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유통시장이 살충제 계란으로 온통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그 동안 동물복지는 뒷전으로 한 체 경제 논리에만 급급해 밀폐되고, 좁디좁은 공간에서 그저 저렴하기만 한 계란을 선호한 소비자들의 이기심 덕분이란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뒤늦게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정작 실제 동물복지를 확산시켜 한 개당 100~200원이 비싸고, 또 한판에는 1만원이 넘는 값비싼 계란을 공급하는 것 외엔 뾰족한 대안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게 논란이 거듭되자 양계협회장은 “소비자들이 그 동안 값싼 계란을 찾아왔기 때문에 계란 생산 농가들도 이에 따른 규모화와 밀집화를 추구해 온 것“이라며 “과연 비싼 동물복지계란을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선호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란파동 후에도 우린 값싼 계란만을 찾을까?

국내 물류시장의 서비스도 당장 살충제 계란과 같은 논란까지는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 논쟁을 거듭하고 있다. 과부하 걸린 노동환경과 저렴한 운임으로 물류현장의 근로자들 복지실현은 꿈도 못 꿔본지 오래다. 화주와 고객들은 이들의 친화적 노동환경에는 관심이 없이 그저 저렴한 물류비를 제시하는 업체만을 선호하고, 그 덕분에 현장은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렇게 값싼 계란만을 선호하고 소비하는 고객이나, 싸구려 택배비와 물류비만을 우선하는 사이 사육현장과 물류현장은 살충제가 남발되고, 영혼 없는 서비스가 불가피한 상황을 맞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밀리고, 이래저래 기존 직장에서 밀려나 어쩌면 마지막 직장으로 선택한 물류 현장이지만 이곳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도 휴식과 위로, 그리고 노동에 정당한 대가는 필요하다.

제한된 공간에서 수십만 마리를 기르는 대규모 공장식 밀집 사육은 계란의 높은 생산성과 저렴한 가격을 통해 그 동안 당연하게 소비자들에게 제공되어 왔다. 물류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한여름 뙤약볕과 조그만 걸어도 땀이 흐르는 노동 현장에서의 대가가 그저 높은 생산성과 저렴한 가격만을 우선 담보해 제공하라고 한다면 우리 물류시장도 언제 어떻게 살충제가 뒤범벅된 서비스로 전락할지 모른다.

물류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노동환경의 개선과 인간다운 노동의 연착륙을 위해 기존 서비스 패러다임을 바꿔나가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조언한다. 문제는 계란을 소비하는 소비자와 물류서비스를 제공받은 고객들의 인식전환이다.

계란 유통시장에서 조금은 비싸더라도 건강한 사육환경에서 생산된 계란을 소비하겠다는 소비자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한 것처럼 물류시장에도 조금은 높은 운임을 지불하더라도 산업 친화적인 노동환경에서 서비스 종사자와 고객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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