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구축 이전에 프로세스의 디지털화가 선결 과제

물류 플랫폼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기업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유형도 여러 가지다. 우선, Cargomatic, Convoy 같은 스타트업 기업이 있고, Amazon, Uber 같이 IT에 기반을 둔 유통&디지털 기업 등이 있다. 전통적 물류 기업은 다소 늦은 속도지만 역시 플랫폼 비즈니스 경쟁에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물류 플랫폼 비즈니스가 마냥 ‘노다지’ 시장인 것은 아니다. 일례로 Uber는 2018년 ‘Uber Freight’라는 트럭운송 플랫폼을 선보이며 이 시장에 호기롭게 진출했지만 서비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argomatic 역시 트럭운송 플랫폼 비즈니스를 확대하기 위해 초기 투자금으로 150만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으나 비즈니스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날로그 방식의 작업 행태가 가장 큰 걸림돌
전문가들은 물류시장의 플랫폼 비즈니스와 유통 등 다른 영역의 플랫폼 비즈니스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차이가 물류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그 차이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유통 및 교통 등의 분야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비즈니스인 반면, 물류 분야는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업 소비자 대상의 B2B 비즈니스라는 점이 바로 그 ‘차이’다. 즉,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나 비즈니스 모델 설계에서부터 차별화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디지털에 기반을 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것은 이제 모든 산업과 기업이 풀어야 하는 숙제가 됐다. 물류산업에서 물류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성공적인 B2B 물류 플랫폼 모델을 꼽기에는 막상 떠오르는 사례가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인천대학교 송상화 교수(동북아물류대학원)는 삼성SDS가 발행하는 ‘i4L White Paper’에 기고한 <물류 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2019.6) 보고서에서 “물류 플랫폼 비즈니스의 제한적 성장은 물류 산업의 폐쇄적 운영 특성이나 기존 거래 관행을 대체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물류 시스템이 아날로그 방식의 수작업으로 구성된 한계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2013년 설립된 Cargomatic은 디지털 기술 기반의 트럭운송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150만 달러 이상을 투자 받으며 호기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불과 2~3년 만에 투자금을 모두 써버리고 플랫폼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Cargomatic의 당초 목표 전략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이를 통해 개발한 정보시스템으로 화주 기업과 트럭운송 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물류시장에 진입하고 제일 먼저 맞닥뜨린 벽은 물류 프로세스 자체가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결국 대규모 인원과 시간을 들여 물류 프로세스 단계별로 생성되는 각종 거래 정보를 수작업으로 디지털화해야 했다. 운영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난 건 당연한 결과였다.

결국 Cargomatic은 ‘디지털 기반 플랫폼 기업 구축’이라는 원래 비전을 장기적 목표로 돌리고 대신 기존의 오프라인 기반 물류 프로세스에 보다 적합한 수준의 비즈니스로 전환하면서 서서히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Cargomatic 사례가 시사하는 바에 대해 송상화 교수는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물류 산업의 미래 모습이지만, 현재의 전통적 오프라인 기반 물류 프로세스를 한꺼번에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플랫폼 이전에 프로세스의 디지털화가 필수’라는 것이다. 보기 좋고, 먹음직한 열매를 따려는 것은 당연한 인지상정의 마음이지만 높이 매달려 있는 열매를 따려면 손도 닫지 않는 바닥에서 껑충껑충 뛰기보다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야 한다는 말이다.

데이터 확보와 활용 능력이 성공의 키
그렇다면 물류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공을 좌우하는 히든카드는 무엇일까?

송상화 교수는 앞서의 리포트에서 그 해답의 하나로 ‘데이터’를 제시했다. 물류 산업이 디지털화될수록 점점 많은 데이터가 모이게 되는데 바로 이 ‘데이터’를 확보, 활용하는 알고리즘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기업 간 경쟁의 핵심 차별성이 나온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확보한 디지털 물류 기업은 기존의 물류 기업과 차별화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럭운송 플랫폼 기업 Convoy의 경우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Convoy는 주요 서비스 구간의 과거 운임 정보를 다양한 외부 데이터와 결합하여 분석함으로써 경쟁기업보다 더 높은 정확도로 서비스 구간별 운임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Convoy는 이러한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2019년 초 ‘Shipper 2.0’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Shipper 2.0 서비스의 프로세스는 이렇다. 먼저, 화주 기업이 특정 서비스 구간에 대한 트럭 운송을 요청했다고 치자. 보통은 2~3개 트럭 운송 기업들에게 비용 견적을 요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24시간 정도 걸렸다. 이것이 종전까지의 프로세스였다. 하지만 Shipper 2.0에서는 예상 운임을 알고리즘을 통해 계산함으로써 견적 비교에서 운송 기업 선정에까지 걸리는 프로세스가 1~2시간 이내로 크게 단축됐다.

Uber Freight 역시 비슷한 시기에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Lane Explorer’라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고객이 요청한 서비스 구간의 트럭 운송 요금을 향후 2주간 예측하여 제시함으로써 고객이 트럭 운송 시점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두 케이스에서 중요한 것은 운임 예상 알고리즘의 성능이 뛰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이런 성능이 떨어질 경우 고객은 적정한 운임에 맞는 운송 기업을 확보하지 못할 뿐 아니라 확정 요금과 실제 운송 요금 사이의 차이로 인해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예측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데이터’와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 능력을 갖출 때,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경쟁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역량 확보한 기업만이 최후에 웃는다
‘플랫폼’이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솔루션이 바꿔놓을 물류 산업 생태계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금까지의 물류 산업 생태계가 다단계로 대표되는 복잡한 파이프라인 형태였다면, 앞으로의 물류 산업은 이러한 중간 단계가 축소된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가 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됐다. 2019년 4월 SAP는 Uber Freight 서비스를 SAP ERP에 통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제조-유통-물류 등 SAP의 ERP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별도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ERP에서 즉시 차량 배차가 가능해지게 됐다.

CMA CGM과 같은 해운 선사들 역시 온라인을 통해 즉시 예약이 가능한 디지털 예약 플랫폼을 운영하기 시작하였고, DHL, Kuehne+Nagel 등 포워딩 기업들 역시 디지털 기반 온라인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XPO Logistics 등 3PL 기업들 역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온라인에서 손쉽게 확인하고 거래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송상화 교수는 “기존의 복잡한 다단계 파이프라인을 플랫폼 중심의 단축된 형태의 생태계로 바꾸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물류 산업이 지향하는 목적지가 될 것이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디지털 역량을 확보한 기업이 플랫폼 비즈니스의 최후 승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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