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사광선, 문 개방 등 변수 따라 화물표면온도 변화무쌍

서울에 사는 주부 A씨는 냉동냉장식품을 배송을 통해 먹는 것을 꺼린다. 지난해 한여름 주문했던 돼지고기가 상한 채로 도착해 반품과정을 거쳤던 불편했던 기억 때문이다. 당시 유통업체는 A씨에게 “냉동화물차를 통한 배송과정에서 온도 유지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품질 이상의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가 점점 후덥지근한 형태로 변화하면서 국내 물류업계도 여름철 신선식품 배송, 즉 콜드체인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신선식품의 안전한 상태로 소비자의 손에 전달되고 있으나 A씨와 같은 품질 이상의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물류신문은 주부 A씨의 경험담으로 시작한 궁금증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1톤 냉동화물차의 온도가 배송지를 거칠 때마다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확인하는 것. 구체적으로 배송 중 차 문을 연 시간동안 차량 내부와 식품을 포장한 박스의 온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실제의 배송 과정과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배송차량과 배송기사님을 모시고 실제 배송경로를 돌며 차량 안에서의 온도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또, 창고 내부온도와 박스의 온도의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차량 안에 포장용 스티로폼 박스도 싣고, 화물차 세 곳에 실시간으로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온도 로거 3개도 추가 설치했다.

잠깐! 이번 실험은요! 

배송지는 총 5곳으로 설정해 각 배송지에서 실제 배송이 이뤄지는 것처럼 가정해 문 개방시간과 정차시간을 설정했다. 먼저 차 문 개방시간은 배송 물품이 많은 대형 아파트단지와 상대적으로 물품이 적은 빌라 단지의 차이를 가정, 1차 배송지에서의 90초를 시작으로 10초씩 늘려가봤다. 이와 함께 정차시간은 실제 평균적인 배송시간을 고려해 문 개방시간을 포함해 총 10분동안 정차하는 것으로 했다. 온도는 각 배송지에 도착해서 문 개방 시간이 지난 후에 실은 스티로폼 박스와 화물차 내 양쪽 벽면을 측정했으며 동시에 정차 지역의 외기온도도 함께 측정했다.

단, 이번 실험은 냉동 화물차를 이용한 배송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진행된 것이 아니라 실제 배송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도의 변화를 확인하며 더운 여름철에 온도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확인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또 실험 시간은 오후 2시 반부터 5시 경까지 약 세 시간 정도로 이번 실험을 통해 나타난 결과가 반드시 실제 배송 과정을 완벽하게 반영한다고 가정할 수 없었으며 각 배송지에서 스티로폼 박스와 차량 양쪽 벽면의 온도를 확인했으나 이것이 박스 안에 포장된 신선식품의 온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점도 설명한다.

더운 여름철을 가정하기 위해 가장 더운 시간대인 낮 2시 반에 실험을 시작했다. 배송경로는 장지역 근처의 남동권 물류단지를 시작으로 서초 지역을 한 바퀴 돈 후 사당역을 최종 목적지로 했다. 2시 40분, 남동권 물류단지를 출발했다. 출발에 앞서 화물차에 실었던 스티로폼 박스의 온도는 10.7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처음으로 도착한 배송지는 서초에 위치한 한 대형 아파트 단지. 도착 시간은 3시 26분이었다. 90초 동안 화물차의 한쪽 문만 개방했다. 강한 태양빛이 비추는 오후 3시 반 경, 잠시 정차했던 곳의 외기온도는 32.8도를 기록했다. 90초의 시간이 지나고 실려있던 스티로폼 박스와 화물차 내 양쪽 벽면의 온도를 측정해봤다. 그 결과 스티로폼 박스의 온도는 6.8도, 왼쪽 벽면과 오른쪽 벽면의 온도는 각각 6.1도, 7도를 나타냈다.

3시 47분에 도착한 2차 배송지에서는 1차 배송지보다 10초 늘린 100초 동안 문을 개방했다. 외기 온도는 1차 배송지에서보다 높은 33.5도를 기록했다. 그런데 2차 배송지에서의 스티로폼 박스 온도는 1차의 온도를 훨씬 상회하는 12.1도를 나타냈다. 물론 문 개방시간을 10초 늘렸기 때문에 다소의 온도 상승은 예측됐으나 상승폭이 예상보다 컸다.

4시 경에 도착한 3차 배송지의 외기온도는 한낮이 지난 영향 때문인지 2차 배송지에서보다 떨어진 32.3도를 기록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른 실험 결과가 나타났다. 문 개방시간을 10초 더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던 스티로폼 박스의 온도는 오히려 8.5도를 기록한 것. 뿐만 아니라 첫 번째 배송지와는 다르게 양 쪽 벽면의 온도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났는데, 왼쪽 벽면의 온도가 7.9도를 기록한 반면 오른쪽은 11.9도를 기록해 무려 약 4도의 차이를 보였다.

3차 배송지에서의 온도 측정값은 실험 진행에 있어 다른 변수가 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 문 개방 시간을 더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화물차 내의 배송박스의 온도는 오히려 크게 낮아졌고, 한 공간 안에서의 양쪽 벽면의 온도 차이도 지나치게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4차 배송지에서 이러한 변화를 일으킨 변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4시 18분에 도착한 4차 배송지의 외기온도는 32.7도였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실험 과정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알 수 있었다. 이를 더 확실히 해준 것은 문 개방 후의 온도였다. 10초를 늘린 2분 간 문을 개방한 후 스티로폼 박스의 온도는 무려 13.5도였다. 양쪽 벽면의 온도 역시 3차 배송지보다 높게 측정됐는데, 왼쪽 벽면의 온도는 11.2도, 오른쪽 벽면의 온도는 14.8도였다.

4차 배송지까지의 온도 측정에 따라 우리는 어느 정도 일정한 패턴을 도출할 수 있었다. 먼저 첫 번째, 화물차 내부에 실은 스티로폼 박스와 양쪽 벽면 온도가 높게 측정됐던 2차 배송지와 4차 배송지는 강한 직사광선이 화물차를 내리쬐고 있었다. 그에 비해 1차와 3차 배송지에서는 그늘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를 통해 직사광선이 차량 내부 온도는 물론 차량에 실은 배송물품의 온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2차와 4차 배송지에서는 외기 온도도 1차와 3차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도출된 또 다른 패턴은 화물차 내 양쪽 벽면의 온도 차이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러한 패턴이 나타난 이유는 최종 배송지에서 확실히 찾을 수 있었다.

4시 38분에 도착한 최종 배송지에서 우리는 실험에 약간의 변화를 줌으로써 화물차 양쪽 벽면의 온도 차이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간의 방식과 달리 양 문을 2분 동안 개방해보기로 한 것.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왼쪽 벽면의 온도가 12.8도, 오른쪽 벽면의 온도가 12.9도로 나타나 실험 중 처음으로 양쪽 벽면의 온도가 거의 동일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실험에 참여했던 배송기사 B씨는 “국내 배송시장에서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면서 배송물품에 대한 업체들의 온도관리가 과거보다 더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사마다 의견이 갈리지만 많은 배송기사들이 직사광선, 차량정체 등 온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낮보다는 새벽배송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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