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직종이 된 물류현장 인력부족 ‘심각’, 앞으로는 더 부족 할 듯

인터넷상에서 물류센터와 택배터미널 등의 근로 현장은 ‘지옥’으로 불린다. 물류현장에서 근무한 이들이 느낀 노동의 강도를 한마디로 ‘지옥’이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지옥이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류현장=지옥’이란 등식을 놓고 봤을 때 물류현장은 노동 강도도 강하고 위험할 뿐 아니라 근무환경도 열악하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올해만 해도 물류현장 근로자의 사망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골절, 손 끼임, 낙상 등의 사고는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근로 환경 등에 대한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에 맞는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물류거점은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한 물류현장 일자리 수요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져야만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기업들마다 근로 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아직도 3D업종으로 분류되는 물류현장 내 개선은 시급한 실정이다. 고도화된 물류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물류현장 내 근로실태를 보다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지와 물류산업연구원에서는 보다 심도 있는 물류현장의 실태를 확인함과 동시에 물류현장 내 존재하는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물류산업 근로 현장 및 고용실태’를 주제로 연구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좀 더 객관적이고 폭넓은 결과물 도출을 위해 현장을 책임을 지고 있는 관리자들과 근로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 중인 현장 근로자들을 각각 나눠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본 설문조사는 지난 9월 12일부터 약 보름간에 걸쳐 진행됐다. 관리자 측면에서 본 물류현장 근로 환경 및 노동실태 분석 자료를 살펴보았다.

이번 설문조사는 2018년 9월 12일부터 약 보름간 진행됐으며, 기업의 CEO 및 임원 및 물류센터장, 운영팀장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은 약 1,123명을 대상으로 문자와 SNS를 통해 실시했으며, 응답자는 약 247명이었다. 이중 응답이 부실한 3건의 설문은 제외했다.

물류거점 대형화되며 현장마다 필요인력 증가
국내 물류거점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도화된 물류서비스의 요구가 늘어나며 기업들의 물류거점 투자가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규모도 점차 대형화되고 있다. 과거에 지어진 물류센터와 최근 지어지는 물류센터의 규모를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과거 지어진 물류센터들은 약 1,000평~2,000평 수준이었으나 최근 지어지는 물류센터의 규모는 약 1만평 이상인 것들이 많다.

최근에는 보다 빠른 배송서비스 구현을 위한 전용 물류센터를 확보하려는 기업들도 증가하는 등 기업들의 물류거점의 증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리자들에게 현재 운영 중인 물류거점 수를 물은 결과, 전국에 운영 중인 물류거점이 16개 이상이라고 답한 이가 32.4%(79명)로 가장 많았다는 것 역시 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 뒤로는 2~4개 27.9%(68명), 5개~10개 22.9%(56명), 11개~15개 11.5%(28명), 1개 5.3%(13명) 순으로 집계됐다. 이 설문 조사를 통해 보면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기업의 대다수가 전국에 2개 이상의 물류거점을 운영 중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류현장에서 근무하는 총 근로자수에 대해 관리자들의 45.5%(111명)가 500인 이상이라고 답했다. 그 뒤로는 300인~500인 미만 25%(61명), 100인~300인 미만 16.4%(40명), 50인~100인 미만 9.8%(24명), 50인 미만 3.3%(8명) 순으로 집계됐다.

물류거점 별 평균 근로자수에 대해 관리자의 32.8%(80명)는 100인 이상이라고 답했다. 51인~100인 미만이라고 답한 이들도 25.4%(62명)였다. 이는 물류센터가 대형화되고 있는 만큼 현장마다 필요한 인력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 뒤로는 21인~50인 미만 20.1%(49명), 11인~20인 미만 18.4%(45명), 10인 미만 3.3%(8명) 순으로 집계됐다.

근로자 물류현장 기피현상 심각, 인력 수급 차질
물류현장 인력 수급 불균형 현상이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거점의 증가와 달리 인력 수급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관리자들에게 인력 수급 상태에 대해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44.2%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원활하지 않다고 답한 이들은 31.1%(76명)였으며, 매우 원활하지 않다고 답한 이들도 13.1%(32명)였다. 보통이라고 답한 이들은 37.8%(92명)였다. 반면 현장 인력 수급이 원활히 진행된다고 답한 이들은 18%(44명)에 불과, 관리자들이 느끼는 인력 수급의 어려움은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력 수급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이유(중복체크)와 관련해 관리자들의 75.4%(184명)는 물류현장의 기피현상을 꼽았다. 물류현장에 대한 근로자들의 거부감이 커 인력 수급 자체가 어렵게 진행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39.3%(96명)가 인력공급의 절대적 부족을 꼽았다. 이 부분 역시 근로자들의 물류현장 기피 현상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뒤로는 잦은 이직이 32.8%(80명), 물류현장의 지리적 여건 31.1%(76명), 낮은 임금 26.2%(64명), 수요의 급작스러운 증가 14.8%(36명) 순으로 집계됐다.

관리자들은 원활하지 않은 인력 수급 현상으로 약 10% 이상의 물류서비스 차질이 발생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발생되는 물류서비스 차질 정도를 살펴보기 위해 질문한 결과 관리자의 52.4%(128명)가 서비스 지연과 경제적 비용 증가 등의 현상이 발생, 전체 물류서비스 중에 약 10%~20% 수준에서 차질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그 뒤로는 21.3%(52명)가 20%~30%의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30%~40%도 14.8%(36명)가 답했다. 50%이상이라고 답한 이들도 3.3%(8명)나 됐다. 반면 거의 차질 없다고 답한 이들은 8.2%(20명)에 불과했다.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인력 충원, 상당수는 비경험자
기업들은 도급사나 인력공급업체를 통해 물류현장 인력을 공급받는다. 인력 공급이 어려울수록 더 많은 협력업체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협력업체 이용과 관련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68.4%(167명)는 3개 이상의 협력업체를 이용해 인력을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개사 이상도 15.2%(37명)로 집계됐으며, 1개사는 16.4%(40명)로 조사됐다. 협력업체 수가 3개사 이상으로 나타난 것은 단일 기업으로 인력 수급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류현장의 인력들은 정규직보단 비정규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현장 내 비정규직 직원 비율에 대해 응답자들의 29.9%(73명)는 약 30%~50% 수준이라고 답했으며, 70% 이상이라고 답한 이들의 비중도 28.3%(69명)로 집계됐다. 그 뒤로는 50%~70%가 20.1%(49명), 10%~30%가 15.2%(37명), 10% 미만이 6.5%(16명) 순으로 나타났다. 물류현장 내 비정규직이 많을수록 기업들은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고정 근무자가 적은 만큼 하루하루를 비정규직으로 채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비정규직 중에서도 매일 새롭게 출근하는 이들의 비율을 살펴본 결과, 응답자의 과반수가 매일 10%이상을 새로운 인력으로 충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38.9%(95명)는 10%~30%, 14.8%(36명)의 응답자는 30%~50%라고 답했다. 소수지만 응답자의 3.3%(8명)는 50%~70%가 매일 새로운 인원으로 충원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근로자 숙련도에 따라 생산성이 좌우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비정규직이라도 해당 근무지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주길 희망한다. 그러나 비정규직들의 경우 한 곳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 한 근무지에서 3개월 이상 근무하는 비정규직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개월~3개월 미만이 36.1%(88명), 1주일~1개월 미만이 18.5%(45명)로 과반수(54.6%) 이상을 차지했다. 3개월~6개월 미만은 21.3%(52명), 6개월~1년 미만은 20.9%(51명), 1년 이상은 1.6%(4명)로 집계됐다.

인력수급의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불안정한 근로상태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어본 결과, 관리자들의 95.1%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물류현장 인력 수급의 문제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라는 것으로,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평균 10시간 이상 근무, 추가 근로 빈도도 잦아
근로자들이 회사와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성장과 더불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회사의 비전과 장래성을 꼼꼼히 따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선택하기도 한다.

요즘 청년층에서는 보다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는 회사와 직업을 선호하고, 이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근무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물류산업은 아직까진 특례 업종으로 적용받고 있지 않지만 물류 현장에도 조만간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물류현장의 평균 근로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50%가 넘는 관리자들이 10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했다. 이는 52시간 근무제 도입 시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류현장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발생한다. 고객에게 약속된 시간에 상품을 전달하기 위해 종종 근로자들의 추가 근무도 발생한다. 그 빈도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본 결과, 관리자들의 58.6%(143명)는 ‘매우 잦은 편’이라고 답했다. ‘잦은 편’이라는 응답도 19.7%(48명) 나왔다. 반면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21.7%(53명)에 불과했으며, ‘없다’고 한 응답자는 한명도 없었다.

타 업종 대비 노동 강도 높고, 상하차 가장 꺼려
관리자들이 간접적으로 느끼는 물류현장 근로자들의 노동 강도는 타 업종 보다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리자들에게 타 업종 대비 물류현장의 근무 강도는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를 물어본 결과, 관리자들의 51.2%(125명)가 높다고 답했으며, 16%(39명)의 관리자는 ‘매우 높다’고 응답했다. 반면 근무강도가 낮거나 매우 낮다고 답한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특히 이들은 물류현장 작업 중에서도 상하차 분야가 가장 힘들다고 꼽았다. 여러 현장 작업 중 가장 힘든 작업에 대해 상하차 작업이라고 꼽은 이들의 비율이 71%(173명)로 압도적 수준으로 조사된 것이다. 그 뒤로는 피킹 작업이 11.9%(29명), 상품분류작업 8.6%(21명), 입출고 3.7%(9명), 포장/검수 3.3%(8명), 모든 작업 1.5%(4명) 순으로 집계됐다.

한편 이들은 또 비숙련 근로자도 쉽게 할 수 있는 작업 분야로도 상하차 작업을 꼽았다. 관리자들의 56.2%(137명)는 물류현장 업무 중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로 상하차 작업을 꼽은 것이다. 모든 작업 분야에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이들도 16.8%(41명)나 됐다. 그 뒤로는 피킹 11.4%(28명), 상품 분류 7.8%(19명), 포장/검수 4.5%(11명), 입출고 3.3%(8명) 순으로 집계됐다.

정규직 선호, 임금수준도 그럭저럭 괜찮아
일이 힘들어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근무지면 선호하는 근로자들이 많다. 그렇다면 물류현장의 임금 수준은 어떨까. 물류현장 근무자들에게 지불되는 임금 수준에 대해 물어본 결과, 관리자들의 63.5%(155명)는 최저 임금보다 높다고 답했다. 최저 임금 수준이라고 답한 이들은 36.5%(89명)였다. 반면 최저 임금보다 낮다고 답한 이들은 한명도 없었다. 물류현장 근로자들의 경우 최저 임금보다는 다소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관리자들의 설문조사 결과, 물류현장의 경우 근속기간, 작업 숙련도에 따라 임금 상승요인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근로자의 근속기간, 작업숙련도 등에 따라 임금 상승요인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 관리자들의 47.9%(117명)는 그렇다고 답했다.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관리자들 역시 16.8%(41명)였으며, 보통이라는 답변은 23.4%(57명)였다. 반면 아니다 라고 답한 이는 11.9%(29명)에 불과했다.

또한 정규직 전환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자의 57.4%(140명)는 정규직 전환의 기회 요소가 많고,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일부 관계자들은 부대비용과 임금 상승, 관리 포인트의 증가 등의 이유로 정규직 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현장 실태 요약 - 관리자입장

▲ 관리자들은 현장 인력 수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근로자들의 물류업종 기피현상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인력 부족으로 현장 운영에 최소 10%이상 차질을 빚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3개 이상의 협력 업체를 통해 인력을 수급 받고 있다.

▲ 현장 인력은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며 이중에서 매일 10%이상의 인원이 교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 현장 관리자들은 현재 겪고 있는 현장인력 수급 불균형의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관리자들은 근로자들의 업무강도는 타 산업에 비해 높으며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0시간이며 야근 및 추가 근로의 빈도가 상당히 높다고 응답했다.

▲ 현장 작업 중에서는 상하차 작업이 가장 힘든 작업이라고 응답했으며 그 비율 또한 71%로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숙련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에 대해 상하차를 꼽아 전문성이 없더라도 할 수 있지만 가장 힘든 작업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관리자들은 현장 근로자의 임금 수준에 대해 최저임금 보다 높다고 응답했으나 최저 임금 수준이라고 답한 비율도 상당수로 종합해 보면 최저임금 수준에서 크게 높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 경력이나 숙련도에 따라 임금 상승 요인이 존재한다고 답한 비율이 높으며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 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은 임금과 부대비용의 상승을 불러오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각도 상당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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