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셰어링 서비스의 등장은 로봇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는 것’으로 그 개념을 바꾼다.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처럼 탄력적 활용이 가능해 지고, 택배 물동량이나 매출 증가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요금 체계 구축도 검토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궁극적으로는 로봇을 양산화·범용화를 통해 RaaS(Robot as a Service) 체계를 생각할 수도 있다. RaaS 시대의 로봇 셰어링 비즈니스는 다양한 장소에서 사용되는 로봇을 통해 그 주변 정보를 폭 넓게 흡수해 운영을 효율화할 뿐 아니라, 재고 배치나 입출하량 재검토 같은 공급사슬 전체의 최적화를 지원하는 솔루션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자동화 따른 제조·물류·해운·항만 분야 일자리 충격 “심각”
글로벌 경제분석 예측 전문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는 올해 6월 발간한 보고서 <로봇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How Robots Change the World)에서 2030년까지 로봇 및 자동화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해 전 세계 산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로봇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최대 2,00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진다. 특히 중국은 이 시기에 거의 1,250만 개의 일자리를 잃는 등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은 2030년까지 로봇 및 자동화 부문에서 15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EU 200만개, 미국에서는 15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로봇의 부상으로 생산성과 경제성장은 향상되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겠지만 2030년까지 로봇에 의해 최대 2천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업용 로봇 1대가 1.6명의 제조업 일자리를 없애는 꼴이다. 특히 제조, 물류, 해상운송 및 항만운영 분야는 점차 특화된 로봇과 자율주행차량이 인간의 효율성을 뛰어넘어 향후 10년 동안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트럭운송, 해상운송 및 항만운영 부문에 대한 자동화가 가져올 어두운 면을 지적했다. 자율주행트럭의 경우, 아직 미국에서 실직의 원인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5년 이내에 자율주행트럭의 사용 증가로 수백만 명의 운전자가 운전대를 놓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상 분야에서도 선사와 항만은 자율운항선박의 도입을 통해 선원 규모를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항만 야드에는 자동화터미널에 로봇을 도입하면서 기존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이 보고서는 노동 중단 위험이 존재하는 특정위치를 보여주는 로봇취약성지수(Robot Vulnerability Index)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인천, 대구, 부산, 울산 등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근로자들은 한국에서 제조 로봇의 성장에 가장 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이유는 지역경제가 다양해 노동에 대한 제조업 의존도가 낮고, 노동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취약한 지역은 인천과 대구다. 이 지역들의 주요 제조 허브는 상대적으로 낮은 제조 생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동화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과 울산은 로봇취약성지수가 가장 높았다. 그 이유는 자동차 공장, 조선소, 정유소 등이 입주해 있어 제조생산성은 높지만 고용 의존성도 높기 때문이다.

AI 도입 따른 문제점… 아마존은 직무 재교육으로 풀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미국 전역에 산재한 자사의 105개 물류창고에 5만여 대의 로봇을 배치한 일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이 사례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도입 모델로 유명하지만 반대로 일자리 박탈 문제에 대한 딜레마를 던진 사례로도 유명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아마존은 향후 6년간 총 7억 달러를 투입, 미국 내 전체 직원의 1/3 정도인 10만 명에게 직무 재교육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의 직무 재교육 시도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아마존의 직무 재교육 대상 직종은 인공지능과 로봇 같은 첨단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상품 배송 등 물류 처리와 일반 관리 직군 인력들이 주요 대상이다. 아마존은 인터넷 쇼핑 서비스 개발 및 운영·고객 서비스 등의 분야에 새로운 인력을 배치하는 데 직무 재교육의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창고 물류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습득시켜 엔지니어로 근무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어소시에이트2테크(Associate2Tech)’ 프로그램을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학부 수준의 컴퓨터 지식을 갖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게는 사내에 개설된 기계학습대학(Machine Learning University)에서 첨단 AI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헬스케어· 기계학습· 제조· 로봇 공학· 컴퓨터 과학· 클라우드 컴퓨팅 등 미래의 지속적 성장 분야에서 직원들이 스스로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예정이다. 아마존은 직원들이 퇴사해 다른 산업 분야에서 구직하는 활동도 지원할 예정인데, 간호나 항공기 정비 등 비IT 분야 자격증이나 학위를 취득하는 직원들에게 학비의 95%를 보조하는 ‘커리어 초이스(Career Choice)’ 프로그램을 확대·운영할 방침이라고 한다. 아마존의 이 사례는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의 도입 못지않게 노동 문제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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