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거부감 극복하고 연관 산업과 시너지 내야

도시첨단물류단지의 필요성을 시장논리로 보면 그 필요성이 보다 명확해 진다.

라스트마일 배송이 중요해진 생활물류 서비스 시대에 ‘빠른 배송’은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드론을 이용한 배송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이유도, 새벽배송 같은 배달 속도전쟁이 시장의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라스트마일 배송에서 빠른 속도를 담보하기 위해선 도시 내에 이를 뒷받침할 물류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마존이 풀필먼트 센터(fulfillment center) 투자에 주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마존은 과거 도시 외곽에 위치했던 물류센터를 대도시 내부에 조성하여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드론을 이용한 항공화물 운송 서비스에 많은 양의 투자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도시첨단물류단지, 정말 효과 있을까?
도시물류시설은 물류·유통산업의 변화로 증가한 수요에 비해 화물차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해소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단적으로 물품의 배송거리가 짧아지고, 이는 화물차의 회전율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서울시는 전국 6군데의 도시첨단물류단지 예정지 가운데 절반인 3개소가 위치해 있다. 서울경제연구소가 2016년 펴낸 솔루션 페이터(도시첨단물류단지 도입 취지 살리게 인허가절차 등 다각적 이슈 진단 필요)에 따르면 도시 내 택배시설만으로도 화물차 일일 주행거리가 0.7% 감소한다는 데이터가 있다.

이 데이터는 C 택배사의 사례를 바탕으로 도시 내부에 물류시설을 조성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C 택배사의 서브터미널을 경기도에서 서울시로 이전할 경우, 불필요한 이동거리 25㎞가 감소하여 하루 총 4만㎞의 주행거리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 화물차 일일 주행거리의 0.7%, 서울시 모든 차량 총 주행거리의 0.03%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오염물질 배출량도 90톤/년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는데, 이는 서울시 도로이동오염원 배출량의 0.08%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서울연구원은 이런 정량적 분석 값에 대해 서울시 택배산업에만 국한한 것으로 다른 물류산업을 포함할 경우 그 효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의 딜레마
하지만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에도 딜레마는 존재한다. 물류산업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환경·교통 측면에선 부정적인 영향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긍정적인 효과를 보자. 서울시의 정책연구기관인 서울연구원은 도시첨단물류단지 관련 리포트에서 도시첨단물류단지가 물류단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면 화물교통의 효율화, 대기환경 개선, 화물차로 인한 대형사고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예를 들어 도시 내부에 조성된 물류거점으로 대형화물차량을 이용한 운송이 이루어지고, 경기도에서 출발하여 서울로 개별적으로 들어오는 소형화물차량이 감소하게 되면 화물차량이 감소하면서 시계(市界) 주변의 간선도로 혼잡이 완화되고 그만큼 환경오염물질 배출도 감소할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 부정적인 우려도 존재한다. 도시첨단물류단지는 다른 복합시설과 마찬가지로 많은 교통량을 유발하여 주변 교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도시첨단물류단지에는 물류시설만 있는 게 아니라 상류 및 지원시설이 함께 조성되기 때문에 이들 시설에 대한 이용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물류단지 주변지역에 교통 혼잡을 유발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우려는 시간대 조정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이 있다. 물류시설은 그 특성상 기존의 유출입 교통량과 다른 유출입 시간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존 유출입 교통량은 일과시간에 교통량이 발생하지만 물류시설은 늦은 밤이나 새벽시간에 교통량이 집중된다. 이러한 ‘물류 시간대’를 잘 활용하면 개발에 의한 혼잡은 어느 정도 존재하겠지만, 물류시설로 인해 생기는 큰 혼잡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구원은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상류 및 지원시설을 추가적으로 허용하여 도시 내부에 물류시설을 도입하는 개념으로, 교통대책에 투입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기존 교통체계를 적극적으로 정비하느냐 아니면 소극적으로 개선하느냐에 따라서 사업자의 부담뿐 아니라 사업의 추진여부도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계획대로 도시첨단물류단지가 기피시설로 인식되던 기존의 물류단지와는 다른 매력적인 거점시설로 변신한다면, 그리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면 상당한 교통량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서울연구원은 개발규모, 주변지역의 현황과 특성, 입주시설의 종류, 유발교통량의 특성(특정 시간대 집중, 개인교통수단 이용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물류단지개발로 인한 영향권의 범위와 서비스 수준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타당한 수준의 교통대책을 선택하여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주민과 상생협약 체결로 마찰 최소화 필요
도시첨단물류단지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지역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이 그것이다. 자기 지역 내에 물류단지가 들어선다면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화물차 증가로 인한 교통 혼잡, 먼지와 소음 같은 환경문제를 이유로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의왕ICD 확장사업이 사전에 부지를 확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의 반발로 사업이 지연되었던 사례나 국토해양부가 평택시에 건설하려던 수도권 남부 내륙물류기지가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철회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서판교운중물류단지 역시 국토교통부의 실수요 검증 단계까지 통과했음에도 지역주민과 성남시의 반발로 사업이 철회되었다.

이에 대해 서울연구원은 도시첨단물류단지가 ‘지역에 꼭 필요한 거점시설’로 인식되도록 지역주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공간, 공동물류 IT기반시설, R&D 시설 등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물류시설이라는 점에서 공공에 기여하는 이점이 분명히 있다. 또 공공주택을 허용하여 주거 및 복지시설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할 수 있다면 진행 속도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반면교사로 삼을 사례를 유통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가 국내 1호점(광명점)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하려 할 때 가구업계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다. 이케아는 광명시 중소상인을 위한 공동전시·판매장 설치, 직원채용 시 광명시민 우선채용 등을 공식 약속하면서 1호점을 열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화물터미널과 물류단지는 물류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반면, 도시첨단물류단지에는 물류기능 외에도 교육시설, 문화시설, R&D 센터, 업무공간, 상업시설과 같은 다양한 시설이 입주하게 된다. 서울연구원은 바로 이 점을 강조해 지역주민들을 설득할 카드로 쓸 것을 조언한다. 결국 지역주민과의 적극적 소통 노력과 상생을 위한 진정한 자세가 해법인 셈이다.

수익우선 아니라 연관산업과의 시너지 창출에 성공여부 달려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면 물류시설을 개발할 때 개발이익을 확보하는 데만 치중하고 시설의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이 부재한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양재파이시티 개발계획은 물류시설을 지하 4층에 배치하고, 화물차가 물류단지로 진출입하거나 내부에서 통행하는데 부적절한 시설을 설치하여 물류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동남권유통단지는 서울시 내부에 조성된 물류단지라는 점에서 높은 입지 경쟁력을 가졌음에도 보관, 집배송 등 물류 본연의 기능만을 수행하여 외곽에 위치한 물류단지와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진행 중인 도시첨단물류단지는 다행히 물류시설뿐만 아니라 대규모 점포, 전문상가, 인터넷 쇼핑몰 등 유통산업과 핀테크, 마케팅, 컨설팅 등 연관산업, 금융, R&D센터, 인큐베이션 센터 등의 지원시설이 들어갈 수 있다. 서울연구원은 도시첨단물류단지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도시 내부에 부족한 물류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물류·유통산업과 연관 산업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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