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폐업과 전관예우로 만들어진 회사, 시장 발전 저해

물류시장 내 인력공급 구조를 살펴보면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데, 그만큼 쌓인 적폐도 다양하다.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는 이들은 물론 규제를 피해 편법을 일삼는 경우도 많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되는 시장 내 불안요소는 큰 지진 후 언제 발생될지 모르는 여진처럼 당분간 곳곳에서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살펴본 외국인노동자의 불법 고용, 퇴직적립금 갈취 행위, 악의적 계약 체결 등은 물론 그 외에 여러 가지 불법 행위와 산업 저해 요소들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물류시장에 인력을 공급하는 이들이 저지르는 불법 행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바지사장 앉혀놓고 ‘먹튀’ 일삼는 인력공급업체
물류시장에는 수많은 인력공급업체들이 있다. 매년 새롭게 시장에 참여하는 업체도 있지만, 경영난에 허덕이다가 폐업을 결정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그런데 인력공급업체들에 따르면 업체들 중에는 고의로 파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예 처음부터 이른바 ‘먹튀’를 작정하고 시장에 진입했다가 고의로 부도를 내는 수법인데, 업계에서도 악질 중에 악질이라고 불릴 정도다. 인력공급업체들은 고의로 부도를 내는 일부 악덕 업체들 때문에 인력공급시장 전체의 이미지가 좋지 않으며, 근로자들은 물론 다른 업체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왜 고의로 부도를 낼까?
처음 시작부터 폐업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하는 업체는 다양한 체불액을 남긴다. 근로자들의 임금체불은 물론 부가세, 법인세, 지방세 등의 세금 내역도 미납 상태로 둔다. 업주는 자신이 생각해두었던 시기가 되면 부가세 등을 체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주총회를 열어 대표이사를 교체한 뒤 고의로 부도를 내고 잠적한다.

신임 대표이사는 이른바 ‘바지사장’으로, 체불한 임금이나 세금을 납부할 여력이 전혀 없는 신용불량자나 노숙자 등을 앉히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모아둔 돈은 그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결국 폐업에 이르는 순간 현장에서 땀 흘린 근로자들에게 정당한 댓가가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막심한 손해를 입히는 셈이다.

한 물류인력공급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악의적으로 폐업하는 업체들이 많이 없어지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은밀하게 움직이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한 번 재미를 봤던 사람들이 다시 시장으로 들어와 고의 부도를 반복하기도 한다. 고의 부도는 업계의 신뢰도를 갉아먹고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인력공급시장서도 빠지지 않는 ‘전관예우’
물류시장에 존재하고 있는 인력공급업체들의 대표이사 중에는 대형 제조사나 유통사, 물류기업 출신 관계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퇴직 후 인력공급업체를 차려 사업을 벌이는 경우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다른 업체와 동일하게 정정당당한 출발선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기업 임원들이 퇴직 후 사업체를 꾸리면 기업들이 ‘전관예우’ 차원에서 물류센터나 유통센터 등의 일감을 몰아준다. 원청업체가 적극 밀어주기 때문에 사업 초기에 겪는 영업상의 어려움이나 시행착오는 살펴볼 수 없다. 이러한 행위는 그동안 고생했으니 사업체를 다듬고 영업 루트를 만들어보라는 일종의 배려 차원에서 벌어진다. 전관예우 업체가 생겨나면 다른 인력공급업체는 밥그릇을 빼앗기거나, 그 회사의 밑에서 인력을 공급하는 제3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된다. 인력공급 과정에서 거쳐야 할 단계가 하나 더 늘어났으니 수익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형 기업들, 원청업체가 퇴직 임원에게 일감을 보장해주는 기간은 길지 않다. 때문에 가능한 짧은 기간 내에 경쟁력을 키워야 하지만, 운영 노하우가 전혀 없는 이들은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경쟁력을 상실한 업체들은 보통 2년 정도가 지나면 사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다수이며, 이들이 떠나고 난 자리에는 다시 인력공급업체들이 채우게 된다. 인력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전관예우 업체가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그 기간이 시련인 셈이며, 반복되는 것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한 인력공급업체 관계자는 “퇴직한 임원들이 전관예우와 인맥을 동원해 인력공급업체를 차리는 사례가 많지만, 보통은 오래가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겉보기엔 어렵지 않은 사업으로 보이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잦은 폐업과 전관예우는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바지사장을 앉히고 폐업을 일삼으면서도 얼마 후 새 법인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노하우가 전무함에도 인력운영권을 따내는 전관예우가 가능한 것은 계약 체결을 결정하는 요소가 인맥과 최저단가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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