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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항구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다
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 14
정성희 | news@klnews.co.kr   2018년 09월 03일 (월) 17:35:03

   

발트해(Baltic Sea)는 북유럽에 위치한 내해(內海)다. 대서양에서 영국해협을 지나가면 북해가 나오고, 다시 덴마크 반도를 지나면 펼쳐지는 넓은 내해가 바로 발트해다. 남쪽으로는 독일, 폴란드 등이 위치하고 북쪽으로는 노르웨이, 핀란드가 있으며 동쪽으로는 러시아, 서쪽으로는 덴마크가 있다. 발트해는 북유럽에 위치하고 있지만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한다.

서유럽의 북해 항구와 북유럽의 발트해 항구
유럽의 대형 항구들은 영국해협과 북해를 따라 위치하는데, 프랑스의 르아브르(Le havre), 영국의 사우샘프턴(Southampton), 펠릭스토(Felixstowe), 네덜란드의 로테르담(Roterdam), 벨기에의 앤트워프(Antwerp), 독일의 브레머하펜(Bremerhaven), 함부르크(Hamburg) 항구다.

통상적으로 아메리카나 아시아에서 온 대형 선박들은 이 항구들에서 양하한 후, 유럽 전역으로 흩어진다. 그런데 북해의 대형 항구에서 발트해의 소형 항구로 향하는 소형 피더선들이 있다. 피더선을 통해 발트해에서 수출입하는 항구들은 크게 2가지 종류로 분류된다. 하나는 자국의 수출입 화물 위주로 처리하는 항구들로 폴란드의 그단스크(Gdansk), 덴마크의 코펜하겐(Copenhagen), 스웨덴의 스톡홀름(Stockholm), 핀란드의 헬싱키(Helsinki) 항구 등이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자국 화물 뿐 아니라 통과화물을 주로 처리하는 항구들이다. 러시아의 페테르부르크(Petersburg), 에스토니아의 탈린(Tallin), 라트비아의 리가(Riga), 리투아니아의 클라이페다(Klaipeda) 항구로 러시아와 폴란드, 벨라루스,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의 깊숙한 지역으로 진입하려는 화물들이다. 오늘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발트해 항구들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페테르부르크 항구
러시아에서 모스크바 다음으로 큰 2번째 도시이면서 러시아 제 1의 수출입 항구는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다.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가 서유럽과 대서양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만든 항구다.
항구에는 여러 부두와 터미널이 완비되어 있으며, 모스크바, 니즈니노보고르드, 사마라, 예카테린부르크, 노보시비르스크, 타슈켄트, 알마티 등 우랄-시베리아-중앙아시아 지역까지 커버한다. 러시아 제 1의 항구답게 러시아 내에서는 가장 빠르고 투명하게 통관된다. 하지만 부산이나 상해 등 동북아시아에서 페테르부르크까지는 약 42~51일이나 소요되는 것이 단점이다.

심지어는 북해의 항구와 발트해 항구를 오가는 소형 피더 선박이 지체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면 더 늦어지곤 한다. 그리고 페테르부르크에서 통관 후 모스크바까지 운송하는데 약 3~7일이 소요된다.

부산이나 상해 항구에서 모스크바를 운송할 때, 통상 2가지 루트가 경쟁한다. 블라디보스토크 항을 통한 시베리아횡단 철송과 페테르부르크 항구를 통한 해상운송이다. 해상 운송은 2~3주 정도 늦게 도착하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철도 운송대비 안정적이고 대량 선박 운송이라 보다 저렴하며 통관도 상대적으로 쉽다.

운임이 중요한 화주들은 해상 운송을 선호하는 반면, 운송일수가 중요한 화주들은 철송을 선호한다. 2008년 이전 러시아가 역외 물류, 역외 무역을 할 때는 발트해에 위치한 핀란드로 가는 철송 물량이 많았었지만, 최근 10년 동안은 없었다.

그런데 2018년 8월 현대글로비스가 FESCO와 함께 ‘부산~블라디보스토크~페테르부르크‘, 발트해 향 철송을 선보였다. 핀란드와 페테르부르크는 같은 발트해지만 의미는 다르다.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역내에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모스크바 뿐 아니라, 페테르부르크까지 해송과 철송이 경쟁하는 시대의 막이 올랐다.

   

발트해 3국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는 발트해 3국으로 불린다. 1939년 독일과 소련 간 밀약으로 발트해 3국은 소련에 병합되었고,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독립할 때까지 50여 년간 러시아 민족의 지배를 받았다. 1989년 8월 23일은 발트해 3국이 독소 밀약으로 소련에 병합된 지 50년이 되는 날이었다.

오후 7시가 되자 발트해 3국의 주민들이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며 길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수도인 ‘탈린-리가-빌뉴스’를 잇는 약 650km 구간에는 200만 명이 거리로 나와 인간띠를 만들었다. 그들은 차를 국도에 일렬로 주차한 채, 옆 사람과 손을 잡고 촛불을 들고 국기를 흔들며 민요를 불렀다.

성당에서는 종이 울렸다. 인간띠가 만들어졌던 이 길을 ‘발트의 길’이라 부르고 이날의 독립시위를 ‘노래혁명’이라 한다. 노래혁명의 바람대로 발트해 3국은 소련으로부터 분리-독립을 가장 먼저 쟁취하였다.

2004년에는 러시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트해 3국이 유럽연합에 가입하였고 반러시아 정서가 강하다.

리가, 탈린, 클라이페다 항구
발트해 3국의 항구로는 라트비아의 리가, 에스토니아의 탈린, 리투아니아의 클라이페다가 있다. 그 중에서도 라트비아의 수도인 ‘리가’ 항은 가장 많은 70만의 인구가 거주하고, 발트해 3국의 중앙에서 중심 역할을 한다. 리가는 발트해에서 움푹 들어간 곳에 위치해 있으며, 도시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다우가바’강이 시내 중심을 가로지른다. 다우가바강과 발트해가 리가항을 발트해에서 가장 큰 항구 도시로 만든 것이다. 통상적으로 러시아,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화물들이 리가항을 선호하는데 주로 면화, 자동차, 생활용품 등이다.

라트비아의 오른쪽에 있는 에스토니아, 그 수도는 ‘탈린’ 항구다. 탈린은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물류기능이 아주 강한 항구로 리가와 협력하면서도 경쟁하는 항구다. 주로 설탕, 카카오 등 원자재를 항구에서 장기 보관하면서 재고 판매를 하는 곳이다.

리투아니아의 클라이페다항은 리투아니아 자국 화물들과 남쪽에 위치한 벨라루스로 향하는 화물들이 주로 사용하곤 한다.

발트해 3국은 유라시아의 관문
발트해 3국의 항구들은 구소련이 해체된지 27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의 수출입 항구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 이유를 약 6가지 정도를 들 수 있는데 1)러시아어와 영어가 동시에 가능하며, 2)통관이 용이하여 서류 작성이 까다롭지 않고, 3)러시아, 중앙아시아와 동일한 광궤 철로가 깔려있어서 왜건에 적재한 철송이 편리하고, 4)유럽에서 온 트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에서 온 트럭이 같이 모여서 환적이 쉽다. 5)러시아, 유럽, 터키 등과 비교하여 창고 사용료 및 보관료 등 물류비가 저렴한 편이다. 6)미국의 대이란 제제로 화주들이 이란 루트를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

유럽연합은 발트해 3국에 유럽식 표준궤 철로를 중장기적으로 깔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발트해는 광궤와 표준궤가 깔리는 유일한 지역이 되면서 물류가 보다 활발해질 수 있다. 반면 발트해 3국의 항구들은 다소 미래가 불안한 점도 있다.

만약 러시아가 페테르부르크를 이용할 때 혜택을 주거나 발트해 3국을 이용 시 불이익을 주는 경우 발트해 3국 항구들은 위축될 수 있다. 매년 리가와 탈린 항구에서의 물동량은 감소 추세를 보이며 석유와 같은 전략적인 물량은 이미 러시아에서 발트해 3국을 사용하지 않는다. 외교적 무기로 물류가 사용되는 시대다.

발트해 항구들은 한반도 물류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부산, 인천항도 페테르부르크, 리가, 탈린 항구처럼 유라시아의 관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발트해 항구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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