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이 강요하고 도급이 만드는 ‘지옥현장’

물류 현장의 노동현실은 ‘지옥’으로 표현된다. 높은 노동강도를 자랑하면서 인건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 있으며 추가 근로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물론 택배터미널이 아닌 물류센터의 경우는 그나마 노동 강도가 높지 않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택배터미널의 경우 노동 강도는 상당하다. 때문에 사람을 구하는 것 자체가 전쟁터가 되어버린 택배터미널은 일하는 사람에게도 지옥의 일터로 자리 잡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6년부터 택배터미널의 근로감독을 실시한 내용을 지난 해 1월 발표하고 택배 기업들의 개선을 요청했다. 이에 택배기업들은 시간을 달라며 개선의 의지를 보였다. 현장에서도 이러한 노력을 통해 개선이 되어가고 있다. 다만 구조적인 문제는 쉽게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인력을 공급하고 물류센터 또는 택배터미널을 도급받아 운영하는 도급업체에게는 위법한 상황이 강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되는지 알아봤다.

인력구조 어떻게 되어 있나?
물류산업은 기본적으로 파견근로직이 해당이되는 업종이 아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5조에 따르면 근로자 파견 사업을 행해서는 안되는 업무에 ‘물류정책기본법’ 제 2조 제 1항 1호의 하역업무가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물류현장의 운영은 도급계약에 따라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 도급계약이란 당사자 가운데 한쪽이 어떤 일을 완성할 것을 약속하고 상대편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해서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뜻한다. 즉 물류센터는 용역을 받는 기업(이하 도급업체)이 사람을 파견하고 이 인력을 용역을 주는 기업(이하 원청)의 관리자가 직접 관리하는 형태의 운영은 불법이다. 다시 설명하면 원청이 도급업체에게 물류센터의 전체 또는 일부를 위탁 운영하는 방식이 현재로서는 가장 합법적이다.

그동안 계약 구조는 화주와 택배기업간의 계약이 맺어지면 택배기업은 1차 도급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어 택배터미널을 운영하게 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 전에는 1차 도급업체는 2차 도급업체와 계약을 맺고 인력을 조달하는 경우도 많았다. 심한 경우 다단계 구조가 4차 도급업체까지 내려가는 형태로 운영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택배를 제외한 3PL이나 화주가 직접 도급업체와 계약하는 경우도 택배와 같은 구조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1차 도급업체의 직접고용 형태로 인력구조를 바꾸라는 시정명령 후 많은 개선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정 명령은 택배터미널에 대한 부분이지만 일반 물류센터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것. 다만 아직도 파견과 알선을 하도급으로 위장해서 운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나?
물류현장의 노동환경을 저해하는 문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주변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이러한 노동환경에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 어렵다. 현재로서 가장 합법적인 노동 구조는 원청의 관리자가 도급업체의 관리자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도급업체 관리자가 인력을 채용하고 관리·운영하는 형태가 정상적인 구조이다. 물론 인력을 구하지 어렵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직업소개소에서 소개료를 주고 소개받은 인력을 직접 채용해서 사용해야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쉽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때문에 아직도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로 업계에서는 2가지경우를 대표적으로 꼽았다.

첫 번째는 원청(화주나 물류기업)이 불법을 조장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도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우선 도급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처음부터 최저임금 이하로 비용을 책정해 놓고 도급업체를 선정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경우 도급을 받아간 업체는 원가를 맞추기 위해 불법을 자행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도급업체의 폐업은 대체적으로 이러한 경우 발생하게 된다”며 “운영할 때 발생되는 간접비와 세금에 대한 부분으로 원가를 맞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경쟁 입찰을 활용하는 형태도 있다. 능력이 있는 도급업체를 선정해 놓고 최저 입찰한 도급업체의 가격에 맞추라고 은근히 강요하는 형태이다.

다음은 도급 계약을 통해 운영 중인 상태에서 인건비가상승할 경우 발생된다. 원청에서 인상분을 다 인정하지 않는방법으로 도급업체가 위법한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든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10%정도 올랐다고 가정하면 원청에서는 2~3%를 올려주고 맞추라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퇴직금에 최저임금을 녹이거나 근무시간이나 휴게시간을 줄이는 편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편법은 오래전부터 계속 있었지만 올해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더욱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두 번째는 1차 도급업체가 2차 도급업체로 넘기면서 발생한다. 즉 위에서도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알선형태와 파견을 하도급으로 위장하는 경우이다. 계약서를 직접 확인하거나 현장에 가서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가장 많이 일어나는 불법의 형태이다. 이러한 형태의 불법은 도급의 단계를 늘려 실제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의 수준을 현저히 낮춘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이러한 하도급 위장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이러한 경우 실제 일하는 분들의 급여를 맞추기 어렵다”고 전했다. 즉 단계가 많아지고 관여된 사람이 많아지면 실제 일하는 인력의 인건비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 그는 “1차 도급업체들의 경우 대부분은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사실상 2차 도급업체부터는 능력이 안되거나 여건이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실상 위법한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인(人)도급, 불법과의 위험한 줄타기
도급계약은 두 가지 형태로 물량도급 계약 또는 인(人)도급 계약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경우 인도급은 위법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정상적으로도 운영이 가능하지만 합법과 불법의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도급의 특성상 물량도급 계약의 경우 전체 물동량을 기반으로 인력운영과 관리를 도급업체에게 일임하고 물동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이지만 인도급 계약의 경우 인당으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관리상의 위법한 요소들이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당 계약이라는 관점에서 이미 원청의 직접 관여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추가 근로나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원청에서 직접 관여하는 경우가 많고 직접 인력 한명 한명에 대한 업무 등을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도급의 개념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인도급의 경우 원청의 입장에서는 비용절감을 위해 직접 업무를 관여하고 싶은경우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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