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육상물류업계, 화물운전자 노동환경 근본부터 개선 나서

잇따른 과로사로 근로시간 개혁에 나서고 있는 일본정부의 노력이 육상물류시장에도 ‘일 방식 개혁’에 대한 정책으로 가시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일본 트럭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산업시장의 생명줄을 담당하는 육상화물운송 시장의 화물차 운전자들에 대한 노동환경을 개혁하지 못할 경우 지속가능 산업이 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육상물류시장의 근로환경을 근본부터 개선하고 있으며, 국내 운송업계도 현재의 전근대적 노동환경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화물차 운전자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일본이 논의 중인 부문은 ‘화물운수업종’을 일하기 좋은 업태로 만들기 위한 거래조건(운임) 개선과 생산성 향상에 대한 고민이다.

이에 따라 일본 국토교통성(우리의 경우 국토교통부)은 운송운임을 개선하기 위해 위법적 거래 및 운임 협상 노하우를 포함한 ‘트럭운송 사업자를 위한 가격협상 노하우 핸드북’까지 제작, 이를 공개했다. 이밖에도 운송운임과 운송에 따른 요금을 별개로 명확히 구분하는 한편 표준화물 자동차운송 약관등도 개정, 근로방식에 대한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육상화물운송 물류시장에서 어떤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는 걸까?


원하는 운임 못 받는 화물운전자, 85%에 달해

일본 육상운송업계는 현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차량 대기시간 기록 의무화, △화주 권고제도 운용 강화, △화물차 운송사업의 중계수송 실증실험 실시, △이중 연결 트럭 실증실험 등 다양한 업무개선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일본 육상화물운송시장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과당경쟁과 열악한 운임 및 노동환경 악화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도쿄 트럭사업협동조합은 2017년 1월말, 조합원인 운송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운임동향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지불받는 요금의 경우 희망운임보다 ‘조금 낮다’가 약 46%로 가장 많았고, ‘낮다’(약 32%)와 ‘매우 낮다’(약 7%)등으로 나타나 물류현장에서 운전자들이 원하는 요금을 징수하지 못하는 조합원이 약 85 %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원하는 운임 인상률의 경우도 ‘5~15% 미만’이 40%, ‘10~15% 미만’이 약 32%로 10% 내외의 운임 인상을 원하는 조합원이 70% 이상이었다.

한편 최근 6개월 동안 화주와의 운임협상에 나선 조합원은 약 35%로, 협상 결과 ‘인상됐다’는 응답은 약 32%에 그쳤을 뿐 약 57%의 조합원은 ‘특별한 변화 없다’고 응답했다. 실제 운임 징수 상황에 대해 약 90%의 조합원이 ‘특별한 변화가 없다’고 응답, ‘상승했다’는 응답은 고작 4%에 그쳤고, 반대로 ‘하락했다’고 답변한 조합원도 4%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일본 육상운송업계가 1990년 화물자동차운송사업법 시행 후 규제 완화를 통해 신규 사업자가 급증했기 때문. 이렇게 신규 사업자 하자 구조적 불황에 따른 운송수요의 침체 등으로 운수사업체수 증가율은 둔화된 반면, 폐업 등으로 퇴출 사업자도 증가했다. 이러자 일본 정부는 신규 진입 허가기준을 엄격히 하고, 사전 검사도 강화, 최근 10년간 화물운수 사업자수는 약 6만 2천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화주와의 수급관계 측면에선 여전히 과당경쟁이 계속되는 등 국내 시장과 유사한 상황이다.

근로환경 개선 위해 거래조건(운임) 개선부터 시작

이처럼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장 환경이 개선되지 않자 일본정부는 화물운전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우선적으로 거래조건(운임)개선에 나섰다. 우선 위법과 불법거래 및 가격 협상 노하우를 포함한 ‘화물운송 사업자를 위한 가격협상 노하우 핸드북’을 제작 배포했다.

핸드북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운송을 의뢰하는 화주와 원청 운송 사업자 등 운송 위탁자가 화물차주에게 현저하게 낮은 운임·요금을 부당하게 정하는 것, △계약에 근거하지 않은 부대작업을 무상으로 제공하게 하는 것, △유료도로 이용료를 부당하게 부담시키는 것, △운송 위탁자의 사정으로 인한 추가 운임·요금의 부담을 거부하는 것 등 하도급법과 독점금지법에 위반될 수 있음을 명확히 표기했다. 또 운수사업자가 운송 위탁자와 가격협상 시 노하우로 운송업무 및 부대업무 구분, 운임 및 요금의 구분, 화물중량 및 형태 등의 사전 확인, 운송 위탁자 사정에 따라 화물량 증감이나 적재지연 발생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을 명확히 하도록 했다.

이처럼 일본 국토교통성은 애매했던 기존 화물운송 운임 및 요금을 명확히 하고 표준화물 자동차운송 약관 등도 개정했다. 운임은 ‘화물의 장소적 이동의 대가’로 정의했고, 운수사업자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시트나 로프등을 이용한 적재작업의 대가등도 운임에 포함시키는 등 화물 차주들의 운송외 별도 노동에 대한 명확한 대가를 규정했다.

이와 함께 요금의 경우 ‘운송 이외의 용역 대가 등’이라고 정의, 적재요금, 하역요금, 차량 대기비용, 부대업무 수수료 외에 심야·새벽 배송 등에 의한 특별비용까지 명시함으로서 각각의 노동에 대해 별도 비용항목을 만들었다. 또한 표준화물 자동차운송 약관을 개정, 화물을 보내는 사람이 운송 의뢰 시 작성하는 운송장 등의 기재 사항에 대기시간 비용, 적재요금, 하역요금 등 요금의 구체적인 예도 규정했다. 이 같은 조치는 기존 운송 물류서비스의 요금 구조를 하나로 표시하던 것을 각각의 근로 행위로 운임을 나눈 것으로 이번 법 개정의 특징이다.

통합 운임에서, 각각의 근로행위 別 운임 명시해

일본 육상화물 운송업의 평균 주간 근무시간은 47.4시간. 이 같은 노동시간은 전체 산업의 38.8시간보다 하루 1시간 이상 초과한 수준으로 전체 산업시장에서 노동환경의 경우 낮은 수준이다. 육상화물 운송업의 연간 실제 노동시간(정해진 실 노동시간과 초과 실 노동시간의 합계)은 2,496 시간으로 전체 산업의 2,124시간에 비해 무려 400시간 가까운 장시간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은 일본과 비교하면 2016년 조사된 국내 일평균 운행시간과 운행 외 시간을 합친 총 근로시간의 평균은 13.3시간. 이를 주간 근무시간으로 환산하면 66.5시간으로 과로사에 찌든 일본 시장보다도 무려 19.2 시간이 더 길다. 이와 함께 일본 역시 화물차 운전자의 1회 운행 당 근무시간(업무 시작 시간부터 퇴근 시간까지의 시간으로 노동시간 과 휴식시간(낮잠시간 포함))은 평균 16시간 43분으로 화물차 운전사 노동시간 등을 규정한 「자동차 운전사의 노동시간 등의 개선을 위한 기준」에서 정한 1일 근무시간의 상한인 13시간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한편 트럭 운전자 부족 상황에서 현재 운영되지 않는 약 60%에 달하는 트럭 수송능력을 활용해 어떻게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인가는 일본 물류시장의 과제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우선 ‘대기시간 기록 의무화’를 공식화 했다. 이밖에 소외지역에서 사람과 물건의 이동사업을 ‘겸임’한다. 이는 인구 감소에 따라 수송수요 감소의 소외지역 등에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경우와 트럭을 이용해 여객을 운송하는 경우에는 최소 차량 대수 및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최대중량 등 허용 기준을 마련, 사업 ‘겸임’이 가능하게 하는 조치에도 나섰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조치는 트럭운송의 운임·요금 정의의 명확화가 육상운송 사업의 ‘일하는 방식 개혁’의 기반이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육상운송 화물의 발송부터 도착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송 및 다양한 부대 작업을 명확히 해 ‘서비스의 가시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판단이다.

이렇게 되면 운송사업자는 운송 및 기타 제반 작업에 알맞은 적절한 운임·요금을 화주와 소비자로부터 징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고, 그 운임·요금을 재원으로 트럭 운전사의 임금 향상과 새로운 노동력 확보 등 노동환경 개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육상화물운송시장도 일본의 이 같은 변화를 벤치마킹해 빠른 시일 내에 국내 시장에 접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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