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삼석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

2016년부터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세계 항공화물 시장은 지난해 완연한 성장세를 보이며 다른 물류산업보다 비교적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세계 항공화물 업계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2017년 물동량이 전년도 대비 4%에서 최대 10% 가량 증가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항공화물 물동량도 세계 시장과 마찬가지로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2017년 킬러 아이템들이 대거 출시된 전자제품을 필두로 동남아시아 시장의 수출입 수요의 증가, 미주 시장의 경기 회복, 전자상거래 물량 증가 등은 물동량을 증가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부족과 사드 여파 등 대내외적 변수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낸 중소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올해 항공화물 시장은 어떤 양상을 보일까? 노삼석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을 통해 올해 세계 항공화물 시장을 전망해봤다.

2018년 세계 항공화물 성장률 3~4% 전망
IATA(국제항공운송협회)를 비롯해 항공화물 분야의 주요 선진국들은 올해 세계 시장을 대체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후 북한, 중국 등과 대립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지만, 북한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면서 부담을 줄였다. 또한 내수 경기의 호조가 지속되고 있는 미국은 2017년에 이어 올해도 항공화물 성장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노삼석 대한항공 본부장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2016년 하반기부터 주요 선진국의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이 긍정적인 요소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경기의 회복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물량과 수입 물량이 모두 증가하면서 국내 물류업계의 수익도 상승했는데, 대한항공의 경우 2017년 전체 운송 물동량이 전년 대비 약 8%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노삼석 본부장은 “2018년에는 작년 대비 성장세는 다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나 반도체와 IT제품 등을 중심으로 항공화물의 수요는 강세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IATA에서도 올해 항공화물 분야의 성장률을 4.5%로 예상했고, 대한항공도 자체적으로는 평균 3~4%의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세계 항공화물 시장의 변수들
세계 항공화물 시장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동량 증가에 따른 수익 창출 기회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전세가 역전될 수 있는 변수도 존재한다. 노삼석 본부장은 △항공기 공급과잉, △국제 유가, △정치적 불안 요소를 꼽았다.

노 본부장은 “중국계, 중동계열 항공사들이 대형 여객기(Wide Body)를 꾸준히 도입하고 있는데, 이를 이용한 항공화물의 공급 과잉이 몇 년째 지속되면서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몇 년 간 항공화물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각국 항공사들은 화물기 대신 수익성이 높은 대형 여객기를 도입하면서 화물을 함께 운송하는 추세다. 시간이 흐르면서 화물 공간의 과잉 문제가 조금씩 대두되고 있는데, 최근 신흥국들이 항공기 도입에 적극적이라 과점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국제 유가도 변수다. 노 본부장은 유가 상승으로 항공운임도 오를 것으로 보여 경우에 따라선 화주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일부 화물 운송경로를 해운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정치적 불안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최대 불안 요소는 북한이다. 세계 항공화물 시장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미주시장을 자칫 침체기로 빠뜨릴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 또한 중동 지역 등의 정세 변화는 외부 요소에 민감한 항공화물 시장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항공운임의 경우 해외 전문가들은 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배경으로는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 이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 두 나라의 내수 시장 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 유가 상승분의 반영 불가피 등을 꼽고 있다. 노삼석 본부장은 “올해에도 수요강세가 지속될 것이며, 국제 유가도 운임 상승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 했다.

한국발 수출, IT 중심으로 호조세 전망
올해 국내 항공화물 시장은 노선별로 보면 미주와 유럽 노선이, 수출 품목별로는 반도체 등 IT의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삼석 본부장은 “미주행은 전기차와 컨셉카 등 자동차관련 수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 등의 성장이 예상되며 미국에서 판매 승인을 받은 국내 의약품들이 늘어나 관련 품목의 물량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유럽시장의 경우 전기차에 대한 투자가 집중됨에 따라 배터리 물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동남아시아는 국내 대기업의 베트남 투자가 지속되고 있어 이곳을 중심으로 당분간 높은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유럽은 자동차에 대한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2020년에는 2017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20% 이상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때문에 전기차와 관련된 운송 수요가 꾸준하며 이 과정에서 항공화물도 증가 추세다.

중국 시장은 최근 문재인 정부가 중국 정부와 사드 문제를 일단락 짓는데 합의하면서 수출입 물량 감소세와 통관 지연 등의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되었지만, 그 여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노 본부장은 “정치적 갈등이 끝나면 우편으로 수송되는 소비재 중심의 전자상거래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은 물론 중국의 반도체 굴기의 영향으로 관련 설비의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T제품 수요 호조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생산량 확대를 위한 투자 움직임이 긍정적인 역할을 끼칠 것으로 보이며, 꾸준히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물량도 2018년 항공화물 물동량을 증가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삼석 본부장은 “의약품 품목은 인구 노령화에 따른 난치병 의약품 판매의 증가와 개인 맞춤형 의약품 개발 추세 등에 따라 항공화물 수송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
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인천국제공항 내 제2여객터미널의 개장에 힘입어 여객기를 통한 환적 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항공, IT시스템·인천공항 보관설비 투자 결정

국내 최대 항공화물 운송사인 대한항공은 올해 물류서비스 품질 강화를 위해 투자를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시장 상황이 좋을수록 시기 적절한 공급과 내실 다지기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잡고, 불황에 미리 대비함으로써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가겠다는 의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IT시스템에 대한 투자다. 대한항공의 경우 매일 엄청난 양의 항공 정보가 발생되기 때문에 IT시스템(대한항공 화물시스템) 개편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걸린다.

노삼석 본부장은 “대한항공은 현재 운영 중인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극복하고, 최신 IT 트렌드를 반영하는 등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정상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규모 개편 작업을 단행하기로 했다. 올해 대한항공 화물사업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세계적인 IT기업들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손잡고 제2여객터미널 인근에 ‘환적 신선화물 보관시설(가칭)’을 건립하기로 했다. 이는 환적화물에 대한 서비스 품질 개선활동의 일환으로, 더욱 신속한 환적 작업은 물론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이전에는 별도의 보관시설이 없어 여객기로 도착한 화물을 화물청사 내 창고로 이동시켰다가 조업할 때 다시 꺼내와야 했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한항공 측은 건립이 완료되면 온도에 민감한 신선화물이 외부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어 더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은 올해 연료 소모가 많은 B747-400F를 단계적으로 송출시켜 연료비 절감을 지속적으 로 추진한다. 탑재력이 좋은 B747-8F(약 120톤 탑재) 기종을 양방향 수요가 안

정된 상하이, 도쿄, 로스앤젤레스 등 주력 노선에 투입하고, 연료효율성이 좋은 B777F는 중남미와 같은 장거리 노선에 투입하여 운영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전 세계 유일하게 아시아와 중남미(상파울로, 과달라하라, 리마, 산티아고)를 연결하는 직항 화물 노선을 운영 중이다.

노삼석 본부장은 “올해 대한항공은 최고의 항공화물 서비스 제공을 최우선으로 하되, 무리한 운영에 따른 수익 악화와 품질 결여를 방지할 수 있도록 일정 부분 수익성 확보와 운영 효율성 제고를 통해 고객서비스의 개선을 지속할 계획”이라면서 “기존 상품군을 재정비하고, 점차 늘어나고 있는 의약품 항공물류 수요와 관련해 ‘IATA CEIV Pharma 인증’을 활용한 서비스 상품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널리 알려 고객의 신뢰를 제고하는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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