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립 천마물류/루후커피컴퍼니 대표이사

창고와 물류시설의 역사(歷史)는 물류 역사의 한축이다. 보관에서 시작된 ‘창고’는 ‘물류창고’로, ‘물류센터 & 배송센터(DC, Distribution Center)’로, 이제는 ‘주문이행센터(Fulfillment Center)’로 까지 변화 확장되었다. 1930년 국내 최초 근대적인 물류기업으로 물류산업이 국내에 정착하는 데 시초가 된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가 설립되었고 그로부터 약 90년, 시간의 흐름만큼 물류의 역할과 창고의 기능도 크게 변화했다.

‘물류’는 단순히 상품의 수배송이나 보관만 수행한다는 인식으로부터 경영전략상, 기업의 제3수익원으로서의 성격을 띤 공급망관리(SCM)와 3자물류서비스(3PL)처럼 기업 경영의 핵심 역량이 되었다. 물류시설, 또한 ‘물건의 멸실 또는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보관시설이나 장소’라는 1차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새로운 진화의 과정을 거쳐 기존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상품가치와 편리성을 높이는 유통가공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고객 가치를 실현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설과 산업으로 전환되었다. 창고 작업자의 단순반복적인 수작업 중심의 창고가 랙과 컨베이어벨트, 자동화 설비가 구축된 물류센터가 되고, 이제는 로봇과 빅데이터 등 IT기술이 총집결된 주문이행센터로 정의와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

변화의 원인은 많다. 첫째로,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적인 환경변화에 의한 것이다. 글로벌화와 금융의 빅뱅으로 인한 규제완화의 파도는 물류시설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안겨주었고, 그로 인한 체질개선은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구조조정을 통한 아웃소싱이 확산되고,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운영으로 모든 산업에서 안정적 성장을 이뤄왔다. 물류창고업 또한 마찬가지다. 3자물류의 활성화, 업종별 전문화, IT화, 글로벌화를 통해 나름대로 물류시설선진화를 이뤄왔다.

둘째, 물류와 유통의 경계 붕괴다. 인터넷과 모바일 쇼핑의 급성장, 그리고 소셜커머스의 발전은 물류혁신을 동반했고 물류시설의 산업구조를 바꾸어 놓았다. 당일배송과 유통업체(retailer)의 물류센터 직접운영은 물류창고업체에게는 기회임과 동시에 위협이 되고 있다.

초기 물류시스템을 아웃소싱(outsourcing)했던 유통업체가 잦은 문제점들과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투자와 동시에 연구 기술개발을 함으로써 지금까지 없었던 물류시설의 호황기를 열었으며 기존 고객 주문과 물류를 이원화하던 업계의 관행에서 벗어나 직접 물류 시스템을 다시 개발해 물류센터를 주문과 재고관리와 유통을 직접 관리하는 ‘주문이행센터’로 재정의 한 것이 촉매제가 된 것이다. 물류시설이 고객의 만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물류창고를 전략적으로 빠르게 증대시킨 점, 물류시설을 통한 제품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면서 재고관리를 위해 소비자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여 고객에 대한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검증한 것이다.

셋째, 물류부동산시대의 도래는 물류 빅뱅 시대를 열었다. 금융환경이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의 시대로 전환됨과 동시에 해외로부터 물류부동산 펀드가 국내에 진출하게 됨에 따라 영세하고 소극적인 경영을 한 물류시설운영업체에게 충격을 주었다. 해외 물류부동산 펀드발(發) 인프라 빅뱅은 거대한 테마주를 만들어 자본시장에서 평가받게 하였다. 유통과 IT산업, 물류 등을 포괄하는 ‘대형물류시설’로 자리매김하였고, 투자와 수익률을 실현하는 물류시설로 ‘기능형 물류시설’로 개발되어지게 되었다. 과밀화되고 복잡해진 수도권의 물류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교외지역에서 도심형으로 거점을 옮겨졌고, 규모는 대형화되었고, 램프웨이방식과 PC공법과 같이 선진화 되었다. 보관기능을 넘어 유통가공 기능 배송센터의 기능을 병행하는 복합형물류센터로의 확장은 물류 SCM을 실현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설이 되었다.

돌아보면, 2005년 한국물류창고협회를 창립하고 국제창고협회연맹(IFWLA)에 가입해서 활동했던 때만큼 가슴 뛰게 한 적은 없다. 그리고 물류창고 합리화를 추진하면서 건설교통부 세미나에서 처음으로 듣게 된 3PL과 SCM에 관해 이야기는 필자뿐만이 아닌 창고업자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3PL이라는 새로운 물류업의 접근은 고객의 물류코스트 감소만을 생각하는 물류시설에서, 가치와 이익을 창출하는 사고의 전환을 꾀했던 시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물류 및 물류시설시장에 있어서 혁명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결코 눈에 띄지는 않지만 소리 없이 사회를 지탱하는 거인 같은 존재가 창고이고 물류시설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항만과 공항, 고속도로, 철도와 인접한 물류시설 인프라는 한강의 기적과 경제적 부흥을 통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텄다. 우리 경제에서 물류시설과 물류창고인은 각종 사회비용을 절감함과 동시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 성공의 공헌자였으며 또 동북아시아를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폭발적인 물류증가 및 처리량을 자랑하는 지역으로 이끈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물류라는 것이 ‘물건을 흐르게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물류센터를 운영한다는 것은 용량과 위치, 사람 그리고 지식을 운영하는 것이다. 공급망이 자원에서 소비자까지 재화를 움직이는 혈관과 피라고 본다면 물류센터는 그러한 시스템에 있어 심장에 해당된다’는 정의는 물류시설인의 원동력이다.

‘혁명은 격변적이고 격렬한 현상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시작하여 온 점진적이고 연속적인 기술혁신의 과정’이라고 아놀드 토인비가 말한 바와 같이 어쩌면 지금의 세계 경제의 어려움 또한 변혁을 위한 점진적이고 연속적인 기술혁신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불황을 극복할 정확한 해법을 제시하기 전에 극복하고자 하는 가능성과 희망을 먼저 발견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있어야 명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경제의 암흑기를 밝히는 우리의 중요한 산업으로서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물류시설산업으로 육성하여야만 보다 긍정적인 미래로 갈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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