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유통-물류 공급 사슬을 하나의 공정처럼 연결

5G는 단순히 속도의 증가가 아니라 초연결·초저지연·초고속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핵심 인프라다. 이런 5G의 성격과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낸 비유가 있다. 아무리 값 비싼 스포츠카도 모래사막에서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우토반과 같이 잘 닦인 고속도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그 고속도로 옆에 연료를 아낌없이 제공하는 주유소가 있다면? 여기서 사람들과 실제로 접하는 기기인 스포츠카를 IoT라고 한다면 석유와 주유소는 AI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고속도로가 바로 5G이다.

5G는 단순히 통신 인프라가 아니라 각 산업 분야의 혁신 플랫폼이 될 것이다. 스마트폰 단말기 이용자를 위한 B2C 영역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에 적용돼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유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급망 가시성 제고와 자율주행 기술에 필수 인프라
국제 운송에서 물품의 위치를 파악하고 가시성을 높이는 것은 물류 업체에게는 영원한 숙제다. 하지만 5G와 사물인터넷을 결합하면 물류 공급망의 가시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다. 5G 기술은 상품의 위치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며, 4G에 비해 빠르고 안정적으로 오류나 지연 없이 이를 지원한다.

실제로 물류에는 많은 스마트 기기가 활용되고 있으며 용기, 트럭, 박스, 또는 제품 자체에 IoT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위치, 온도, 습도, 조명, 충격 등 주요 측정 지표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빠른 통신 속도는 자율주행 차량에게는 필수다. 시속 100㎞로 주행하던 자율주행 트럭 앞에 갑자기 장애물이 나타났다고 가정해 보자. 자율주행 트럭이 급정거를 하거나 방향을 바꾸려면, 매우 짧은 시간 내에 통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방에 장애물을 발견하고 정지하기까지 4G 기술에서는 지연시간이 0.03~0.05초 걸리지만, 5G의 응답속도는 0.001초에 불과하다. 이러한 5G의 빠른 속도는 안전성을 중요시하는 자율주행 차량의 필수 기술이다.

이탈리아의 투스카니 주에 위치한 리보드노(Livorno)는 센서, 카메라, 장치 등을 5G 네트워크로 연결한 스마트 항만이다. 스마트 차량을 통해 자동으로 화물을 적재하고 하역할 수 있으며, IoT 장비를 통해 화물의 재고 관리는 물론 항구의 보안도 책임지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던 비결은 빠르고 안정적이며 고대역폭으로 연결할 수 있는 5G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5G 기술을 바탕으로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연결하여 동기화하면,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물류현장의 시간·공간 제약 없애는 네트워크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하면 공장이나 물류창고에서 작업자는 착용한 증강현실 단말기를 통해 처리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DHL의 경우가 가장 많이 알려진 케이스다. DHL은 고객 수하물을 보관하는 창고 물류관리에 안경 형태의 증강현실 기기(스마트 안경)를 활용하고 있다. 주로 수하물 보관 물류센터에서 수하물 선별 작업에 쓰이는데, 작업자가 선별된 수하물의 보관 위치를 찾고, 해당 수하물의 바코드를 스캐닝하여 지정된 카트로 옮기는 과정에 쓰이고 있다.

작업자는 스마트 안경을 통해 실시간으로 연결된 수하물 관리 시스템으로부터 수하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어떤 카트로 옮겨야 하는지 지시받는다. 이 스마트 안경을 사용하기 전에는 작업자가 수하물 송장을 들고 다니며, 수하물 위치와 옮길 카트를 확인 후 작업을 진행했다. DHL은 이러한 증강현실 도입으로 물류 효율성이 약 15% 정도 개선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화물을 분실하거나, 물건을 잘못 배치하거나 하는 등 작업자의 실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또한 대폭 개선되었다.

물류 작업의 효율화에 사용되는 증강현실 기술에도 5G가 큰 역할을 한다. 5G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는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5G를 만난 증강현실 기술은 말 그대로 공간을 초월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5G 기술이 바꿀 제조업 물류와 유통 서비스의 모습들
5G를 단순 통신 인프라로만 알고 있는 사람은 5G가 전체 산업에 커다란 영향을 치칠 것이란 전망을 들으면 이런 궁금증을 갖는다. 도대체 5G의 어떤 기술이 어떤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가?

이런 질문에 KT 경제경영연구소는 지난 4월 발간한 5G 가이드북(세상 모든 새로움의 시작, 5G. 당신을 바꿉니다)에서 5G기반 7대 산업 분야에서 적용 가능한 41개 애플리케이션을 제시했다.

제조업에 5G가 도입되면 부분적으로 자동화된 공장 내 설비의 완전 자동화가 이뤄질 뿐만 아니라 전체 제조 공급 사슬을 연결하여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제조업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공정 자동화 개선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하지만 공급 사슬 내 다른 공정 또는 활동과는 연계할 수 없어서 공장 내 특정 제조 공정을 최적화하는데 집중해 왔었다.

하지만 제조 공급 사슬에 5G가 들어오게 되면 연구개발 분야, 원료·부품 공급사, 제조 공정, 물류가 마치 하나의 공정처럼 연결될 것이다. 그래서 비록 다른 기업이지만 공급 사슬 내 위치한 앞 단계의 제조 공정 상황과도 연계된 생산 활동이 가능해진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5G가 만들 새로운 세상 : 5G, AI와 IoT 등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의 Enabler>(2019. 3.) 자료에서 스마트 제조 공급 사슬이 완성되려면 스마트 공장이 완성되더라도 공장과 그 다음 단계를 데이터로 연결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산출물들을 이어주는 물류도 스마트 물류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 물류를 위해서는 도로, 바닷길, 하늘 길에서 제품을 운반하는 모든 이동체들이 연결되고 모니터링 및 통제되어야 한다. 커넥티드 항만(Connected Port)이 구체적인 적용 예가 될 것이다. 커넥티드 항만에서는 물류 최적화를 위한 배송차량 관리, 그리고 운반물 상태 관리 등이 자동화되거나, 입항 및 선적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항만도 화물선과 항만 내 기기들이 최적의 계획과 작동을 할 수 있다.

유통 산업에 5G가 도입되면 제품의 공급 정보와 유통 정보, 그리고 소비자들의 구매 정보가 더 많이 생성, 교류될 것이다. 이로 인해 제조사들은 고객에게 더 개인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고, 오히려 유통채널을 제외하고 직접 고객에게 다가갈 수도 있다. 그리고 제조사-도매-소매 등 가치 사슬간의 데이터 연결과 드론, 자율주행으로 인한 배송 혁신, 무인점포 같은 점포 혁신 등의 환경 변화가 더 속도를 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유통 산업은 5G로 인해 다양한 유통 채널이 실시간 연계되어 고객에게 일관된 유통 경험을 제공하는 옴니 채널 환경을 완성하게 된다.

하지만 제조사들의 고객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유통의 본질인 제품·서비스 제공사와 고객 간의 연결이라는 부가 가치가 사라져 유통업 자체가 송두리째 사라질 수도 있다. 특히 물류 관점에서 주목되는 것은 무인 배송이다. 고객의 집까지 물건을 배송하는 활동은 유통채널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에 포함된다. 그래서 차별화를 꾀하는 유통업체들은 배송 활동을 내재화하는 등 배송까지 포함한 고객 만족 극대화를 꾀하기도 한다.

사례를 하나 보자. 미국 전역에 2만 8천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대형 유통기업 크로거 사는 매장 방문이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저렴하면서도 신속한 배송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제조사인 누로 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올해 가을부터 운전자가 탑승한 체 자율주행 자동차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