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수급 패러다임 바꿔야, ‘운임 재검토’가 해답

물류시장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턱없이 낮은 임금이 오랜기간 고착화되면서 현장 인력부족이 일부 업종에서부터 만성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 물류시장이 해결방안 마련을 고심하고 있지만, 해법은 의외로 간단한 ‘현 운임의 재검토’가 해답이란 지적이다.

한편 글로벌 물류시장은 국내 시장보다 인력부족이 더 심각, 이미 오래 전부터 인력 구하기에 초비상이다. 미국에 이어 일본 물류시장에서도 택배와 일반 육상운송 운전자 구인이 어려워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에서도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친화적 노동환경으로의
개선과 현재 지급되고 있는 비정상 임금에 대한 재설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결론은 그 동안의 과도한 노동현실에서 탈피하고, 제공된 노동력에 비해 부족했던 임금을 정상화 하는 것만으로도 산업시장을 위협하던 운송 거부와 인력 충원 문제를 손쉽게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물류시장 인력수급 불균형에 대한 원인과 기존 패러다임을 바꿔야하는데 필요한 대안을 찾아봤다.

 

◆부산항 운송거부, 낮은 운임·열악한 노동환경 때문

지난 7월 국내 물류시장에선 부산항 환적화물 운송업계가 대형 트레일러 운송 운전자를 구하지 못해 운행을 멈출 수밖에 없다는 업계 불만을 겨우 진정시켜 놓았다. 택배시장 역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여전히 현장 배송인력 충원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언제 어디서 서비스를 멈출지 모를 상황을 맞고 있다. 일반 육상물류시장도 그 동안 지속된 차량 공급덕분에 당장은 공급이 안정화된 상황이지만, 이곳 역시 조만간 운전자 구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서비스 불안은 상존해 있는 시한폭탄 같은 시장이다.

당장 국내 물류시장에서 인력수급 곤란을 겪고 있는 대표적 현장은 부산항이다. 지난달 부산항 환적화물운송사들은 현재의 운임으로는 운전자를 구할 수 없다며, 운송거부 논의했지만 미봉책으로 올해 연말까지 운임협상을 미뤄 한숨은 돌렸다. 하지만 언제든 운송거부는 재발할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부산항 환적화물 운송거부의 직접 원인은 물류시장 전반의 현상인 과도한 노동(하루 12시간 격일 근무)에 비해 낮은 임금(1회 운송비, 1만8000원)으로, 대형 트레일러를 운전할 수 있는 운전자들을 구할 수 없기 때문. 2차 운송협력사들이 요구한 운임인상안은 기존 운임에 4천원을 더한 금액(2만 2천원)으로 현재 이중 50%인 2천원은 부산항만공사가, 나머지 50%는 1, 2차 운송사가 서비스 수혜자인 해운선사로부터 지급받아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부산항만공사는 보다 합리적 운임을 산출하기 위해 이달 초 적정운임에 대한 용역을 발주, 최적화된 운임을 만들어 시장관계자들과 별도 협의해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합의 운임 도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용역결과가 내 놓은 운임이 애초 요구한 비용에 못 미칠 경우 이를 수용할지도 의문이고, 또 수용 하더라도 1차 운송사가 선사로부터 인상된 운임을 지불받지 못하면 자신들의 주머니에서는 지급할 여력이 없다.

따라서 부산항 환적화물에 대한 적정 운임인상에 대한 낙관은 향후 협상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잉공급이 인력부족 원인, 운전자 친화적 환경조성 산업시장에서 현 물류인력 부족현상 근본 원인은 물동량비해 많은 운송수단 공급과잉 시대가 오래 지속되면서 부터다. 특히 고객인 화주들에게 수많은 물류사업자들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졌던 시절의 경우 대부분의 물류사업자들은 고객의 무리한 업무조건을 무조건 수용해 왔다. 그 덕분에 노동환경은 열악해졌고, 운임역시 하락했다. 따라서 물류시장의 공급과잉에 대한 대안마련과 이를 뒷받침할 정책안이 현 패러다임을 바꿀 유일한 해법이다.

 ◆공급과잉이 원인, 타 업종과 유사한 노동환경개선 필요

이처럼 육상물류시장 운전자 부족은 오랫동안 시장에 지속된 공급과잉 때문으로 당장 뾰족한 해결방안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시간이 갈수록 물동량은 증가하고, 이에 따른 운전자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해지고, 구인난의 가속화는 불가피해 지는 셈이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운전자들의 노동환경을 여타 산업과 유사한 수준으로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운전자는 “아이들이 어릴 때 집에 들어가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 몇 번을 뒤에서 울었다”며 “오전 9시에 출근해 저녁 6시 퇴근하고, 토~일요일은 휴무하는 근로환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몇일은 가족과 저녁을 함께하고, 한 달에 한 두번의 주말은 가족과 보낼 수 있는 노동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화주기업이나 소비자를 포함한 사회 전체의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운전자 친화적인 물류’ 또는 ‘진정한 물류 효율화’를 실현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럼 외국의 현황은 어떨까? 일본 트럭운전직의 유효 구인배율이 1을 넘는 상황은 이미 오래다. 이 같은 상황은 운송수요 증감에 관계없이 운전자를 채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본의 운전자 부족의 가장 큰 요인도 앞서 언급한 여타 산업과 비교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이라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따른 것이다.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는 일본 물류업계는 운전자 부족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뿐만 아니라 물류서비스 안전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청년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도 이직 할 직업으로 트럭 운전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 결국 일본 물류시장도 안정된 수송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트럭운송이나 운전자의 노력에 의존한 물류에서 벗어나 물류 현장직들의 친화적 물류환경 개선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안정적인 육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운전자들의 노동조건을 다른 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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