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사원 근무환경, 노동시간은 78% 높고 최저임금 못미쳐

▲ 아주대학교 공학대학원
최시영 겸임교수
[전문가 기고] 무한 노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택배산업에도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맥락의 최저요율제 도입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날 18시간을 근무하고, 다음날 다시 운전대를 잡은 버스운전자가 졸음운전으로 10여 명의 무고한 목숨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가 하면, 우체국택배 집배원은 과로로 또는 무한 노동환경에 불만을 품고 분신, 사망하는 일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우체국택배 집배원과 유사하거나 또는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택배종사원들의 근로 문제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무원 확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밝혔다. 최저임금의 경우 올해 시급 6470원에서 2018년 7530원으로 16.4% 인상 결정을 했다.
이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노동과 삶의 균형, 연간 1,800시간대의 노동시간 정착”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런 정책과 공약이 필요한 것은 우리 현실이 그 만큼 급박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성장·고용·복지가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국정목표를 설정과 함께 이번 계기로 왜 택배산업에 최저요율제 도입이 필요한지를 제안한다.

 ◆택배종사원 실제시급, 6,136원에 머룰러

한국교통연구원 화물운송시장 정보센터 자료에서 택배종사원들의 노동환경을 살펴보면 택배시장의 최저요율제 도입이 왜 시급한지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우선 2016년 4분기 기준, 택배종사원은 일평균 12.5시간, 월 평균 25.1일 근무해 월간 총 314시간, 연간 3768 시간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외부로 보이는 수치일 뿐 택배현장 현실은 이 수치보다 노동 강도가 더 하다는 평이다. 여하튼 이 수치로 현행법 상 근로시간은 일 8시간,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월 176시간 근무하는 일반직 노동시간과 비교하면 무려 78% 나 초과한 노동시간이다. 또 연간 노동시간을 비교해도 1800 시간대의 노동 정책과도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전문가들은 이런 노동은 과로를 유발할 수밖에 없고,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또 근무형태도 대다수 노동자들은 주 5일 근무하지만 주 6일로 주말 개념은 아예 없고, 일요일의 경우 하루 단순 휴식에 불과하다.

그럼 택배종사원의 평균 총수입은 얼마나 될까? 월 평균 수입은 328만원. 하지만 실제 화물차 운영 및 연료비, 보험료 및 차량 구입 할부금 등을 제외한 순수입은 235만원에 불과하다. 이를 시간급으로 환산하면 6,136원. 이는 현재 커피숍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최저임금 6,470원에도 못 미치는 것이 택배종사원들의 민 낮이다.

반면 업무 강도는 일반적인 최저임금 적용 대상 일자리보다 과중하다. 택배종사원의 수입은 <표1>의 취급물량과 화물취급 수수료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다. 취급 물량은 수도권의 경우 택배사원 1명의 하루 물량이 263박스에 이른다. 하지만 전라남도 광주지역 택배 종사원은 147 박스에 불과하다. 화물취급 수수료는 기업집하 수수료의 경우 426원~646원, 개인집하 수수료 830원~1,143원, 배송수수료 752원~868원으로 그 차이 또한 크다. 이는 지역별로 규모의 경제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이와 함께 연도별 택배종사원 월 순수입은 2011년 이후 최저 215만원에서 최대 263만원으로 이 역시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수입이 감소하는 경우도 빈번해 택배종사원이라는 일자리를 기피하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노·사 자율 요율제 아닌 강제적 '최저요율제' 필요

택배산업을 집짓기에 비교하면 건축 전 기초공사와 같다. 택배산업은 온라인, 모바일 쇼핑등의 물류기능을 수행하는 일상 생활의 기본 생활인프라일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플랫폼 사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택배산업이 멈추게 될 경우 온라인, 모바일쇼핑 등 신 유통산업도 불가능해지며, 당장 국민 생활 불편 그 이상의 심각한 사회 문제도 발생한다. 화물연대 말 그대로 ‘세상이 멈추는 것’과 같고, 미래 4차 산업혁명의 기반도 상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택배사원을 구하지 못해 택배 서비스 중 일부 차별화된 고급 서비스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결국 이들 국가들은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배종사원의 일자리를 보다 좋은 일자리로, 또 종사원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현재와 같이 택배기업과 택배종사원 간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제도가 아닌 강제적 택배 화물취급 수수료 최저요율제 도입이 필요하다.
사업초기 택배종사원은 택배기업의 직원이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자 택배기업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개인사업자 형태의 프랜차이즈 사업이 된 셈이다. 이렇게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배 화물취급 수수료 최저요율제 도입은 최저임금제 운영방식을 원용할 수 있다. 우선 최저임금 심의위원회와 유사하게 물류기업 대표, 택배종사원 대표, 정부가 참여하는 가칭 ‘화물취급수수료 최저요율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화물취급수수료 최저요율을 매년 심의해 결정하면 된다.

화물취급수수료는 최저임금과 유사한 만큼 사회적 합의도 쉽게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화물취급수수료가 지역적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현실을 반영, 지역별로 차등되는 최저요율제도 제안한다. 본래 최저임금제 역시 지역별 차등제도였으나 아직 국내에는 전국적으로 단일 최저임금제를 시행해 지역적 경제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함께 개선할 수 있다.

또 화물취급 수수료 최저요율 심의위원회를 확대한다면 화물연대에서 제안하는 컨테이너 표준운임제도 여기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택배화물 취급수수료 최저요율제가 도입되면 택배종사원의 수입이 증가,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에도 일조할 것이다.

이와 함께 약 4만 여명이 종사하는 택배종사원들은 현 12.5시간, 주 6일, 월 25일의 과 노동환경을 개선, 일 8시간, 주 5일, 월 22일 근무도 가능해 진다. 이렇게 되면 택배업종 직원의 신규 일자리가 3만 여개 이상 신규로 창출되고, 안정된 수입을 보장하는 좋은 직업으로 인식돼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좋은 일자리로 전환될 수도 있다. 이는 새 정부가 지금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의 모범사례가 되며, 이를 통해 성장·고용·복지가 일체되는 사회 만들기에 일조할 것이다. 이제 정책 입안자들의 적극적인 검토를 당부한다.

아주대학교 공과대학원 겸임교수: 최시영/ 기사 정리: 손정우 기자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