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보편화 되면 즉시배송·로봇배송 등 새로운 수요 급증할 듯

자율주행은 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과 함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대표하는 용어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이 자율주행 기술이 물류 산업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예측에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들을 보면 항만-내륙 간 운송에서 미들마일 배송 서비스까지 테스트를 넘어 실용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DFDS, 운전자석 없는 자율주행 트럭으로 컨테이너 운반
덴마크의 국제 해운·물류회사인 DFDS는 지난 6월부터 볼보트럭(Volvo Trucks)이 2018년 발표한 커넥티드·자율주행 차량인 베라(Vera)를 이용해 항만-내륙 구간에서 운송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코펜하겐에 본사를 둔 DFDS는 유럽과 터키 등지에 교통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약 20개국에 8,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베라는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차량으로 물류센터나 공장, 항만 내의 반복적인 운송작업 같은 단거리·대량운송에 특화되어 있다.

테스트는 베라의 운행속도를 시속 40㎞로 제한하고 제어센터에서 운행을 모니터링 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 테스트는 운전자석이 없는 자율주행트럭으로 컨테이너를 운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테스트의 결과에 따라 향후 자율주행 시스템의 성능이 향상이 되고 중앙제어센터에서 한 명의 모니터링 직원이 다수 차량을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된다면 물류운송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USPS, 자율주행 트럭 활용한 우편배송 테스트
미국 USPS도 올해 5월 자율주행 트럭을 활용한 우편배송 서비스의 테스트에 들어갔다.

USPS는 이를 위해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인 TuSimple과 2주 파일럿 테스트 계약을 체결하고 애리조나 주 피닉스와 텍사스 주 달라스 간 1,000마일(약 1,608㎞) 구간을 5회 왕복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TuSimple의 자율주행 트럭은 22시간 연속주행을 실시했으며, 안전 운전자와 모니터링 요원이 탑승한 상태에서 테스트가 진행됐다.

미국 시장에서 장거리 우편배송은 보통 하루가 걸리고 2명의 운전사를 고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USPS는 이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자율주행 트럭을 활용해 트럭운전사 확보의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월마트, 미들마일 배송 서비스에 주율주행 도입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는 지난 7월 신생 기술업체인 Gatik 사와 협력 관계를 맺고 이 회사의 자율주행 식료품 밴(Autonomous Grocery Van) 차량을 이용해 자사 물류 창고에서 편도 2마일(약 3.2㎞) 내외에 위치한 상점을 주 대상으로 미들마일(middle mile) 배송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아칸소 주 벤톤빌(Bentonville) 시내 상점에 하루 최대 10회 낮 시간대에 물품을 전달하는 서비스를 시범 시행할 계획이다. 월마트는 운행 초기에는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 요원을 밴에 탑승시킬 방침이다.

미들마일 배송은 물품이 최종 소비자가 아닌 물류 거점 및 판매점으로 전달되는 서비스로, 일종의 B2B 거래이기 때문에 화물차와 자동화 등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특정 구간만을 반복해서 운행하기 때문에 감안해야 할 변수가 라스트마일 배송보다 훨씬 적고, 학습해야 할 구간이 정해져 있어 예측이 어렵지 않은 등 비교적 준비 과정이 간단하다.

월마트가 미들마일 배송에 자율주행 트럭을 도입하려는 것도 바로 이런 장점 때문이며, 자율주행 미들마일 배송은 라스트마일과 비교해 상용화 속도가 더 빠를 전망이다.

사고 방지 기능으로 차량 중량 감소 → 연비효율 증가
현재 자율주행 트럭에 관한 이슈가 가장 활발하게 발생하는 곳은 미국이다. 광활한 국토 때문에 장거리 운송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장거리 운송 트럭에 대한 필요성은 날로 커지지만 운송비는 증가하고, 안전 환경이 열악한 가운데 운전사 부족 현상은 날로 심화되는 가운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으로 자율주행 트럭에 주목하고 있다.

자율주행 트럭은 운전사 부족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뿐 아니라, 트럭에 탑재된 첨단센서를 이용하면 도로에서 발생 가능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어 사고 방지 효과도 탁월하다. 사고 방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차체를 가벼운 소재로 제작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는 차량 중량의 감소를 가져오고 연비효율이 강화돼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가 있다. 아울러 운송시간 단축과 정확한 운영효율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기술 개발의 유형도 다양하다.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체 TuSimple은 폭우가 심한 지역에서는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운전자를 대신해 의사결정을 하는 AI를 자율주행 트럭에 접목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최대 1,000m 거리에서 물체를 탐지·추적할 수 있는 카메라 센서를 접목시키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미연방우정국(USPS)과 제휴를 맺고 텍사스 주 댈러스 시에서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로 가는 1,000마일 길이의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트럭 주행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독일 다임러도 지난 1월 자율적으로 차선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자율주행 2단계 기술이 적용된 ‘프레이트라이너 캐스카디아(Freightliner Cascadia)’를 선보인 바 있다.

온라인 쇼핑이 자율주행 배송 트렌드 견인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 주목할 유통 트렌드가 있다. 바로 앉아서 주문하고 물건을 받는 온라인 쇼핑의 증가다.

미국의 경우 온라인 소매 보급률은 과거 10년간 2배 성장했으며, 향후 5년간 다시 2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쇼핑몰 등 내방객 수는 감소 추세에 있다. 이런 트렌드는 중국에서도 나타날 만큼 자연스런 현상이 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가 직접 점포를 찾아 구매하는 것을 줄이고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는 추세가 늘어나는 것도 자율주행 배송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순환 노리에 따라 새로운 자율운반차의 출현은 소비자의 행동을 오프라인 쇼핑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바꾸는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로 인한 이러한 상황 변화에 따라 소비자가 소유한 승용차도 감소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 배송과 비교해 차를 타고 물건을 직접 사러 가는 것이 훨씬 비용이 비싸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결국 상용 자율주행차의 도입은 완전히 새로운 배송 생태계로 향하는 전환점이 되어 소비자가 있는 장소가 어디든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배송차의 출현으로 사람의 이동은 감소하는 반면 화물의 이동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없기 때문에 이전 배송차보다 훨씬 배송비를 줄일 수 있다. 이런 배송효율 향상은 온라인 쇼핑과 배송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의 배송 시장은 긴급도에 따라 익일, 당일, 즉시 배송 등으로 나뉘다. 자율주행 배송차가 보편화되는 미래에는 즉시배송(1시간 내 상품 배송)에 대한 수요가 더 중요해지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당수의 배송 로봇이 필요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즉시배송의 경우는 대부분 1대의 차량이 1건의 주문만을 대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차량들은 모두 점포·배송센터와 소비자를 왕복 이동하고, 또 주택에서 짐을 내리기 위해 보도를 이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속 이동을 하기 때문에 즉시배송 시장에 대한 소비자 수요 전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배송차(로봇)가 필요한 것이다.

KPMG의 예측에 따르면, 미국에서 쇼핑 이동이 30% 감소할 경우 온라인 수요에 대응하려면 30만 대, 쇼핑 이동이 50% 감소할 경우 100만 대의 로봇이 필요하다고 하다. 당일 또는 익일 배송 시장에 대응하는 경우에도 자율주행 배송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소형·대형트럭 등의 차량이 많은 소비자 주문 화물을 적재한 채 곳곳에 정차해야 하기 때문에 늘어나는 온라인 주문 수요만큼 자율주행 배송차의 수요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가져올 노동시장 파장에 대비해야 할 때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는 2040년이 되면 자율주행차가 전 세계 차량의 7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전망이 현실화되면 수많은 운전기사에게는 커다란 실직 위협이 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경제연구그룹(Goldman Sachs Economics Research)은 자율주행차가 도입될 경우 택시기사 일자리가 가장 많이 없어질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트럭 운전기사가 자율주행 기술로 대체될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는 몇 년 간은 자율주행기능이 인간 운전자의 일자리를 서서히 대체하겠지만, 자율주행차가 급속히 증가하는 2042년에는 월 25,000개, 연간 300,000여 만 개의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류산업에서 트럭 의존도가 높은 육상운송 업계가 직면한 가장 커다란 문제는 운전자 고령화다. 더 큰 문제는 고령 운전기사들이 퇴직하면서 생긴 빈자리를 채울 젊은 운전기사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화물 수요에 비해 직업으로써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화물트럭 운전자의 부족 현상은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버, 다임러 등의 업체들이 자율주행트럭을 개발하고 군집주행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들이 배경에 깔려 있다. 자율주행트럭 도입을 환영하는 물류 기업과 자율주행기술 개발기업들은 운전기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운전자가 부족하고 진입장벽이 높은 트럭운전기사라는 직종에 자율주행기술로 스킬 갭(Skill Gap)을 채워 진입장벽을 낮추고 부족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하는 트럭운전자들은 이런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곳이 있다. 우버의 ATG(Advanced Technologies Gruop)와 CDL-Holding Truckers의 연구 결과가 그것이다.

우버는 트럭업계 진화를 위해 수송허브(Transfer Hubs)와 자율주행트럭, 그리고 기존 트럭이 함께 운영되는 혼류(Mixed Fleets)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장거리 트럭운전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인간 운전기사는 화물을 창고나 공장에서 고속도로 주변 허브까지 운송을 담당하고, 고속도로에서는 자율주행트럭이 운송하는 모델이다.

우버가 제안한 새로운 모델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자율주행트럭은 장거리노선 효율성을 높여서 트럭운송 비용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배송 화물들의 소매가가 낮아져 상품을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소비자 수요가 증가해 로컬허브를 중심으로 한 트럭 물동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적으로 장거리 수송에서 로컬 수송으로 약 1백만 개의 일자리가 이동하며, 수요증가에 따라 약 400,000만 개의 새로운 트럭 운전기사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분석됐다. 다국적 회계 컨설팅 기업인 PwC는 우버가 제안하는 수송허브와 혼류 전략과 유사한 개념으로 자율주행트럭과 허브 투 허브(Hub to Hub) 운송시스템을 제안하는데, 물류 프로세스 개선으로 2030년까지 47%의 물류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절감 비용의 80%는 인건비에서 발생한다. 특히 자율주행트럭은 현재 하루의 3분의 1도 안 되는 29%의 시간을 운행하는 트럭 운행시간을 2030년 하루의 78%까지 올려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시점에서 자율주행트럭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더라도 단기간 내에 일자리에 커다란 변동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분명 존재한다.미국 비영리 에너지 연구단체인 SAFE(Securing America’s Future Energy)가 경제학자들에게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최소한 2040년까지 트럭 운전기사 고용시장은 붕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도 2050년 중반이 되면 대부분의 트럭운전기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만큼은 아니지만 국내 육상운송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이슈 제기와 진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할 시점이 됐다.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미래의 배송혁명은 어떤 모습?
즉시배송 시장의 급속한 확대… 배송센터·택배 보관함에도 변혁 예고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KPMG는 최근 발표한 <Islands of autonomy> 보고서에서 자율주행차에 의한 이동 방법의 변화가 배송 혁명으로 불러오고 있으며, 이러한 배송 혁명은 다양한 배송 형태에 맞춘 특화된 각종 자율주행 배송차의 개발, 새로운 서비스 사업의 등장, 새로운 인프라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급증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변화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배송차의 주행거리 급증, △자율주행 배송차에 의한 새로운 다양한 시장 형성, △즉시배송 시장의 급속한 확대 및 단품 급송 로봇 수요 발생, △자율주행 배송차 서비스를 위한 신시장 형성(충전, 유지관리, 세차 등), △민간 인프라의 변혁(배송센터, 충전소, 택배 보관함), △공공 인프라의 변혁(보도, 주차장, 차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의 변혁(기능이 강화된 컴퓨터·네트워크로 배송 생태계 구축), △실제 점포의 자가 혁신 등이다.

자율주행 배송 시장은 자동차·운송업계에 변혁을 일으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차량 및 부품 유지보수나 세차, 보험, 면허 등에서 새로운 사업이 등장할 것이다. 또한 민간 및 공공 인프라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율주행차(로봇)는 전기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충전소와 세차를 위한 시설이 필요하다.

또 소비자가 자택, 사무실, 기숙사 등 어디에서 주문해도 로봇이 배송 상품을 넣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택배박스가 필요하게 된다. 이외에도 소형 자율주행 배송차 운영에는 화물을 내릴 때 교통 방해가 되지 않게 하는 보도 설비와 새로운 차선, 주차구역 등 공공 인프라도 필요하다.

자율주행 배송이 가져오는 이런 변혁에 대응하기 위해 어떻게 대비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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