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미 마타컴퍼니 대표

회사 생활을 할 당시 상사 한 분이 나에게 주머니 속 송곳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일 욕심이 많아서 적당히 흐르는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 같으니 기왕이면 회사 밖으로 튀어나가지 말고 회사 내에서 튀어서 여성 임원까지 성장하라고 해 주신 얘기였다. (물론, 나는 퇴사를 했고 임원의 길을 가진 않았다). 그분 말대로 나는 삶의 가치를 일의 성취감에 많이 두고, 그래서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 사람이었고 그 에너지를 온전히 내 일에 쏟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창업을 결심했다. 그것이 마타주의 시작이었다.

창업을 결심하고 고민할 때 몇 가지 요소를 충족하는 아이템을 선택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내가 첫 번째 고객일 수 있는, 내가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 서비스여야 한다는 점, 또 시대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필요할 수밖에 없는 사업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짐보관 서비스였다. 특히 오랜 시간 자취를 하고 집을 옮겨 다니며 늘 고민이 많았던 나는 나와 같은 1인 가구가 계속 증가하고 주거환경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즉각적인 매출이 일어나는 명확한 BM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원했는데, 짐보관 서비스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고, 원했던 아이템의 조건을 만족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서비스를 오픈하고 홍보를 조금씩 시작했지만, 겨울이라 보관 주문으로 잘 이어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이 서비스는 지금은 타이밍이 아닌가 싶었다. 시장성이 없으니 그만 해야겠다 싶을 때 심적으로 힘들었다. 그런데 겨울이 지나고 3월 봄이 되면서 갑자기 주문량이 폭주했다. 즐거운 일이었지만, 준비된 창고 공간이 부족했다. 작게 시작하자고 했던지라 넉넉한 창고를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이 다니지도 못 할 만큼 넘쳐나서 박스 사이로 겨우겨우 지나다니는 수준에 이르니, 박스를 찾아 내보내고 다시 넣고 하는 게 엄청난 노동력을 요했다. 창고를 구하고 싶은데 당장 창고를 구할 돈도 부족했다. 저렴하면서도 깨끗한 창고를 확보하기 위해 수많은 곳을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는데 대여금으로도 보증금이 부족해서, 공인중개사와 집주인분을 몇 번을 찾아가 사정하여 보증금을 깎았다. 그 분들께 죄송하지만 그 때 당장 이거 이 가격에 임대 못하면 저는 망한다고 밤까지 문자 보내면서 불쌍한 척을 많이 했다. 창업을 하고 보니 내가 별 일을 다 할 수 있는 독한 구석이 있다는 것에 놀랄 때가 많았다.

창고를 옮길 때마다 그 수많은 박스를 옮겨야 하는 물리적 이동이 수반된다. 그 일을 하는 당사자들도 힘들고 그걸 지켜보고 함께하는 본인도 괴롭다. 그런데 그 어려움을 겪고도 모순적이게도 여전히 작게 시작하고, 진화해갈 수 있는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탄탄하게 인프라와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바뀌지 않는 것은 없고, 탄탄한 것은 반대로 변화가 어렵다는 의미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회사엔 물류 전문가를 두지 않고 시작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방식으로 접근하면 우리에게 맞지 않는 무거운 시스템을 기획하게 되고, 변화를 싫어하게 된다. 오히려 우리는 기존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빨리 공부해서 배웠고, 많은 시행착오 끝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만 남겼다.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우리 팀원들은 몸으로 고생해서 체득한 지식과 경험이 많아져서, 지금은 전문가들을 만나도 우리 서비스에 필요한 물류에 대해서는 우리가 더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스타트업을 하면서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좋았던 일도 있었다. 특지 최근 전략적 투자 유치를 했을 때 좋았던 것 같다. 단순히 자금 조달을 했다는 것 이상, 사업적인도움이 될 만한 요소들이 많고, 꿈꾸던 대형 보관 창고와 시스템을 진화시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많이 설레였다.

새롭게 스타트업을 하고자하는 사람들에게 팁을 준다면 아마도 사람일 것이다. 스타트업에 관련 된 많은 서적에서도 공통적으로 버스에 좋은 사람을 태우라고 나온다. 교과서적이고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스타트업 초기일수록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나는 왜 스타트업을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자기 동기는 대표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성장과 성공, 일에 대한 자기 동기가 명확한 사람들과 함께하면, 관리 체계도 조직 문화도 인위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회사가 커지면 또 달라지겠지만,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기 전까지는 사람이 곧 체계와 문화와 결과를 만든다.

마타주를 운영하면서 늘 크고 작은 걱정과 위기가 있었지만, 내가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힘든 와중에 정말 주저앉고 싶게 만드는 마음도, 힘든 상황에서도 밖에 나가 구걸이라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도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별별 사람들을 만나봤기에 인간관계에 관해서는 닳고 닳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달랐고, 대표의 자리는 달랐다. 서로 선택한 사람이고, 서로 기대하는 바가 크고, 너무나 가깝게 관계라 마냥 쿨 할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팀원간 서로 주고받는 에너지가 일의 결과에 큰 영향을 주는데, 그건 대표인 나와 팀원들과의 관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대표는 타는 속마음을 티내지 않는 어려운 미션이 좀 더 있다.

마타컴퍼니는 짐보관 서비스 마타주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설립 1년 반, 서비스는 딱 1년 된 새내기 회사다.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을 하나로 규정짓기 어려울 때가 있다. 마타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 회사이기도 하고, 물류 체계를 필요로 하는 물류 회사이자, 1인 가구 고객들의 주거 생활을 돕는 생활 편의 서비스업이기도 하다. 규정지을 수 없다는 것은 시장을 새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의미라고도 생각한다.

나는 짐보관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물건의 보관, 관리, 판매로 이어지는 플랫폼까지 이어갈 것이다. 모든 게 새로운 도전이기에, 고객에게 전달되는 서비스 상품의 형태도, 일하는 방식도 편리하고 재밌는 방식을 지속 진화시켜가는 회사가 되고 싶다. 고객도, 물류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도, 협력업체도 편하고 효율적인 시스템도 만들어가고 있고, 그런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만들어내는 통찰력이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 무엇보다 팀원들 모두 본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결과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회사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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