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시스템과 무인 운전차량 결합, 사람 없는 택배 실현

조만간 택배 종사자들 없이도 무인 자동운전 차량과 첨단 IT 시스템의 결합으로 새로운 형태의 택배서비스가 제공될 전망된다. 이에 따라 유사 시스템이 확산되면 인력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택배산업에도 신기원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문제일 뿐 고객들은 택배종사원들과 대면하지 않고도 도어 투 도어 택배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이미 이웃나라 일본의 택배시장에서 IT와 결합된 첨단 물류시스템을 기반으로 무인 택배배달 시범 서비스를 실현하고 있다. 하루 14시간의 택배서비스 종사원들의 고된 노동과 더불어 하루 200여개가 넘는 택배배송이 어떻게 비대면으로 가능한지 그 실체를 알아 봤다.

◆IT와 무인차량 통한, 비대면 택배 시범운영

택배종사원 부족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일본 물류시장에서 최대 택배업체인 야마토 운수가  IT업체인 DeNA사와 공동으로 차량 자동운전을 도입, 장래 무인배달을 고려한 차세대 택배서비스 ‘로보네코 야마토’ 공동개발에 나섰다. 또 이와 관련한 시범 택배서비스도 시작, 조만간 택배 배송원 없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 질 전망이다. 양사가 진행하는 차세대 무대면 택배서비스 실험은 일본의 국가전략 특구인 가나가와 현 후지사와시 일원에서 진행된다. 이 지역은 일본의 정 중앙에 자리한 지역으로 후지사와시의 경우 일본 동해와 인접해 있으며, 인구도 41만 명에 달해 작은 규모의 도시는 아니다.

이번에 양사가 개시한 무인 택배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택배를 받을 수 있는 ‘온디멘드 서비스 로보네코 딜리버리’와 전용 사이트를 활용한 판매대행 서비스인 ‘로보네코 스토어’다. 이들은 먼저 유인 운전차량 3대로 택배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 요구에 맞게 단계적으로 운행 대수를 늘려 나간 뒤, 오는 2018년 즈음 자동운전 차량을 본격 투입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최종적으로 무인 시스템으로 택배배송 서비스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DeNA사 관계자는 밝혔다.

한편 이번 실험 기간은 지난 4월 17일부터 2018년 3월말까지 약 1년 정도로 ‘로보네코 딜리버리’ 서비스는 실험 지역에 거주하는 이용자가 야마토 운수의 전용 홈페이지에서 택배수령 장소를 지정하고 배달 가능한 날짜 가운데 희망시간을 선택하면 무인 실험차량이 시간에 맞춰 지정된 장소에 도착하는 방식이다. 특히 택배 수령 장소는 이용자가 원하는 지역을 자세하게 지정할 수 있는데, 야마토 측은 ‘실험구역 내 교차로 등 위험 장소를 철저히 조사, 그 이외의 장소라면 어디서든 택배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통상 택배 수령시간은 10분 단위로 지정할 수 있고 냉동·냉장식품도 배송이 가능하다. 또 도착예정 시각 3분 전에 스마트폰 등에 자동음성으로 알려주면 이용자가 직접 차 안 라커에서 상품을 꺼내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지역 상점 판매를 대행하는 ‘로보네코 스토어’는 이용자가 전용 인터넷 사이트에서 지역 슈퍼나 드러그 스토어 상품을 구입하면, 서비스 차량이 복수의 점포를 돌면서 상품을 픽업하고 지정된 장소에 배달해주는 형태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범서비스에 이미 24개 점포가 참가 의사를 밝혔고, 절반 이상이 사이트에 입점했다.

이번 서비스 실험차량은 닛산의 상용 전기자동차(EV) e-NV200을 기본으로 개발됐다. 이 차량은 화물칸에 총 8개의 화물을 보관할 수 있는 택배용 라커(사진)를 탑재, 이 가운데 2개는 증가하는 신선식품을 위한 보냉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또 무대면 택배서비스는 운전자가 상품을 배송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차량 뒤쪽 문을 열고 자신의 화물을 찾아가는 셀프서비스 방식이다. 지정된 시간에 스마트폰에 도착한 QR코드를 판독기에 대고 본인을 확인하면 되는데 이는 향후 실행될 자동운전을 통한 무인 택배서비스의 예고편인 셈이다.

◆인력 확충 어려워, 노동 강도 줄이는 시스템 개발

이번 시범 서비스에서 야마토택배는 화물 집 배송을 담당하고, DeNA는 로보네코 딜리버리나 로보네코 스토어용 각종 시스템 개발·운용을 담당한다. DeNA는 로보네코 야마토의 웹사이트 외에 택배수령 장소를 지정했을 때 차량의 최적 운행루트를 신속하게 계산하고 배달 가능한 시간을 표시하는 IT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렇게 양사가 자동 운전등의 실용화 전에 우선적으로 비대면형 택배서비스 실험을 시작한 배경에는 ‘택배서비스 위기’ 때문.

현재 일본 택배시장에서 야마토를 비롯해 일본 택배회사들은 전자상거래 확장과 더불어 배달 화물량 급증하는데 반해 배송 및 트럭 운전자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어 무인 택배배송 대책을 서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본 택배시장 역시 서비스에 부담이 가장 큰 부문은 ‘당일 배송’과 ‘고객 부재로 인한 재 배달’이다. 따라서 이번 시스템의 기반인 첨단 IT를 활용해 어느 정도 택배현장 노동력 부담을 줄일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 이번 시범서비스의 본래 목적이다. 일본 택배차량 운전자는 운전기술, 체력, 고객과의 소통 능력 등을 겸비해야 하지만 이에 적합한 젊은 직원 채용이나 육성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고도의 운전지원(자율운행)기술과 IT를 통한 비대면 서비스를 조합해 신규 운전자의 부담을 덜어줄 경우 신규 직원 채용도 수월해질 것으로 양사는 기대하고 있다.

국내 택배시장도 노동환경개선등에 나서고 있는 만큼 당장은 아니지만, 이번 일본 야마토택배의 무대면 배송시스템의 벤치마킹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택배 전문가인 조윤성 박사는 “인력 충원이 어려워지고, 배송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요금 인상이 어려운 택배시장에서 무대면 택배  비스에 대한 욕구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국내 택배시장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 개발투자를 늘릴 시점이 됐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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