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대비한 신사업 및 새 인물 눈길 끌어

지난해 실적을 보고하고, 새로운 사업 추진을 외부에 공개하는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됐다. 전문가들은 몇몇 기업의 굵직한 이슈와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으로 시끌벅적했던 주주총회 시즌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세계 경기 침체 속 기업들이 예년과 비교하면 소극적 투자에 나서 위축되었던 주주총회 시즌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다양한 분석을 낳은 주요 물류기업의 주주총회를 둘러봤다.

위기의 항공 양대산맥
올해 주주총회 시즌 전문가 및 투자자,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끈 주주총회는 대한항공 주주총회이다.

국민적 관심 속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총에서 3년 임기가 끝난 조양호 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이 투표에 부쳐졌다. 투표 결과 연임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대한항공 정관의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규정에 따라 조 회장의 연임은 실패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국내 재계 역사상 주총에서 오너의 연임이 불발되는 첫 사례로 기록됐다.

조양호 회장의 이사 재선임 불발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땅콩 회항’을 시작으로 불거진 한진 일가의 도덕적 해이는 ‘물컵 갑질’, ‘밀수혐의’ 등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으며, 횡령·배임으로 회사에 경제적인 손실을 끼쳤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었다.

한진 일가의 도덕적 해이 및 경영 능력에 대해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11.7%)은 물론 소액투자자 및 해외 연기금까지 ‘오너 리스크’를 문제 삼았다. 특히 국민연금은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 강화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를 적극적인 행사를 통해 주주권익 보호에 나설 것을 천명했으며 주주총회 전날 수탁자위원회를 열어 조 회장 연임안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개최된 한진칼 주주총회는 예상과 달리 조양호 한진 회장 측의 ‘완승’으로 끝났다. 조 회장 측근인 석태수 대표의 사내이사 연임 투표결과 찬성 65.46%, 반대 34.54%로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의 “진짜 승부는 내년”이라고 전망 속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이 지난 8일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조양호 회장은 지주사 한진칼 지분 17.84%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 일가는 향후 일어날지 모르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대비해 한진칼 지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온전한 상속을 위해서는 약 1700~20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원태 사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임기 만료는 2021년 3월이며, 한진칼 사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항공업계의 다른 한 축인 아시아나항공은 주주총회 전날(3월 28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내 모든 직함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퇴진한다고 밝혔다. 실적 부진 등으로 압박을 받아온 박 회장은 부실 회계 사태까지 터지자 자진 퇴진을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2일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시장의 불신을 키웠다. 이 여파로 금호산업도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으며 주식시장에서 두 회사의 주식 매매가 22∼25일 정지됐다. 정지 이후 미제출 서류를 제출해 26일 ‘적정’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공시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시장의 불신은 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그룹 안팎에서는 경영진 책임론이 불거졌으며 앞서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이 대표이사 연임에 실패한 모습 또한 박삼구 회장의 퇴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편 박 회장은 전날 저녁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해 산업은행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빠른 시일 내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 다각화 통해 미래를 준비 나서
지난달 14일 열린 현대글로비스는 주총은 국민연금이 반대표 행사를 예고했지만 별다른 이변 없이 원안이 통과됐다. 현대글로비스는 주총을 통해 포장시험·연구·서비스업, 온라인 중고차 거래 관련 일체의 사업을 신규사업에 추가했다.

한 물류 전문가는 “지난 2015년 글로비스는 포장기술연구소를 설립했으며 꾸준히 포장에 관한 연구가 있었다”며 “포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친환경 포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글로비스만의 경쟁력 강화 및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온라인 중고차 거래 관련 일체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해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글로비스는 ‘오토 옥션’이라는 이름으로 경매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매입찰 시스템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전기차 및 관련 충전인프라 운영, 관제서비스업 등’과 ‘목재수입 유통업’을 신규사업에 추가했다. 특히 전기차 관련 사업을 추가한 것이 눈에 띈다는 분석이다.

택배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DHL, 야마토, 징둥닷컴 등 많은 물류기업에서 전기차를 이용한 배송을 시행 중이며 우리의 경우 우체국을 중심으로 전기차를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CJ대한통운도 이번 사업 목적 추가를 통해 향후 친환경 배송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원산업은 지난달 27일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농,수,축산물 저장보관업, 수출입상품 판매업, 선박제조 및 수리업, 축산업(양돈, 양계, 비육우, 낙동 등) 등 다섯 가지 사업목적을 추가해 사업영역 확대에 나섰다. 특히 축산업을 추가해 기존의 수산업과 물류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고 있다. 또한 동원냉장과의 합병 추진을 통해 물류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S는 주주총회를 통해 대외사업 확대를 통한 성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지난달 20일 열린 삼성SDS 주주총회에서 홍원표 삼성SDS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올해 경영방침을 ‘대외사업 확대를 통한 혁신적 성장’으로 정하고 이를 통해 회사 비전인 ‘Data-driven Digital Transformation Leader’를 더욱 공고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4가지 중점 추진 사항으로 △대외·해외사업 확대 △글로벌 사업수행 체계 정립 △신기술 기반 고객 IT 혁신 선도 △물류 운영 고도화와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SDS는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해외사업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IT서비스 4대 전략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전략적 투자와 제휴를 추진할 계획이다.

동방은 지금까지 중추적 역할을 해왔던 사업이 더는 블루오션이 아니며 근원적인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원가경쟁력 확보를 통한 영업력 향상은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달근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물류부문에 국한하지 않은 신사업 발굴로 미래의 동방을 책임질 수 있는 블루오션을 개척해나갈 방침”이라며 향후 사업확대를 시사했다.

세방은 지난달 22일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유해화학물질 운반업, 유해화학물질 판매업, 유해화학물질 보관·저장업 등을 신규사업으로 추가했다.

한익스프레스는 지난달 22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의료용 가구 소매 및 임대업, 정밀 및 과학기기 소매 및 임대업, 컴퓨터 및 주변장치, 소프트웨어 소매 및 임대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새로운 리더십 더한 물류기업, 어떤 모습 보일까…
8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현대상선은 ‘선장’을 교체하고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제43기 주주총회에서 배재훈 내정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배재훈 대표이사는 컨테이너 해운 경험이 없는 대형물류기업의 인사라는 점이 눈에 뛴다. 배 대표는 1990년 LG반도체 마케팅 담당을 거쳐 1997년 LG반도체 미주지역 법인장, 2004년 LG전자 MC해외마케팅 담당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2010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범한판토스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이번 선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8년 연속 적자를 헤매고 있는 해운사의 대표가 해운업에 대한 경험이 없어 사업 전반의 이해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속 고객인 화주의 시각으로 현대상선의 현안에 접근해 경영혁신 및 영업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양한 전망 속 영업 협상력, 글로벌 경영역량, 조직 관리 분야에서는 성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현대상선은 배재훈 대표이사 외에도 박진기 컨테이너사업총괄을 사내이사로 윤민현 前장금상선 상임고문과 송요익 前현대상선 컨테이너 총괄부문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CJ대한통운은 박근희 CJ부회장이 사내이사에 선임, 경영 전면에 나선다. CJ대한통운은 주주총회에서 박근희 부회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박근태 사장을 재선임하는 안이 승인됐다. 박 부회장은 CJ대한통운 대표이사로 선출돼 CJ대한통운은 박근희 부회장과 박근태 사장, 김춘학 부사장(건설부문 대표) 3인 대표 체제를 갖췄다는 평가다.

지난해 8월 ‘삼성맨’ 출신으로 CJ로 자리를 옮긴 뒤 그룹 경영 전반을 챙겨온 박근희 부회장이 CJ대한통운 경영도 총괄하게 됐다. 한편 박근태 사장은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택배비 인상과 관련해 “시장 상황을 보며 계속할 것”이라며 추가적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세방은 최종일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해 새로운 리더십을 더했으며 한솔로지스틱스는 주주총회를 통해 기존 민병규 대표이사에서 황규호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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