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수당·휴가’ 보장되는 ‘표준’ 근로계약서 도입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택배산업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가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발을 내딛게 됐다.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는 “향후 택배 현장 종사자들의 노동 강도가 수월해지고 막힘없는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통, 마케팅 부분에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택배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라면서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이번 정부 발표에 따라 택배산업은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택배서비스 발전방안 시행에 따라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 지급과 휴가 사용 등이 의무화될 경우 기존 인력 확보 프로세스는 물론 택배요금의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택배요금 체계에서는 추가 비용 지출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시장에서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그동안 일부 택배시장에서 초과근무 시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고, 과도한 업무 탓에 휴가를 내기 어려웠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택배업계는 정부의 택배시장 개선방안이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물류신문은 이번 정책의 주요 사항을 살펴보고, 향후 시장변화를 살펴봤다.

사실상 산재보험 의무화·요금신고제 도입키로
택배업계에서 가장 크게 주목하고 있는 점은 ‘택배기사 표준계약서 마련’과 ‘산재보험 가입 확대’다. 그동안 택배기사들은 직영이 아닌 경우 개인사업자로 분류, 특수고용직으로 업무를 처리해왔기 때문에 일반 근로자처럼 초과근무 수당이나 산재보험, 휴가 등의 혜택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와 같은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에서는 근로 조건을 기입한 표준계약서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고용부와 협조를 통해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가입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의 강요나 가입가능 여부를 알 수 없어 가입률이 저조했던 택배기사들은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아닌 이상 산재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택배 차량 주·정차 허용 구간 확대, 노동력 저감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택배차량은 주차장이 없는 상가나 공동주택에 배송하기 위해 길가에 불법주차를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은 불법주차 과태료라는 부담을 개선하기 위해 오는 2018년부터는 교통 흐름에 방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 택배차량 주·정차 가능지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일부 아파트들이 어린이 보호를 이유로 택배차량의 진입을 거부하거나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높이 제한 탓에 진입이 어려워 배송에 차질을 빚는 시절을 감안해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차량을 내년부터 개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옥알바’로 손꼽히는 택배터미널에서의 야간 상·하차 작업에 자동화설비를 도입, 기술 개발도 내년부터 추진해 고된 육체노동을 기계가 분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매년 물동량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택배요금도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많은 택배물량이 소비되는 온라인 쇼핑시장의 경우 소비자들에게는 평균 2,500원의 택배비를 지불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실제 택배업체에게 전달되는 요금은 평균 1,730원으로 꽤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대외적인 가격표가 아니라 택배업체가 실질적으로 받는 요금을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택배요금 신고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소비자 피해, 택배본사가 먼저 배상해야
이번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에는 한층 강화된 소비자 피해 예방 및 구제 방안이 포함됐다.

우선 택배업체(본사)와 대리점, 종사자 간 책임회피에 따른 피해보상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택배업체가 우선적으로 배송하도록 책임을 규정하고, 표준약관에 명시하는 지연 배상금도 현실에 맞도록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 불만사항 1위로 꼽힌 ‘콜센터 연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는 일정 수준의 콜센터를 갖춘 업체에게만 허가를 내주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택배수화물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 경우 택배기사들도 적지 않은 불편을 겪는 점을 감안해 택배업계와 공동으로 무인 택배함 무상설치 사업도 확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일부 택배기사들이 소비자의 자택 방문 시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일을 방지할 수 있도록 성범죄자나 기타 강력범죄자 등 재범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택배업 종사자 자격을 제한할 예정이다.

친환경 택배차량 신규 공급 규제 폐지
국토부는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을 통해 택배차량의 신규증차 문제를 손질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부터 ‘택배용 차량 번호판(‘배’)’ 허가를 신규로 부여함으로써 불법증차 등의 문제를 해소해나가기로 했다. 또한 친환경 택배차량은 직영기사를 고용할 경우 공급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함으로써 택배서비스의 친환경성 강화와 질 높은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물류스타트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물류 네트워크 사업의 최소자본금 규정(현행 10억 원) 을 완전 폐지하고, 물류투자 펀드 조성 등을 통해 이들 기업을 적극 발굴·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또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고령자들의 복지를 위해 3~4시간씩 근로하면서 50~60만 원의 월급을 지급받을 수 있는 실버택배를 적극 확대하고, 고령자들을 위한 전동카드의 보급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택배를 통한 고령자들의 복지 개선은 보건복지부와 협력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택배배송이 어려운 산간 오지는 드론을 활용해 업체들이 공동배송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관련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의 정상적인 시행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합동 전담팀(T/F)을 구성하고, 업계 등 의견을 수렴해 지속적으로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주요 대책들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령과 기타 관계법령(산재법, 표준약관, 항공안전법 등)의 개정을 추진함으로써 2022년까지 핵심 과제의 시행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을 통해 낮은 요금과 빠른 배송, 친절한 서비스로 눈부신 성장을 이뤄 온 택배가 최근의 산업환경의 변화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해 온 국민이 애용하는 생활밀착산업으로 지속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택배업계 내 반응 엇갈려…현장 적용 시 ‘진통’ 가능성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을 두고 택배업계 내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현장 적용에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택배업체들은 인력 확보문제와 택배요금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이 두 가지 모두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전국택배연대노조(이하, 택배노조)관계자는 “그동안 택배노조의 줄기찬 활동에 화답이라도 한 것처럼 유례가 없었던 전향적인 방안이 발표됐다”며 “당사자인 택배노동자의 요구들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게 정부의 적극적인 사고전환의 결과로 평가된다”면서 이번 방안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영업용 택배차량 신규 허가’에 대해서는 우체국택배 등 실질적 택배 종사자에게 모두 부여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화물운송선진화 방안이 여러 업계와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듯이 이번 방안도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국토부의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이 택배종사자의 이익에 부합되고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 당사자인 택배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일선 택배현장에서도 이번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정부 방침이 향후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삼삼오오 모여 의견을 나누면서도, 현장 처우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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