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4.0 시대의 도래, ‘융합’이 답이다
“수많은 화물박스가 쌓여 있는 물류창고. 직원이 증강현실(AR) 기술 기반의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면, 찾아야 할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글라스에 나타난다. 직원이 양 손으로 가볍게 물건을 들어 올려 함께 따라다니는 로봇에게 전달하면, 로봇은 물품 정보를 자동으로 인식해 정해진 하역장에 화물을 적재한다. 그리고 이 박스는 드론으로 도착지까지 배송된다.”

영화에서나 볼 법했던 장면이 실제로 물류현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AI(인공지능)기술이 실제 물류현장에 접목되어 ‘물류4.0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물류산업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자동차와 배, 항공기, 철도였지만 이제는 첨단 기술들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물류 4.0은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고 산업 간 경계가 자연스럽게 무너지는 이른바 ‘무경계(無經界)’ 시대이다. 기술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과 독일, 중국은 이미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사회라는 시대적 흐름에 앞서 나가고자 미래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물류4.0으로 펼쳐지는 미래 변화 앞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가?

먼저 물류4.0 흐름에 맞춘 다양한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 증강현실, 로봇기술, 무인자동차 등 핵심 기술의 활용 사례를 분석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물류산업과 물류업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인사이트(Insight)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된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네트워크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공지능 로봇을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 물류와 로봇이 결합되는 물류자동화시대에서의 로봇의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안하는 것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DHL은 현재 로커스봇(Locusbot)과 에피봇(EFFiBot) 등의 로봇이 물류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업무 현장에서 로봇이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공존하는 방향이 고안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을 물류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주요 아젠다로 인식하고 지속적인 투자 확대를 통해 물류4.0 시대를 전략적으로 맞이해야 한다. DHL은 2013년부터 ‘파셀콥터’라는 무인항공기(드론) 배송시스템을 개발해왔으며, 꾸준한 기술혁신으로 최근 3세대 버전을 완성하며 드론 배송의 현실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또한 타 글로벌 기업과 함께 완전 자율주행차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선진 기술 응용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물류4.0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융합’이다. 산업-기술-업종 간의 전략적인 융합이 필요하다. 미래는 지금보다 더 빠른 변화가 나타나고 점점 더 예측이 어려워질 것이다. 물류4.0 시대에선 물류 효율성 향상에 기여하는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이를 활용한 인프라 창출이 경쟁력이다.

공정한 룰이 물류산업의 발전을 이끈다
물류산업은 화물의 운송, 보관, 하역, 포장, 정보 제공을 통해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와 소비자 편의 증진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모든 산업분야가 그러하듯이 물류산업 역시 사업자 간의 공정한 경쟁을 통한 자극과 질서가 필요하다. 그런데 물류시장 내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시장점유율의 차이와 그로 인한 규모의 경제에 따른 우열, 화주와 운송인 또는 운송인과 운송주선인 간에 일어날 수 있는 갑을관계 등 물류산업 특유의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이러한 불균형을 건전한 긴장 관계로 전환시켜 시장의 전체적인 발전을 도모하려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룰이 필요하다.

시장경제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법규로는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이나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독점규제법’)이 대표적이다. 독점규제법을 통하여 사업자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를 부당하게 결정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를 규제할 수 있다.

그러나 독점규제법은 어느 정도 큰 규모를 갖춘 사업자들의 부당한 행위만을 규제할 수 있고, 물류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일반적 시장경제를 감독하기 위해 마련된 법규이므로, 물류산업에 특유한 결함을 교정하고 공정한 시장을 형성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독점규제법의 적용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물류분야를 이해하기는 그다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류정책기본법은 2007년에 제정된 최신의 법규이다. 그 이전에는 화물유통촉진법이 있었는데, 물류산업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물류 관련 정책기능이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어 물류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에 물류의 범위를 확대하고 국제물류를 촉진하는 지원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물류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물류정책기본법이 제정되었다.

물류시장의 불공정 관계를 해소하려면 독점규제법뿐만 아니라 물류정책기본법에도 당사자 간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적절한 규정을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물류시장에서 대기업의 횡포를 방지하고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물류정책기본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에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화주기업과 물류기업의 부당 공동행위, 불공정거래, 부당이익 제공, 보복조치에 대한 신고를 받아 철저히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화주기업뿐 아니라 물류기업도 제3자 물류 촉진을 위해 물류시설을 매각·인수·확충하거나 물류컨설팅을 받으려는 경우에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물류산업의 공정거래 감시 기능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산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로 확대한 것은 매우 적절한 처사이다. 아무쪼록 룰을 지키는 공정한 경쟁을 통하여 우리 물류산업이 성숙단계에 진입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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