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미국 스포팅 뉴스는 미국 프로야구 내셔널리그의 ‘올해의 재기상’ 수상자로 콜로라도 로키스의 마무리 투수 ‘그렉 홀랜드(Greg Holland)’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2011년 불펜 투수로 두각을 나타냈던 그렉 홀랜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옮기면서 미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떠올랐다. 그는 2013년부터 3년 간 무려 125개의 세이브와 242개의 삼진을 잡으며 승승장구했고, 최고의 마무리 투수에게 주어지는 마리아노리베라상의 주인이 됐다. 그러나 2015년 시즌 후반 투수에게 가장 치명적인 팔꿈치 인대 부상을 입었다. 선수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고, 결국 팀은 수술대에 오른 그를 방출했다.

2016년을 통째로 날린 홀랜드는 전성기 기량을 회복할 수 있겠냐는 주위의 우려를 씻고 절치부심한 끝에 올해 41세이브를 올리며 구원왕에 복귀해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그의 활약에 콜로라도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기업도 항상 승승장구할 수는 없다. 때로는 성장세를 구가하다가도 어느 순간 모든 지표가 바닥을 치는 일을 겪기도 한다. 오랫동안 시장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위기를 겪었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한 사례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리더들이 있었고, 기업 내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는 점이다.

한물간 ‘고참’에서 꼭 필요한 ‘고참’이 되는 법 : 이종범

2017년 한국프로야구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에서 기아타이거즈가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팀의 영구결번 선수이자 전설로 기억되는 이종범 선수가 다시 야구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1993년 프로에 입단해 ‘바람의 아들’이란 별명을 얻으며 레전드 반열에 올랐던 이종범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국내에 다시 복귀한 후 체력 저하와 그로 인한 성적 부진으로 이종범은 2008년 은퇴를 종용받는 한물간 선수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진가는 이때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이종범은 경기장에 가장 먼저 나오는 선수였고, 가장 늦게 들어가는 선수였다. 주자가 1루에 있으면 조금이라도 진루시킬 수 있도록 밀어쳤고, 안타보다는 희생 플라이에 집중했다. 2009년 기아 타이거즈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 그를 두고 야구 전문가들은 고참 선수의 표본이라고 치켜세웠다.

기업을 비롯해 어느 조직이건 ‘고참’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처럼 명퇴가 유행하는 시절에 고참은 늙다리 취급을 받기 일쑤다. 자칫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사람으로 젊은 조직원들에겐 꼰대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조직의 윗사람들 눈에도 높은 인건비와 소통장애의 주범으로 몰려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대상으로 찍히는 것 또한 고참이다. 하지만 그것은 고참의 진짜 힘을 몰라서 그렇다. 이종범 선수처럼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하는 고참도 얼마든지 있다.

진정한 고참의 첫 번째 필수 조건은 ‘솔선수범’이다. 이종범 선수처럼 솔선수범하는 고참이 있는 조직은 어떻게 변화될까? 먼저 신참들의 행동양식이 변하고 그런 습관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또한 고참이 장기간 근무경험을 통해 축적한 ‘Know-where’, ‘Know-whom’을 활용해 업무의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 진정한 고참의 솔선수범은 신참이나 중고참이 갈구하는 모자라는 1%를 채워주는 화룡점정의 역할을 한다.

진정한 고참의 두 번째 필수 조건은 ‘무사안일을 탈피하는 개선력’이다. 무능한 고참의 공통점은 변화 불감증과 매너리즘에 빠져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이다. 고참은 사업에 책임을 지는 리더(임원)보다 현상의 문제와 개선점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끊임없는 문제의식과 개선의지로 무장된 고참이 있는 조직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진정한 고참의 세 번째 필수 조건은 ‘전문성’이다. 본인만의 전문성을 지녔거나 조직 내 다양한 직무경험을 갖추고 있을 때 고참은 얼마든지 생존할 수 있으며, 조직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진정한 고참의 마지막 필수 조건은 ‘후배·부하에 대한 적극적인 노하우 전수’에 있다. 고참이 아무리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해도 그 전문성이 신참과 조직에 전수되지 못하고 당대에 소멸된다면 조직의 지속성장은 불가능하다.

최근 들어 기업 내 성과주의의 확산으로 동료나 부하들을 경쟁상대로 인식하는 경향에 팽배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노하우를 후배에게 전수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고참의 평가기준에 ‘부하육성’이란 항목을 넣어 보상책을 마련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기업이 모든 고참 사원을 끌어안고 갈 수는 없다. 그러나 능력 있는 고참을 선별해 활용한다면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이젠 기업도 ‘진정한 고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희생을 필요로 하는 ‘그림자 리더십’의 전형 : 요기 베라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야구팬이 아니라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기억이 있는 이 말을 한 사람은 뉴욕양키즈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Yogi Berra, 1925~2015)다.

하나의 야구경기를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포지션으로 포수를 꼽는다. 포수는 투수의 공을 받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투수가 던져야 할 곳에 대한 계산부터 멘탈 관리까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수비 위치와 상대팀 타자의 작전에 따른 대처 지시 등의 역할도 담당한다. 따라서 포수가 안정된 팀은 성적이 오르지만 주전 포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이 나빠진 팀은 그 해 성적을 죽을 쑤기 십상이다. 포수의 자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야구 전문가들은 좋은 포수의 제1조건으로 ‘넓은 시야’를 꼽는다. 포수는 경기를 치르는 내내 최소한 다섯 군데를 동시에 본다고 한다. 자기 팀 투수, 자기 팀 벤치, 타석에 들어선 상대팀 타자, 누상에 나가 있는 상대팀 주자, 그라운드에 퍼져 있는 자기 팀 수비수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야 좋은 포수로 인정받는다. 그래서 흔히 포수를 조직의 리더에 비유하기도 한다. 조직의 크기와 상관없이 리더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요기 베라처럼 팀을 승리로 이끄는 포수들을 살펴보면 자기편과 상대편의 심리를 잘 활용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포수는 공 한 개 한 개를 던질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투수의 심리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 타석에 들어서는 상대 타자의 작은 숨소리나 습관적 몸짓에서 타자가 노리는 구종이 뭔지를 간파하고 이를 역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 성향을 빨리 파악해 코스를 공략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심리 활용에 능한 포수가 팀 승리에 숨은 주역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조직의 리더가 부하들의 심리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평소 끊임없는 관심과 이해하려는 노력 등 많은 학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야구에서 가장 힘들고 고단한 포지션은 포수다. 쪼그려 앉은 채로 경기를 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4kg이 넘는 보호 장구를 몸에 걸친 채로 일어섰다 앉기를 수백 번씩 반복한다. 투수는 한 번 던지면 며칠을 쉬고 다시 나오지만 포수는 매 경기마다 나와야 한다. 또 부상의 위험도 높은 자리다. 투수의 폭투를 몸으로 막거나, 방망이에 빗맞은 공이 마스크를 때리기 일쑤다. 홈으로 쇄도하는 상대팀 주자를 태그 아웃시키려면 온몸으로 저지해야 한다. 이처럼 포수라는 자리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앞에 나서기보다 언제나 뒤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여를 하는 ‘그림자 리더십(Shadow Leadership)’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자기개발로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된 인재 : 김연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종종 스포츠 스타의 성공 비결을 차용해 경영학이나 리더십의 사례로 소개한다. 그 이유는 두 분야가 라이벌, 자기개발, 실패와 성공, 도전 같은 공통의 키워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스타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는 바로 그런 인물이다. 김연아는 여자 피겨스케이팅 종목의 4대 메이저대회인 올림픽, 세계선수권, 4대륙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을 모두 석권한 유일한 선수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선택’과 ‘집중’은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다. 김연아가 세계적인 스케이터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김연아 선수의 최대 라이벌로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꼽는다.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며 기술적 우위를 보이자 김연아는 과감하게 트리플 악셀을 버리고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트리플 루프라는 기술을 선택했다. 아사다 마오가 점프에서 실수를 연발하는 동안 김연아는 자신이 선택한 기술을 갈고 닦아 ‘점프의 교과서’라는 찬사를 들었다.

김연아를 있게 한 것은 ‘기술’뿐만이 아니다. 다른 선수들이 ‘기술’로 뒤따라오자 김연아는 ‘예술 연기’에 집중하면서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졌다. 우리가 알다시피 이 선택과 집중은 성공을 안겼다. 김연아 특유의 표현력은 평가를 더욱 배가시켰다.

스포츠 세계에서 항상 뒤따르는 것이 ‘실수’다. 아무리 천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고, 전설적인 선수라도 실수를 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실수가 나온 뒤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결과적으로 성공과 실패 여부를 가른다.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살코라는 기술을 구사하다 한 바퀴만 도는 실수를 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회에서 김연아는 여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200점대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김연아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경기 도중 실수를 해도 당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설령 실수를 하더라도 빨리 잊어버리고 남은 과제에만 집중했다.

라이벌은 때때로 혹은 번번이 ‘발목을 잡는 상대’지만, 잘만 이용하면 ‘도약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지금의 김연아를 있게 한 일등공신은 아이러니하게도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다. 처음에는 아사다 마오의 기량이 김연아 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받았지만,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를 이기기 위해 꾸준한 자기개발과 도전을 지속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들도 라이벌과의 경쟁 속에서 성장한 예를 우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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