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부터 끝없는 적자 행진까지 다양한 이슈 존재

새해 첫 한 달 주식시장은 지난해 칼바람에서 벗어나 전체적으로 훈풍이 불었다. 미·중 무역분쟁, 세계 경제침체라는 큰 악재에 하락장을 예상했지만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올해는 이제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직도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주식시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물류기업들도 대외 변수 외에 내부 변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특히 몇몇 기업의 작은 행보 하나가 물류기업 뿐만 아니라 그룹사 또는 관련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물류기업의 이슈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봤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플랜 B’ 성공할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여러차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대기업의 자발적 소유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했다. 특히 재벌 저승사자라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취임은 재벌기업들은 자발적인 소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유도했다.

이 같은 분위기 따라 지난해 3월 현대자동차 그룹은 현대모비스의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 및 AS 부품 사업’ 분할,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기로 했다. 즉 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자동차에 매각하고 기아자동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입해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고자 했다. 하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을 중심으로 주주들의 반대에 지배구조 개편안은 철회됐다.

지난해 ‘플랜 A’의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된 현대차그룹은 올해 또다시 ‘플랜 B’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를 통해 순환출자구조, 일감 몰아주기 해소 및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글로비스가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하는 개편안이 진행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주주 지분 매각 등 현대글로비스의 성장성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플랜 B’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여러 추측이 나돌고 있지만 글로비스가 개편 작업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글로비스의 주가 또한 지배구조 개편의 기대감에 지난 10월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엘리엇을 비롯한 기존주주들의 반발로 무산된 ‘플랜 A’를 뒤로하고 새롭게 등장한 ‘플랜 B’ 의 성공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한진, 대한항공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첫 사례 될까
지난 2014년 일명 ‘땅콩 회항’ 사건으로 한진 일가의 도덕성은 치명타를 입었다. 당시 사건은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에까지 일제히 보도돼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특히 사건 당사자인 대한항공과 한진 일가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이미지 하락을 가져왔다. 조용한 행보를 이어 오던 한진 일가에 지난해 또다시 도덕성 문제가 발생했다.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감춰졌던 한진 일가의 각종 갑질, 위법 행위들이 폭로됐다. 다시 한번 불거진 도덕성 논란에 과연 한진 일가가 대한민국 국책 항공사의 경영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한진 뿐만 아니라 대기업 경영진의 각종 비위와 도덕성 문제가 빈번히 일어나고 사회적 문제가 되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바로 ‘스튜어드십 코드’의 적극 활용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투명하고 보고하도록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은 그동안 소유 지분을 투자목적으로 활용할 뿐 기업의 의사결정 개입에는 소극적으로 임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스튜어드십 코드 논의가 시작됐으며 지난달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하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첫 번째 대상으로 알려진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7.34%를 가진 3대 주주며, 대한항공은 지분 11.56%를 가진 2대 주주다. 한편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역시 경영진 퇴진을 주장하고 있어 한진 일가는 곤혹스러운 처지다.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월 1일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을 행사할지를 결정한다. 만약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한다면 ‘첫’ 경영 참여 사례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로 한진과 대한항공 경영진의 변화 등이 일어난다면 물류업계를 넘어 국내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과 대한항공의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논의가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증권가는 물론 물류업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택배운임 인상’, 선순환 구조 만들까
지난해 하반기에만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2명이 안전사고로 사망하는 등 CJ대한통운의 물류센터 안전관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물류센터내 계속되는 사망 사고에 칼을 빼 들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해 10월 30일 대전 물류센터의 전면 작업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45일간 작업이 중지돼 배송이 불가하거나 늦어지는 지역이 생겨났다.

한편 CJ대한통운 물류센터의 안전사고는 택배노조의 파업으로도 이어졌다. 택배노조는 사망사고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사고 재발대책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사고와 파업의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CJ대한통운의 ‘낮은 택배 운임’ 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도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낮은 택배운임 때문에 일정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물품을 배송해야 하며 ‘속도경쟁’에 내몰려 사고 위험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은 새해 ‘저가 운임’에서 벗어나 운임 상승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증권가에서도 CJ대한통운의 택배운임 인상은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늘어난 수익은 택배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은 대전물류터미널의 작업 중지 명령을 해제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사고 재발 방지대책과 노동환경 개선책 등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2차례 갈등을 빚은 택배노조와의 관계 역시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달 23일 우체국물류지원단은 택배연대노조와의 단체교섭이 타결됐다. 이번 합의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업계 최초로 특수고용직 노동조합인 택배노조 활동을 공식 인정하고 노조 활동을 보장했다는 점이다. 택배 관계자들은 이번 우체국의 합의가 다른 택배사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첫 번째는 대상은 CJ대한통운을 지목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운임 인상은 수익성 증가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올해도 물류센터 내 안전사고와 택배노조와의 관계 설정이 CJ대한통운의 행보의 큰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현대상선, 적자 ‘늪’ 빠져나올 수 있을까
한때 세계 4위 규모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한 지 2년이 지났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현대상선은 대한민국 유일의 국적 원양 컨테이너 운송선사가 됐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아직도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잃고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현대상선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심각하다. 7년 연속 적자, 지난해 3분기 영업 손실은 4930억을 기록하는 등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인인 국민에게 보고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지금 정부 지원을 끊을 수도 없다.

최대주주이자 오는 2023년까지 5조 원의 자금을 투입할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의 실적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경영혁신에 나섰다. 한진해운 등 외부인력을 투입해 경영혁신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해운업을 재건하기 위해 출범한 한국해양진흥공사 역시 현대상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 나선다. 지난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했으며 2만 3000 TEU 12척을 발주했다. 또한 1만 5000 TEU 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발주해 원가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또 다른 방안은 해운업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항만 하역료의 절감이다. 항만 하역료 절감을 위해 현대상선이 이미 많은 지분을 매각해버린 부산 신항의 HPNT(현대부산신항만) 터미널 지분을 다시 매입, 항만 터미널을 저가로 운영할 수 있게 하는 등 현대상선의 원가구조를 개선시키려는 노력도 계속 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처럼 현대상선의 적자 행진을 멈추고 정상궤도로 안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해운업계는 물론이며 증권업계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를 비롯해 관련 당사자 모두가 현대상선의 현 국면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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