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종, 화운법의 낡은 법규 산하에선 시장대응 못해

▲ D택배사 터미널에 택배상품을 적재하기 위해 자가용 택배차량들이 대기하고 있다.

택배시장 차량만 5만 여대, 매년 시장 두 자리 수 성장

지난 14년간 시장에 이런저런 부작용을 낳고 있는 영업용 화물차 증차금지에도 불구, 정부가 택배 전용 ‘배’번호 증차 에 나선 배경은 택배서비스가 생활 밀착산업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대한민국 국민 1인당 택배 이용횟수만 연 44.8회에 이르며, 이를 경제활동 인구로 환산하면 성인 1인당 이용 횟수만 연 84.9회에 달할 만큼 택배는 이제 보편적 생활 물류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같은 성장세 덕분에 정부는 2012년 화물운송시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급기야 택배전용 영업용 차량증차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이렇게 ‘배’자 번호의 증차 배경은 택배산업이 화물운송시장 내 영업용 화물차 증차제한 등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기존 육상화물운송시장의 낡은 규제안에 속해 있어 빠른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 논리에 따라 정부는 택배시장 전용 영업용 ‘배’번호 증차를 결정한 셈이다.

그럼 2017년 기준, 매출 5조 2000억 원과 연간 23억 1900만 개의 택배 물량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배시장 차량은 몇 대나 될까?

한국통합물류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일선 택배차량은 합법적인 영업용 번호(노란색 바, 사, 아, 자)와 택배전용 ‘배’ 번호 등을 합해 총 2만 7000여대에 달한다. 반면 이들 영업용 번호를 취득할 수 없는 조건의 택배기업과 개인 신용도 조건으로 부득의하게 자가용으로 운영되는 택배차량은 약 1만 6천여 대에 이른다. 이밖에 우체국택배의 영업용과 자가용 택배차량을 합치면 전체 택배 산업계에서 운영되는 1.5톤 이하의 차량은 약 5만여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따라서 정부의 ‘배’ 번호 공급이 실효를 거두려면 법과 현실의 불합치된 부문에 대한 정책 누수 보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류산업과 김대성 사무관은 “이번 정부 고시로 배 번호 증차가 완료되면 자가용 유상운송에 대한 강력한 단속에 나설 것”이 라고 말했다. 하지만 택배시장의 30% 신용불량 배송원들의 자가용 택배차량은 여전히 남게 될 전망이어서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게 뻔하다.

◆시스템을 갖춰 관리 감독 철저히 하면, 증차 폐단 없어

택배 현장 관계자들은 “정부 정책을 택배현장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며 “어차피 택배는 기존 화물자동차운수사업과 별개로 특화된 시장인 만큼 전혀 다른 시장을 기존 법안에 맞춰 시행하려는 정책은 또 다른 폐단을 낳고, 이 폐단을 막기 위해 또 눈앞의 문제만을 해결하는 식의 악순환 정책을 낳게 된다”고 지적한다.

결국 기존 법안에 새 고시를 통해 택배 전용 ‘배’번호가 증차가 되어도, 전체 택배 차량 중 약 34%는 자가용 불법차량으로 서비스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택배용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에 대한 정책방향은 택배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D택배 박동철 부장(가명)은 “택배 전용 ‘배’ 번호 증차의 경우 이미 정부가 전향적으로 시장이 원하는 수요로 공급하겠다고 결정한 만큼 신용불량자 30% 근로자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번호 증차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미 증차된 번호와 향후 증차될 번호에 대한 관리 감독 IT시스템만 확실히 갖추면, 개인과 택배회사 등에 조건 없이 증차에 나서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지금까지 증차된 배자 번호 1만 7000여대 차량과 향후 증차될 번호를 시스템에 넣고, 각각의 택배사 별로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향후 여타 육상운송시장으로 불법 이전돼 운영되지 않게 하는 대안 마련을 정부가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아주대 물류대학원 최시영 겸임교수도 “현재 정부가 고집하는 택배회사 직영 ‘배’ 번호 증차는 택배현실과는 전혀 다르다”며 “국내 어떤 택배사도 정부가 고집하는 직접고용과 차량을 직접 구매해 운영 할 수 없는 만큼 법 적용에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는 택배전용 ‘배’번호의 증차 정책이 보다 거시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자리 잡으려면 공무원들의 면피성 정책이 아니라 물류현장 눈높이에 맞춘 근본적인 정책안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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