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물류부터 생활물류까지 초신뢰 시대가 시작됐다

국가 간 교역(Cross Border Trade)이 일상이 된 지금, 글로벌 공급망에서 기업들이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일까?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사에 따르면 64개국 408개 기관·기업 중 69%가 ‘공급망에 대한 완전한 가시성 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과거에는 후방산업에 초점을 맞추어 원재료와 부품의 출처를 주로 추적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감시영역이 전방산업까지 확장돼 조달, 생산, 소비자 배송까지 포함하고 있다. 다양한 채널의 유통망 경로를 따라 상품을 추적하고, 관리 연계성(chain of custody)을 확보하여 모든 글로벌 공급망 이해당사자들의 비즈니스 개선을 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각광받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로테르담 항만, 블록체인 적극 활용으로 주목
해상물류 분야에서 블록체인의 도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향후 활용 가능성은 매우 높다.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으로 글로벌 해상물류에서 가장 주목받는 항만이 로테르담 항만이다. 로테르담 항만당국은 자신들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항만이 되는 것이며, 그 핵심에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로테르담 항만과 로테르담 시는 블록체인 기술 구현을 위한 ‘BlockLab’을 공동 설립하고 에너지와 물류 분야의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물류 분야에서는 물류 공급망 관리의 투명성 향상, 추적 개선 등 신뢰도 향상을 위해 기술을 개발 및 적용하고 있다.

BlockLab은 ABN AMRO 은행, 삼성SDS, 로테르담 응용과학대학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삼성SDS와 ABN AMRO 은행은 물류와 금융업 등에 사용가능한 오픈 블록체인 플랫폼인 ‘DELIVER’를 개발했다. DELIVER는 물류 및 금융 공급망을 최적화하는 개방적이고 중립적인 산업 플랫폼이다.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예측 가능한 안전한 정보 교환을 실현함으로써 공급망의 신뢰도를 개선할 수 있고, 주문과 선적 등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운영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올해 상반기, DELIVER를 이용한 첫 컨테이너 운송이 한국에서 로테르담 항을 거쳐 네덜란드 내륙의 틸부르크(Tilburg) 창고까지 이뤄졌다. 이 컨테이너 운송은 페이퍼리스(paperless) 방식을 적용하면서도 즉각적인 금융 처리와 운송 루트 상의 완전한 추적이 가능해 가능성을 입증했다. 기술검증 단계(Proof of Concept)에서 DELIVER는 다양한 운송모드에서 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금융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보다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로테르담 항만과 ABN AMRO, 삼성SDS는 기술검증 단계 완료 이후 DELIVER 프로젝트의 다음단계를 위해 보다 확대된 내용을 담은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중국에서 로테르담으로 컨테이너가 수송될 때 28개의 관련 당사자들이 이 과정에 관여하게 된다고 한다. 주고받는 데이터의 회수만도 200회에 달한다.

DELIVER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의 다수 화주들을 상대로 서로 다른 교역 구간에 대한 시범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개방적이면서도 독립적인 국제 화물수송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생활물류 서비스 바꾸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
블록체인 기술은 생활물류 영역인 식품유통 시장에서도 빠르게 그 위치를 찾아가고 있다.

세계적 식품 업체인 스위스 네슬레 사는 지난 7월 초, 전 세계 주요 식품 업체로는 처음으로 자사 제품의 공급사슬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 소비자들이 검증 가능한 데이터에 접근해 자체적으로 식품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네슬레는 올 초 세계자연기금(WWF)과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벤처캐피털 자회사인 BCG Digital Ventures와 협업 관계를 맺고 블록체인 플랫폼 ‘오픈SC’ 사업에 참여했다.

오픈SC는 식품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 데이터를 기록하는 블록체인 기반 식품 이력 추적 플랫폼이다. 소비자들은 식품이 생산될 때 부여되는 고유 블록체인 코드를 통해 식품 생산과정과 유통기한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블록체인 코드를 스캔하면 플랫폼에 저장된 사용 재료, 제조일, 제조 장소, 포장 날짜, 운송 기간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네슬러는 오픈SC를 통해 소비자들이 뉴질랜드 농장에서부터 중동에 위치한 공장과 창고에 이르기까지 자사 우유 제품의 유통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게 허용했다. 또한 타당성(feasibility)과 실행 가능성(viability), 확장성(scalability) 측면에서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이었다고 판단되면 미주 대륙에서 생산된 야자유를 대상으로 확대·진행할 예정이다. 네슬레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식품 시장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소비자들은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입각해 제품 선택 여부를 결정하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형 소매업체인 까르푸(Carrefour)도 IBM과 협업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추적시스템을 개발하고 현재 육류, 우유, 과일류를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까르푸는 육류, 우유, 과일류를 대상으로 농장에서 매장까지의 공급망 상의 정보를 확인하고 소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서비스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객은 핸드폰으로 QR 바코드를 스캔함으로써 상품의 수확일, 생산지, 생산자 정보, 제조 과정, 제조 장소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까르푸는 식품 뿐 아니라 비 식품군에 대해서도 이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며, 궁극적으로는 QR 코드 없이 상품추적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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