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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땜질 처방 물류정책, 외면 받는 화물운송 선진화 제도
물류현실 외면, 충분한 논의 없이 제도만 남발해
석한글 기자 | hangeul89109@klnews.co.kr   2019년 11월 01일 (금) 14:40:14

피라미드식 다단계 구조로 되어 있는 화물운송시장은 우리나라에서 후진적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정부는 화물운송거래 흐름을 투명화해 화물운송시장 질서 확립과 선진화를 목적으로 지난 2013년부터 ▲화물운송실적신고제 ▲최소운송의무제 ▲직접운송의무제등으로 구성된 '화물운송선진화제도'를 도입했으며 이전에는 1998년 2월 제정된 화물운송차고지 확보 등의 제도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화물운송현장에서는 화물운송선진화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5년 이후에도 ‘지입제 폐단’으로 대표되는 적폐가 사라지기는커녕 도입 취지와 달리 현장의 불편과 꼼수로 인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해 혼란만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화물운송차고지 등록 역시 제정 당시와 180도 달라진 현재의 물류 현실과 너무 달라 차주들의 불만이 지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화물운송실적신고제, 운임 신고 부담만 가중
화물운송실적신고제는 화물운송시장에서 발생하는 화물운송거래 흐름을 파악하고 투명화해 직접운송의무 및 최소운송기준 등의 사행을 통한 화물운송시장의 불법적이고 불필요한 다단계 거래를 줄여 운송시장 본연의 운송서비스 기능 회복을 목표 만들어졌다.

하지만 물류현장에서의 화물운송실적신고제는 부담스럽고 불필요한 제도로 통하고 있다. 화물운송실적신고제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올해 초 울산화물협회 8대 이사장에 취임한 김명기 이사장의 취임문에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김 이사장은 “‘화물운송실적신고제’는 사업자들에게 인력 손실과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는 규정으로 연합회 등과 협력해 없애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화물운송 관계자들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 화물운송 관계자는 “화물운송실적신고제가 대폭 완화해 분기별 신고를 연간 단위 신고 등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개선됐지만 기업의 데이터(운임)를 신고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실적 신고로 인해 추가인력 및 비용 소요 또한 무시할 수 없다“며 화물운송시장에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제도이자 화물운송 시장 개선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화물운송실적신고제를 두고 도입 취지와 현장이 가장 큰 괴리를 보이는 부분은 ‘운임’ 공개다. 물류에 있어 운임은 그 어떤 정보보다 중요하며 가장 큰 경쟁력으로 매우 큰 가치를 가진다. 목숨과도 같은 운임을 신고했을 때 실수로라도 유출돼 피해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을 지며 보상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현장관계자들은 화물운송실적신고제를 통해 물동량을 신고하는 것은 정부 정책, 통계 등에 활용될 수 투명하게 조사되어야 하지만 운임 신고의 경우 어디에 사용될지, 신고제를 통해 등록되는 정보가 과연 믿을만 한지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장관계자들도 많다.

화물운송실적신고제의 등록되는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정지라는 강력한 행정처분을 하고 있지만 입 맞추기, ‘탕바리’ 등 조작하고자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게 화물운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통 화물차는 운송과 보관을 함께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화물운송실적신고제는 구분해서 신고해야 해 현장과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화물운송실적신고제의 단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우선으로 무허가 주선사들을 강력단속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관계자는 “무허가 주선사는 시장을 더럽히는 가장 큰 존재”라며 “지금 이시간에도 유유히 영업을 하고 있다”며 무허가 주선사를 하루빨리 단속 및 처벌해 공정한 운송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소운송의무제, 냉혹한 현실에 중소업체 어려움 가중
과거 대형 운송사들은 화물차를 직접 보유해 운영하는 직영운송이 아닌 지입, 위수탁, 용차 등을 통해 물류비 절감을 해왔다. 대기업들이 직영운송이 아닌 방법으로 운송에 나서자 화물운송시장은 다단계화되어 갑과 을이 만들어지고 대기업은 수수료만 챙기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화물연대는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고자 총파업에 나섰고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화물운송사업자가 최소한의 비율(30%)을 직영운송할 것을 의무화한 ‘최소운송의무제’가 만들었다.

최소운송의무제는 대기업 물류자회사 등이 물량독점 기업에 일정비율 이상 직접운송의무를 부과해 이들 기업이 처리하지 못하는 물량을 중소 화물운송업체들이 일정비율 이상 물동량을 확보토록 했다.

하지만 화물운송시장에서 최소운송의무제가 도입 취지와 달리 흘러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에 의한 직접운송의무제 왜곡으로 인해 대기업 물류 자회사의 물량독점이 심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대기업 물류 자회사가 자차를 1대도 소유하지 않고도 물량독점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게 현장의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대에는 화물운송선진화제도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장기용차를 사용할 경우 직접운송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기존과의 차별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1년 이상 장기용차를 사용하기 어려운 중소 화물운송업체에는 실적신고 등이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 화물운송 관계자는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은 제도상 장기용차가 가능한 점을 악용해 화주와 직거래하는 운송업체의 물량을 탈취해 중소운송업체가 최소운송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소 운송업체들은 최소운송의무제로 인해 과당경쟁과 덤핑운송이 난무하는 등 치열한 경쟁으로 운임 단가가 하락하고 운송질서 또한 크게 어지럽혀졌다는 게 화물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많은 화물운송 관계자들은 최소운송의무제도를 폐지하여 중소업체에 물량확보의 부담감을 줄여주고 물량을 확보한 업체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물차고지 등록제, 현실과 동떨어져 사문화된 지 오래
화물운송사업자의 차고지 등록의 법적 근거는 화운법 시행규칙 제5조(차고지의 설치 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지난 1998년 2월에 제정된 이 법안의 주요골자는 운송사업자(개별 차주)는 주사무소 또는 영업소가 소재하는 특별시·광역시 또는 군(광역시의 군 제외)에 차고지를 설치해야하는 법안이다.

1998년 제정돼 무려 8번이나 재개정을 거치며 여전히 운송사업자라면 예외 없이 차고지를 확보해야 법안인 셈이다.

문제는 45만여 대 대한민국 화물차들의 주차 현실이 20년 전과 180도 달라졌지만 여전히 이 법안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화물차들 가운데 0.00…01%도 등록한 차고지에 주차하고 있지 않으며 처음 차량 등록했거나 운수회사에 지입계약을 맺으면서 등록한 자신의 차고지를 대다수 화물 차주들 자신도 어딘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트레일러 차주 김진만 씨는 “주거지는 도심인데 등록한 차고지는 주거지와 30분이나 떨어진 공터”라며 “일을 마치고 차고지에서 주차하고 집으로 귀가하는 거리가 너무 멀어 차고지에 주차한 후 귀가하는 것은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다수 화물차주들이 실제 주차하는 곳과 등록된 차고지와 다른 이유가 여기 있다.

김 씨는 “도대체 왜 이 법안이 20년이 지나도록 폐기되지 않고 재개정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국토부뿐 아니라 일선 차고지 등록을 받는 시군구의 공무원들 역시 현실과 법안의 괴리를 알고 있지만 관리조차 하지 않으면서도 제도를 이어가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법안은 국토부가 발간하는 물류정책 업무편람에 버젓이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선 차주들이 필수적으로 챙겨야 할 제도로 물류현장 관계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류선진화제도가 이제라도 책상에서 구상하는 제도가 아니라 물류현장에서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지혜를 모아 물류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줄 제도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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