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노동권익센터, 500명 택배기사 대상으로 한 달여 심층 조사 실시

택배산업은 지속 성장하고 있다. 반면 택배기사들의 노동환경은 더욱 열악해져만 가고 있다.

택배기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 노력이 필요한 때다. 국내에 택배서비스가 도입된 지 20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택배기사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노력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되다보니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로 인식하고, 그들의 노동환경을 등한시 해왔던 것이다. 일부 기업들이 지점 및 영업소에 자동분류기를 도입하기도 하고, 에어컨 및 난로, 비대 등을 설치하는 등 택배기사들을 위한 복지 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지만 아직도 개선돼야 할 것들은 많다.

택배기사들의 근무환경 실태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기사는 지난 9월 2일 국회 의원회간 제3간담회실에서 실시된 ‘택배기사 노동실태와 정책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신태중 서울노동권익센터 연구위원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다. 서울지역 택배기사의 노동 및 생활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오감리서치를 통해 일반택배 10개사 소속 500명의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생계유지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택배기사란 직업
택배란 서비스업종에 근무를 희망해 일을 시작한 이들은 얼마나 될까.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택배서비스업 종사 계기에 대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46.4%는 ‘경력·전문성이 없어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자리여서’라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 31.0%, ‘원하는 분야의 일자리가 없어서’ 8.0%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도표 1]

이는 응답자의 88.6%가 택배기사란 일자리가 다른 일자리에 비해 긍정적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 생계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답한 것으로, 택배기사들의 대부분은 생계형 종사자들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 경로의 경우는 ‘동료·친치·가족 등 지인의 소개’가 76.2%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배기사를 선택한 이들은 오랫동안 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평균 택배 경력은 약 7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 것. 택배기사들의 근무 경력은 ‘5년 이상~10년 미만’이 59.4%로 가장 높았으며, 10년 이상의 장기 경력자도 15%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표 2]

이들은 또 대부분 한 곳에서 오랫동안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몇 개의 택배회사 근무 경험이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78%가 1개 또는 2개 회사라고 응답, 택배기사들의 이직률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개 이상이라 응답한 이들 중에는 회사의 합병 등의 불가피한 사유로 인해 이직했다고 답하기도 했다.[도표 3]

이는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근무할 경우 택배기사들의 숙련도가 높아짐으로 인해 짧은 시간 내 더 많은 상품 배달이 가능해짐은 물론 더 많은 거래처 확보를 통한 높은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는 업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많은 택배기사들은 이직을 꿈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기사로 일하면서 이직을 생각한 경험이 있는지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50.6%는 이직을 생각해봤다고 답했으며 다수의 택배기사는 장시간 고된 일자리인 만큼 하루에도 여러 차례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도표 4]

이직 의사가 있다고 답한 253명에게 이직사유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54.2%는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서’라고 답했으며 45.5%는 ‘노동 강도가 너무 심해서’, 43.5%는 ‘노동 강도에 비해 순수입이 적어서’ 등이라고 말했다. [도표 5]

일반 직장인보다 2시간 먼저 출근하고 2시간 늦게 퇴근
택배는 24시간 돌아간다. 전국 각지에서 나온 택배상품을 다시 전국 각지로 분류하고, 배달하기까지 쉼 없이 돌아가는 것이다. 이 중 반 이상의 시간을 택배기사들이 책임져야 한다.

택배기사들의 출근시간은 일반 직장인들보다 이르다. 일반 직장인들의 평균 출근 시간은 9시인 반면 택배기사들의 출근시간은 7시인 것. 택배기사들의 출근시간을 조사한 결과 6시 이전 출근 비율은 11.2%, 7시까지 출근하는 비율은 76.2%, 8시까지는 10.4%, 9시까지는 2.2%인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기사의 평균 출근시간은 6시 54분이다. 반면 택배기사들의 퇴근시간은 저녁 8시 이후인 것으로 조사됐다.

택배기사들의 18시 이전 퇴근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18시~19시 퇴근 비율은 9.8%, 20시~21시 퇴근 비율은 36.8%, 21시~22시 퇴근 비율은 42.2%로 나타났다. 22시 이후 퇴근 비율도 6.4%로 나타났다. 평균 퇴근시간은 8시 17분.

평균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고려하면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3시간 23분으로, 택배기사들은 출근 후 퇴근까지 과도한 업무로 인해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기 어렵고, 점심식사도 안정적으로 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출근해서 퇴근까지 거의 쉬지 않고 일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택배기사의 주당 평균노동시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4시간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40시간~50시간 0.8%, 50시간~60시간 2.8%, 60시간~70시간 39.8%, 70시간~80시간 46.9%, 80시간 초과 10.0%였다.

응답자의 96.6%는 주당 60시간 이상 일하고 있으며, 주당 70시간을 초과하여 일하는 비율도 56.9%로 나타나 절대 다수가 매우 장시간 노동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연간 총 노동시간으로 환산하면 3,848시간으로, 2016년 기준 OECD 평균 1인당 연간노동시간인 1,746시간 대비 2,084시간을 더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노동시간인 2,069시간보다도 1,779시간 많다.

명절 특수기 때의 노동 강도는 더욱 강해진다. 급격한 택배물동량 증가로 인해 일하는 시간도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성수기 동안 택배기사들의 주당 평균노동시간은 86시간 23분으로 나타났다. 90시간을 초과한다고 응답한 이들도 18% 이상이었다. 주당 86시간 근무라는 건 하루 평균 16시간 이상을 반복적으로 일한다는 것으로, 최소한의 수면시간 조차 확보할 수 없는 노동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쉴 틈 없이 바쁜 하루 일과… 무보수 기타 작업도 병행
택배기사들은 출근 후 분류작업을 가장 먼저 실시한다. 분류작업은 지난 밤 각 지역의 허브터미널에서 물건을 싣고 온 간선차량의 화물을 담당구역별로 분류하고 차량에 적재하는 작업으로, 이 과정에서 분류, 배송, 집하 작업 외에 스캔작업과 송장작업 등의 가타 작업도 병행된다.

영업소에서의 분류작업은 택배기사들의 수익과도 직결된다. 분류작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배송과 집하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택배업체들은 영업소 및 지점 내 분류작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게 분류기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 아침 일찍 출근하여 이뤄지는 분류작업에 대한 보수는 별도로 책정되어 있지 않다. 무보수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다. 분류작업에 소요되는 작업 시간은 평균 3시간 51분으로, 2시간 미만 3.0%, 2시간~4시간 72.4%, 4시간~6시간 24.2%, 6시간 초과는 0.4%인 것으로 조사됐다.

분류작업이 완료되면 택배기사들은 배송을 나가게 된다. 통상적으로 가장 길게 소요되는 작업 시간이다. 응답자의 평균 배송작업 소요시간은 6시간 54분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4시간 이하 2.0%, 4시간~6시간 31.4%, 6시간~8시간 61.6% 인 것으로 조사됐다.

배송작업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발송될 택배를 수거하는 집하작업이 진행된다. 집하작업 소요시간에 대한 조사 결과 1시간 이하가 17.0%, 1시간~2시간 52.0%, 2시간 초과 12.6%로 나타나 배송작업에 소요되는 시간보다 집하에 소요되는 시간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하작업의 평균 소요시간은 1시간 34분.

분류, 배송, 집하 외에도 택배기사들은 송장작업, 스캔 작업 등의 기타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응답자의 14.4%는 기타 작업 소요 시간이 없다고 응답했으나, 응답자의 62.4%는 1시간 이하의 작업 시간이 소요된다고 답했다. 기타 작업의 평균소요시간은 1시간 3분 정도로 집계됐다.

이상의 각 작업들의 평균소요시간을 합산하면 하루 총 노동시간은 13시간 22분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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