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유럽 선진물류 연수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산업 전반에서의 관련 기술 논의가 빠지면 섭섭할 만큼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산업 곳곳에서 보편화를 이루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면 로보틱스, 딥러닝, IoT 기술의 융합이 미래 산업을 어떻게 바꾸고, 산업 현장에서 이에 대해 철저한 대비를 하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으면서 충격을 받았다.

물론 관련 기술에 대해 다각적인 분석을 하면서도 정작 무엇이 바뀌고, 또 이런 기술 때문에 어떻게 무엇을 대비하라는 이야기는 추상적으로 마무리, 아쉬움을 더했다. 결국 이번 박람회는 무엇인지는 모르는 중요한 이야기는 빠뜨린 것 같은 아쉬움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그저 마음속에 조금의 불안감을 남겨놓은 셈이다.

4차 산업 혁명, 빠름과 새로움 등 ‘기술’ 아닌 ‘인간’에 초점
CEMAT 2018에서의 유럽은 우리가 집에 두고 온 것을 잘 챙겨 오고 있는 듯하다. 그들의 산업 혁명은 이미 4번째여서 아무래도 우리보다 이 부분에서 능숙한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우리가 산업적 혁명 속도를 올리기 위한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는

반면 그들은 이번 혁명이 바꿔 놓을 미래 세상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우리의 4차 산업혁명이 ICT 기술 기반에서 빠름과 새로움 등을 강조했다면, 그들의 혁명은 인간이 어떻게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가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적 고충을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로보틱스 다관절 로봇 업체인 KUKA의 경우 2016년 CEMAT과 2017년 PROMAT에서만 해도 다관절 로봇과 자율주행 장치를 융합한 기술을 선보이는데 초점을 맞췄는데, 이번에는 자신들의 로봇이 인간과 어떻게 협업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컨셉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작업자가 증강현실 기기를 착용해 작업 할 때 로봇은 작업자가 하는 행위에 필요한 보조 역할을 수행하면서 각목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의 상상속의 로봇은 인간보다 뛰어난 생산성을 발휘하지만, KUKA는 인간인 작업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작업하도록 단지 각목을 잡는 것에만 힘을 쏟고 있었다.

그럼 그들은 왜 이와 같은 접근과 고민을 하고 있을까? 해답은 그들의 첫 혁명처럼 작은 해프닝인 러다이트(luddite)운동의 교훈에서 찾을 수 있다. 러다이트 운동은 1차 산업혁명 이후에 방직기계가 사람이 하던 일을 대체 했고, 이 때문에 실직자가 발생하자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해 버린 일이다. 과거에는 이 일을 단순 해프닝으로 취급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

이전에는 단순히 지치지 않고 돌아가는 물레방아에 대해 방직공장 해직 노동자들의 불만을 표출한 정도였다면, 지금의 로보틱스는 단순 작업자를 넘어 고난도 숙련공들도 이해관계에 놓일 정도로 그 범위가 넓어져 버렸다.

따라서 실생활에서 사람들이 곧 마주할 IT와 결합한 로보틱스는 산업 현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설치 한지 며칠 안 된 로봇이 수년간 노하우를 쌓아온 자신만큼 능숙하게 작업을 해내는 것을 보는 작업자의 감정은 어떨까? 신기함 보다는 공포가 앞설 수 있다. 작업자는 더 이상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기술혁명, 인간 대체기술 아닌 인간 지원하는 기술로 발전
많은 자동화 투자에서 ROI를 분석할 때, 인건비 절감이 주로 언급된다. 실상은 고정비 투자가 많이 드는 자동화에서 인건비 절감은 크게 효과가 없다. 심지어 자동화는 인력만으로 운영되는 현장과는 다르게 설비를 유지하기 위한 공무 인력을 추가 고용 하는 게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것을 가장 먼저 언급하는 이유는 설비투자 심사 과정에서 가장 쉽게 투자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KUKA나 UR은 이러한 시선을 조금 다르게 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즉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인간을 보조 하는 기술로 자신들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사실 두 회사의 입장만은 아니다. 독일이 주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컨셉인 Industry 4.0에서도 원칙 중 하나로 ‘기술로 지원(Technical assistance)’을 강조 하고 있다. 이는 기술이 인간을 보조해 인간이 하기 힘든 부분을 지원한다는 의미다. 그들이 진행하는 혁명의 결과는 결국 작업자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안심 시키고 있다.

이번 연수프로그램에서 본 기술혁명은 단순한 수치계산을 넘어 보다 인간을 위한 고민의 자리였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200년 전 유럽의 상황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달라 다행히 러다이트 운동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인공지능과 자동화시설을 갖춰도 미래 시장은 고객의 다양성 덕분에 주문을 100% 자동화해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각각의 입장에서 해석한다. 제조업에 강한 독일은 Industry 4.0, 소프트웨어에 강한 미국은 BRAIN 이니셔티브, 신흥 강자인 중국은 로봇 굴기라는 이름으로 동시대 혁명에 서로 비슷하지만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4차 산업혁명에서 이해 관계자에 작업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기술 논의 단계를 넘어 산업 현장에서의 작업자 작업 환경, 노동 구조 변화까지 확대하는 우리만의 따듯한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이번 물류신문사가 주최한 유럽 선진물류 연수프로그램은 더더욱 유효했다.

[정리 손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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