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부담 크고 상위법 충돌 VS 처우개선 하자면서 반대만

대한민국 생활물류서비스 산업을 보호, 발전시키기 위해 입법을 앞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활물류법-생물법)’이 사업자 측의 법안 재검토 요구와 이에 대한 근로자 측 반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15일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사업자협의회는 생물법이 생활물류산업의 발전을 위한 지원, 육성 및 소비자 보호가 아닌 일부 단체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한 만큼 신중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러자 19일 택배연대노조는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한 법안인 만큼 이번 법안 제정이 하루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법 제정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양측의 논쟁에도 불구, 이들의 목적은 양측 모두 큰 틀에서 관련 산업의 발전과 보호를 위해 반드시 법안 제정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공동의 목표는 법안 제정이지만, 모순적이게도 각자의 입장만을 고집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쟁점이 되고 있는 4~5개 항목에 대한 적극적이고도 상호 이해적인 논의를 통해 현재의 대결 국면을 벗어나 하루빨리 법안 제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꼬집는다. 업계 한 원로 관계자는 “새로 입법될 생물법이 사업자와 근로자 간 이견으로 논란을 겪고 있는데도 정부가 손을 놓고 남일 일인 듯 조정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전형적인 직무유기”라며 “기본법안이 마련만큼 이번 논란에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발의된 생물법에 대해 노사 모두 택배업계의 의견 수렴과 재검토 항목을 중심으로 충분한 논의절차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활물류 업계에서 이견이 되는 생물법 주요 항목들은 무엇인지, 또 전체 택배기업들과 근로자 측이 주장하는 이견은 어디서 출발하고 있는지 이번 논란의 해법을 찾아봤다.

이견 항목 4개, ‘사업자 부담 커’ VS ‘모순적 행위’ 비난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서 보호받지 못해왔던 생활물류 업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입법 초안을 밝힌 생물법은 택배업을 비롯해 배달대행업 등 일반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절대적인 서비스를 정식 산업으로 규정, 이를 체계적으로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현재 택배사업자들이 제기하는 생물법 개선 요구 배경은 법안 발의 시 택배산업의 구조와 특성, 해당 산업이 사회에 미치는 편익, 나아가 산업의 미래 발전방향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번 법안이 택배 기업들에게만 과도한 책임을 지워 기업부담이 큰 만큼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다. 반면 근로자 측은 앞서 사업자 측이 근로자 처우개선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면서도 법안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며 모순적 행위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양측이 논쟁하는 주요 항목을 살펴보면 4가지 정도로 집약된다. 사업자 측인 통물협 택배사업자협의회가 재논의를 요구한 항목에 대해 근로자 쪽에서 의견을 대비해 정리해 봤다.

첫 번째. 생물법 제정 배경은 생활물류서비스 산업에 대한 지원 및 육성의 목적으로 서비스 이용 소비자 편익에 있다. 하지만 발의된 법안은 소비자 우선이 아닌 일부 단체의 입장만을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용자 측은 애초 논의된 법안에서 벗어나 새 법안이 택배 및 물류현장 근로자들의 보호 항목만을 담았으며, 이에 따른 기업부담이 커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근로자 측은 오래전부터 사측이 주장한 내용을 보면 ‘배송기사의 근무여건과 복지가 개선되면 서비스 품질이 올라가고, 이에 따른 소비자 이용이 늘어 기업 역시 성장한다’고 주장, 근로자 복지를 우선해야 한다고 해 놓고 법안에서의 근로자 보호항목이 과도하다고 지적하는지 모순이라고 꼬집는다.

두 번째 논쟁항목. 사업자 측은 일선 택배영업점과 택배 종사자를 독립된 사업자인 개인사업자로 규정하면서 택배 사업자에겐 영업점 및 택배운전종사자들에 대한 지도·감독의무(안 제7조), 일선 택배종사자들에 대한 보호의무(안 제45조) 등을 다시 부여해 비례 원칙 또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근로자 측은 이미 사업자 업무 매뉴얼에 근로자들의 C/S, 페널티 등에서 충분한 규제를 규정하고 있으며, A택배사의 경우 영업점과 본사가 체결한 계약서에 영업소 경영과 운영에 개입할 수 있는 조항(윤리경영 준수, 시정지시, 자료조사권, 불이익 조치) 등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새 법안에서 명시된 택배사업자의 소속 근로자 보호 의무는 과잉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세 번째, 사업자 측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택배 운전종사자 보호는 이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을 포함, 기존 노동관계 법령을 통해 충분히 규율되고 있는데 신설 법안에 또다시 이들 종사자 보호 근거를 반복해서 반영했다는 의견이다. 이는 새로 제정될 생물법이 상위법과 상충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애초부터 택배근로자들은 각사의 로고가 있는 유니폼을 입고, 본사가 관리하는 터미널에 출근해 사업자가 정해준 구역에서 배송하면서 고객을 만나는 서비스를 매일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근로자들은 택배본사가 규정한 맞춤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 근로자를 사업자가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보호하느냐고 반문한다.

또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중대재해 또는 사망 재해가 발생 시 처벌 규정이 있어 사고 시 택배기업에게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처벌, 과잉제재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근로자 측은 현재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택배사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만큼 새 법안에서 이를 보호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근로자 측 관계자는 “실제 지난해 감전사로 인한 하청업체 과태료는 6,800만원이었던 반면, 택배 본사의 과태료는 650만원에 그쳤다”며 “근로자의 안전을 택배기업 본사가 책임지게 한 법안이 과다하다는 사측의 주장은 이기심”이란 지적이다. 반면 사업자 측은 이미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 보호를 또다시 규제하는 법안 내용이 이중 규제인 만큼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네 번째 항목은 생물법 항목 중 노사 간 가장 민감한 논쟁 항목으로 대두되고 있는 택배분류 종사자의 개념이다. 사업자 측은 택배분류 종사자의 개념을 별도로 규정하면서도 ‘분류’ 업무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하고 있지 않아,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규정으로 인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이 담당하는 구역에 배달할 택배상품을 인수받는 작업은 이미 대법원판결에서 택배운전종사자(택배기사)의 업무라는 것이 확인(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다101875 판결)된 바 있는 만큼 상품인수 작업을 택배운전종사자의 업무가 아닌 ‘택배분류종사자’의 별도 업무인 것처럼 규정하는 것은 법 적용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근로자가 진행하는 분류작업은 ‘상품인수 작업’이기에 택배근로자는 분류작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지만 이는 공짜 노동이란 주장이다. 지금까지 ‘분류작업’은 택배근로자의 당연한 임무이고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가 새 법안에서 분류작업을 규정하자 교묘하게 “분류”와 “상품인수”를 혼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 판례는 분류작업이 1~2시간에 불과하던 8년 전 판결로 현재의 7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분류작업을 예전의 잣대로 맞추는 것은 구시대적 판결인 만큼 제정될 법안 항목은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관련법 부재 따른 불이익 개선 위해 합의점 찾아야

물류사업자들과 근로자가 첨예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생물법 법안들은 이번 논란으로 어떤 형태로든 재논의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생물법의 대 명제는 양측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 빠른 시일 내에 합의를 이뤄져야 하는 새 법안에 대한 입법에 있다.

그동안 소비자들과 실생활에 밀접한 택배를 비롯해 식음료 배송 및 퀵 서비스 등을 관할하는 법안 부재로 택배기업들과 현정 근로자, 최종 소비자들은 법의 보호는 고사하고, 산업 발전에도 큰 불이익을 겪어왔다. 또 산업적 특성상 1톤등 소형차량을 통해 서비스되는 전혀 다른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운송이라는 공통점을 이유로 오랜 기간 화물자동차운수사업에 따른 불공정으로 불편을 겪어왔다.

따라서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생활물류업계 종사자들은 큰 범주에서 법안을 우선 입법하고, 논란이 있는 세부 항목은 추후 별도 논의를 통해 세부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관련 업종 근로자와 물류기업,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한 생물법 제정에 모두가 동의하지만, 각각의 이해 당사자 간 이견으로 자칫 입법을 앞둔 법안이 원점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특히 생물법 초안에 대해 지난달 15일 CJ대한통운을 비롯한 15개 택배사들이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자, 택배 배송 근로자 단체들 역시 이에 격앙, 자칫 감정의 골이 깊어짐과 동시에 논쟁이 거칠어지고 논의 시간이 길어지면 모처럼 마련된 업종 보호와 발전을 위한 법 제정 기반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택배사업자들을 대표하는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사업자 협의회는 법안의 제정목적이 생활물류산업의 발전을 위한 지원, 육성 및 소비자 보호가 아닌 일부 단체의 이해관계만을 반영, 신중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근로자 측은 자신들의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와 편의를 제공하는 택배사업자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들은 새 법안이 기업에겐 부당한 의무만을 부과한 반면 일선 종사자만을 과보호해 형평성이 떨어지는 만큼 이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한 반면 근로자 측은 일선 근로자들의 처우에 초점을 맞춰 입법된 법안이 안전한 물류서비스로 새롭게 재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양측의 주장은 모두가 맞고 또 다른 면에선 틀리기도 한다. 결국 이번 논란은 양측 모두 전향적으로 큰 틀에서 입법에 우선 합의하고, 세부안을 조정하는 형태로 논의를 지속해야 하는 방법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여하튼 한국통합물류협회의 이번 생물법 재논의 요구에 따라새 생물법 법안은 다시 한번 원점에서 법안의 내용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 분명한 것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의 주장만을 거듭할 경우 모처럼 맞은 생활물류시장을 보호, 발전할 수 있는 법안 마련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발의법안이 생활물류서비스 산업의 미래 발전방향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지만, 근로자들의 입장은 이번 기회에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노동환경을 개선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업자와 근로자 모두를 보호하고, 관련 업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의 발판을 찰지, 말지는 이제 당사자들에게 달렸다. 현명하고, 슬기로운 법안 마련을 위해 무엇을 먼저 고려해야 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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