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전용 ‘배 번호 무한증차로 호재를 만난 택배기업들과 달리 일선 택배근로자들은 택배업종과 전혀 다른 법규(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18조제10항 제1호)를 적용받고 있어 아무 연관 없는 엉뚱한 협회에 수 십 억원의 등록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택배근로자들은 전국용달협회에 가입 과정을 거쳐야 차량 등록이 가능할 뿐 아니라 향후 ‘배’번호 이력관리를 위한 통합물류협회에도 별도 관리비를 지불해야 하는 이중 비용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번 증차결정으로 택배시장에서 자가용 택배차량이 영업용 ‘배’번호로 교체될 차량만 약 1만7천 여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작 ‘배’번호의 이력관리를 직접 운영하게 될 한국통합물류협회 따로, 또 엉뚱한 협회에 ‘배’번호 등록을 위해 당장 지불해야 하는 전체 비용만 약 가입비(약 8억 7000 여만원)와 월 회비(1년치)만 약 17억 여 원(서울용달협회 기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새롭게 ‘배’번호로 교체 받으려는 택배 운전자 개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각 시도별 전국용달화물자동차사업연합회(이하 용달협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서울용달협회 기준으로 1인당 최초 가입비(5만1천원)와 연간회비(8500원*12=10만2,000원)를 합쳐 약 15만3천원에 달한다. ‘배’번호 증차가 택배시장에는 호재지만, 택배현장 현장 근로자들에게는 여전히 화물운송시장의 ‘호구’로 남게 되는 만큼 이에 대한 실태와 대안을 살펴봤다.

업종 성격 전혀 다른 협회에 최초 25 여 억 원 거금 납부

정부의 증차 결정으로 당장 ‘배’ 번호 등록에만 약 25억 여 원이 넘는 택배 현장근로자들의 개인 쌈지 돈이 지불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 시도별 용달협회가 이야기하는 기존 자가용 화물차를 ‘배’번호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등록비 징수에 대한 근거는 ‘취업등록과 운전경력 관리’다. 즉 영업용 화물차 운전을 얼마나 했는지에 대한 관리인 셈이다. 하지만 택배 운전자들에게 이와 같은 경력관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특히 택배업과 용달업은 1톤 이하 차량을 이용한다는 공통점 외에 유사점도 없어 전혀 무관한 업종에서 경력관리를 위한 비용지불은 무의미하다.

이에 대한 논란은 이미 지난 2013년 ‘배’번호 증차 때부터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받아왔다. 하지만 당시나 현재도 정부 및 택배현장 근로자들 모두 아무런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는 증차될 ‘배’ 번호 차량 전체 등록비용과 월 회비를 모두 합하면 거액이지만 이를 한명 한명의 택배근로자들이 나눠 부담하면 크지 않은 액수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배’번호 차량 증차 결정에도 대다수 택배현장 배송 근로자들은 거대 육상화물운송시장에서 개인 당 수 십 만원의 의미 없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호구’ 입지를 탈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다.

또 이 같은 배경에는 생활물류 대표 격인 택배업종에 대한 법적근거가 전혀 없이 서비스 성격이 다른 거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산하에서 대형화물과 컨테이너운송, 용달과 개별화물 등에 적용되고 있는 법규를 똑같이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택배 전용 ‘배’번호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용달협회 가입과 더불어 각 시도 용달협회 지부에 매달 일정금액의 회비 등을 납부해야 한다. 여기다 ‘배’ 번호 이력관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통합물류협회에도 향후 별도 비용을 징수할 예정이어서 이중 비용지불에 대한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일선 택배기사 김모씨는 “한명 한명의 개인차주들 입장에서도 큰 비용이지만, 전체 신규 배번호 등록에 나서는 2만 여명의 차주들이 지불하는 비용을 택배현장 근로자들의 복지에 써도 시원치 않을 판에 전혀 관련이 없는 협회에 수 십만원을 납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택배전용 ‘배’ 번호 이중 관리체계, 하나로 일원화해야

그럼 그 실태는 어떨까? 기자는 우선 일반 화물협회와 택배전용차량의 차량 등록을 위해 필요한 ‘화물운송종사자격증명’을 받기 위해 용달협회의 가입비와 월 회비를 각 협회별로 일일이 전화해 <지도 참조>를 비교해 봤다. 또 일반 화물차량인 대형 사업용 화물차가 가입해야 하는 일반화물협회 화물운송종사자격증 발급비는 전국 시도별 차이가 있지만, 1만원 안팎의 가입비와 별도로 월 관리비는 없없다.

하지만 1톤 이하 용달협회의 경우 서울은 5만1천원을 비롯해 전국 용달협회 별로 5만원 안팎의 가입비를 납부해야하고, 여기다 서울기준 월 8500원 안팎의 회비를 자동이체로 지불해야 각 시도 차량 등록과 영업용 사업자등록을 할 수 있다.

일부 지방 협회는 등록비만 30만 원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자가용 택배차량 운전자들이 이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법적근거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18조제10항 제1호’에 있다.

이 법규는 “택배용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를 받은 자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상 개별운송사업자 또는 용달운송사업자의 자격으로 허가를 받아 관련 협회(개별·용달 협회)에서 발급하는 ‘화물운송종사자격증명’을 운전석 앞창의 오른쪽 위에 게시하여야 하며, 제19조 제6항에 따라 관련 협회에 취업신고를 해야 한다”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택배운전자들은 어쩔 수 없이 ‘화물운송종사자 자격증명’을 받기 위해 용달협회 등록과 월 회비를 납부해야 한다. 특히 각 시도 차량등록 역시 용달협회 가입과 화물운송종사자격증명을 인증서를 내야 차량등록을 해 주고 있다.

지방의 한 용달협회 관계자는 “용달 차주의 경우 최고 가입비가 30만원이지만, 택배차주들의 불만 제기로 5만원으로 처리해 준다”고 말했다. 이는 자격증 발급에 필요한 협회 가입비에 정확한 산정근거 없이 주먹구구식의 비용을 받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문제는 최초 ‘배’ 번호 등록과정에서 화물운송자격증명 발급 외에는 가입비와 월 회비를 징수하는 용달협회가 택배전용 번호 이력관리와 관련한 차량 운영주체가 아니며, 일체의 어떤 서비스 제공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다 일선 택배현장 근로자들은 이번 ‘배’ 번호 증차에 따른 이력관리 비용에 대해 별도의 관리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통합물류협회에 앞으로도 매달 3천원을 관리비용으로 납부해야 한다. 따라서 일선 택배차주들은 현재 차량등록과 이력관리 시스템 등으로 이원화된 운영주체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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