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흐름 주도하는 우정으로 탈바꿈할 것”

우정사업본부의 우편사업은 2011년 이후 매년 적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일선에서는 집배원들의 사고도 반복되고 있으며, 사측과 노조의 대립이 격해지면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끼치기도 했다. 이러한 악순환이 매년 반복되는 것이 오늘날 우정사업본부가 처한 난관이다.
그러나 새해부터 우정사업본부는 조금씩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내부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 중심에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이 있다.
최근 ‘집배물류 혁신전략 10대 추진과제’를 수립해 공표한 강성주 본부장은 2018년을 ‘우정사업본부 변화의 원년이자 최상의 물류서비스 제공과 국가 물류산업의 미래를 열어 가는데 필요한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임기는 짧지만 그 기간 동안 모든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물류업계의 혁신에 뒤처지지 않는 우정사업본부가 될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는 것이 강 본부장의 생각이다. 취임 초기이지만 그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전국 곳곳을 찾아 직원들과 소통함으로써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체국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우문현답)’라고 강조하는 강성주 본부장과 만나기 위해 기자도 현장을 찾았다. 의정부 우편집중국에 강성주 본부장이 나타난 것은 새벽 5시였다. 많은 눈이 내린 추운 날씨 속에서도 그는 곳곳을 누비며 보완해야 할 점을 찾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현장의 목소리와 불편한 점을 빠짐없이 청취했다. 한 시간 반 정도 현장에 머물던 강 본부장은 사무실로 돌아와 다시 회의를 진행했다. 쉴 틈 없었던 그와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두 시간이 훌쩍 지나서였다. 새벽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했지만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 머무른 우정사업본부, 변화의 선봉에 서다

“우편 집중국에 와보니 새롭게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현장을 둘러본 강성주 본부장이 기자에게 건넨 첫 마디는 ‘발전’이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우편집중국은 많은 부분에서 자동화가 이뤄졌지만, 이러한 집중국들이 벌써 30년이나 됐다. 물류의 생명은 속도와 안정성인데,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우정사업본부의 우편사업은 국가사업이자, 정부의 독점 형태로 운영되면서 독보적인 자리에 위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과거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처럼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술과 경제, 시장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조직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위치도 과거 메이저에서 지금은 마이너로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정사업본부가 시대의 변화에 더디게 대응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업무 프로세스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청난 물량을 자랑하던 편지 발송 건수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반면 택배 등 소포 물량은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그러나 이를 원활하게 분류하고 배송해야 할 우정사업본부의 인프라와 업무 프로세스는 아직도 편지를 중심으로 했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의 강 본부장의 시각이었다.
그는 국민들의 생활에 있어 보다 나은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며, 올해부터 시작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두 번 다시 안타까운 사고 발생 않게 노력

“지난해 19명의 집배원들이 돌아가셨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일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강성주 본부장은 집배원들의 사망 사고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더 이상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더불어 현장에서의 사고 방지는 물론 올해는 그 무엇보다도 집배원들의 삶의 질 향상과 능률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적극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본부장은 집배원들의 근로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단축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집배물류 혁신전략 10대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그는 우선 집배원 충원을 실시함으로써 지역별 불균형이 심각했던 노동 강도를 완화, 평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접수 단계의 무인화, △운송 단계의 자동화, △배달 단계의 맞춤형이라는 큰 틀에서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원과 인프라의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뿐만 아니라 현재 추진 중인 중부권광역물류센터의 완공과 초소형 전기차의 보급률이 확대되면 업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집배원의 안전사고 발생률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확대로 매출, 생산성 향상 모두 잡을 것

우정사업본부의 우편사업은 매년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1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예금과 보험사업에서 흑자를 기록해 통합수지는 긍정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흑자가 쉽지 않은 우편사업이다.
강성주 본부장은 인건비와 같은 비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수익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근본적인 개선은 쉽지 않지만 지금과는 다른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까지 유지됐던 ‘투자 및 비용 최소화’ 전략에서 벗어나 매출 확대와 투자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최대한 끌어내는 방안을 수립했다.
대표적인 예가 초소형 전기차다. 집배원의 안전과 효율 향상을 위해 도입되는 초소형 전기차는 약 45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현재 사용 중인 오토바이보다 생산성은 최소 7배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강성주 본부장은 “오토바이 한 대가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는 1년에 약 2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오토바이는 구입비용 140만 원에 1년 유지비가 2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니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전기차는 대당 가격이 1,500만 원 수준이지만 보조금을 받으면 500만 원 정도로 낮출 수 있다. 특히 오토바이 적재량은 35kg에 불과하지만, 전기차는 200kg을 실을 수 있다. 생산성은 7배 이상 향상되고, 집배원들의 안전을 감안했을 때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 초기 투자비용은 높아도 수익 증대는 더욱 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매출 향상을 위한 시도도 다양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확대 전략이 대표적이다. 강 본부장은 우체국쇼핑 내 입점해 있는 5,000여개 업체와 2만여 개의 상품을 글로벌 대형 유통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판매 채널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수한 국내 제품을 해외에 알리는 동시에 아웃바운드 물량도 늘리겠다는 것. 이를 위해 글로벌 유통업체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소포비용의 인하와 24시간 택배접수를 위한 택배방 도입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강 본부장은 “물류의 패러다임이 편지에서 소포(택배)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도 신속하게 적응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집중국은 물론 집배 체제도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인접수 창구나 드론 등의 신기술을 발 빠르게 도입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조와 상호 소통과 협력의 상생 관계 유지

우정사업본부와 노조의 관계는 그리 원만한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이번 인터뷰에서 노조에 대한 질문은 자칫 민감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기자의 섣부른 판단은 완전히 빗나갔다.
강성주 본부장은 “노조는 우정사업본부가 더 큰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중요한 이슈가 있으면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함께 발전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누구와도 소통에 적극 임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그는 올해 초 노조 관계자들과 함께 계룡산을 다녀왔다. 정상에 도착한 일행은 상생과 무사고, 안전을 기원했다. 서로 얼굴을 붉히고 지적만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자는 교감을 나눴다.
강 본부장은 취임 직후 우정사업본부 내 7개 노조가 속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사무실을 방문한 바 있다. 사측 수장인 그의 입장에서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지도 모르는 노조 방문이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함께 소통하겠다는 마음을 몸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노조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하고, 사안별로 함께 합력해나갈 것을 제안했다.
강성주 본부장은 “앞으로 사측과 노조와의 관계는 상호 소통하고 협력하는 상생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라며 “지난해 말 집배물류 혁신전략 10대 추진과제 수립 당시 7개 노조위원장들에게 설명하고 3시간 넘게 난상토론을 벌인 것과 같이 상호 관계가 유지 발전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나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더 나은 미래 기반 만드는데 총력

“빠르게 변한 세상을 하루아침에 따라갈 수는 없다. 다만 따라갈 준비를 차곡차곡 해야 한다. 그것을 준비해야 할 때다.”
강성주 본부장은 우정사업본부의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2년에 불과하지만 남은 임기 동안 우정사업본부의 패러다임을 바꿔보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것이 현장의 안전사고에서 집배원들을 지키고, 노동강도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고, 이는 곧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져 우정사업본부를 찾는 국민과 고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강성주 본부장은 패러다임의 변화는 결국 우정사업본부가 나아갈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정사업의 기본인 배달과 소통이라는 초심은 지키되 항상 새로운 모습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조직은 VIP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곳이 아니다. 농어촌민에 게신 어르신들과 모든 국민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주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 많은 사람들이 우정사업본부 조직과 조직원들을 동정과 걱정, 우려의 대상으로 본다. 이러한 것 바꿔나갈 것이다. 그렇게 우정사업본부의 미래를 밝혀 나갈 것이다.”

사진으로 본 강성주 본부장의 ‘우문현답’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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