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운전자 부족 해결, 안전성 우선 담보해야 가능

경쟁력있는 물류비와 물류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육상운송 트럭의 대형화의 경우 여러 장점을 갖고 있는 만큼 도입여부에 대한 논란 여지는 없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 등 물류 선진국들에겐 필수적인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이후 지속적인 차량 증차금지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물트럭 공급이 과잉 상황이어서 당장 시급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급격한 고령화와 더불어 다양한 장점이 있어 국내 화물운송 시장도 선진국들의 화물 트럭 대형화 추세를 마냥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럼 한시가 급한 일본과 미국 등 선진 물류시장에서의 트럭 대형화는 왜 빨리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앞서 언급한 대로 높은 생산성과 고효율성에도 불구하고, 화물운송 트럭의 대형화에는 여전히 우려가 큰 차량 안전에 대한 의문 제기와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얽혀 정책 실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물류 선진국들의 트럭 대형화 진행 현황과 무엇이 이 방안의 추진을 가로막고 있는지, 또 우리 육상운송 물류시장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물류선진국 트럭 대형화 위한 제도·인프라 적극 개선

일본은 2015년 들어 트럭 대형화를 위한 허가 기준을 재검토, ETC 2.0 장착 차량에 대해 대형차 유동구간의 일괄신청·자유주행을 자동화하는 한편 풀 트레일러 연결차등의 실증실험에 착수했다. 미국 역시 트럭 대형화에 대한 규제완화와 각종 장비 개발에 적극적이다. 이처럼 일본과 미국 등이 트럭 대형화에 적극적 자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대형 트럭 운전자 확보와 더불어 이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부분은 우리나라도 똑같은 상황이다. 여기다 경쟁력 있는 물류서비스가 절실한 화주, 사업자 단체 등 역시 현실적인 각종 문제 해결을 위해 실용적으로 필요한 트럭 대형화를 선호, 이에 맞는 제도개정과 인프라 정비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럼 각국의 트럭 대형화 현황을 살펴보자. 우선 일본의 경우 지난 3월말 발표한 ‘근로방법 개혁 실현회의’에서 초점이 된 잔업시간 상한규제와 관련, 물류운송업(운전자)에 대해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하지만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5년 후에는 월 80시간 상당의 규제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이 상황을 대응하기 위해 트럭 대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의 트럭 대형화와 관련한 규제완화는 드레이지(drayage)수송대응 등 글로벌 물류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실을 뒤쫓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2016년 실시된 더블 연결트럭 실증실험 등 향후 정책 방향은 당장 운전자 부족을 메꾸기 위한 대책을 중심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트럭 대형화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정책 초점이 되고 있다. 우선 미국의 대형트럭 수송을 담당하는 주요 도로망은 연방 차원에서 경로가 지정된 ‘전국 하이웨이시스템(National Highway System)으로 대형 트럭수송의 75%를 점유한다. 해당 고속도로 망에서 트레일러 2대를 연결해 운행할 때의 통행규제는 트레일러등의 총중량 8만 파운드(약 36톤), 차량길이 28피트(8,53 미터)로 규정(28피트 더블연결 운행)되어 있다. 일본도 이와 같지만 가볍고 용적이 큰 화물이 증가, 28피트 트레일러의 경우 총중량 제한을 크게 밑도는 경우가 늘어 수송효율 저하가 과제다.

이에 따라 운송업계나 화주들은 33피트(10.1미터)의 더블 연결 트레일러 도입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차량 전장으로는 83피트(25.3미터)로, 일본 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더블연결 트럭과 거의 비슷한 규모며, 33피트 트레일러 도입을 통해 적재용적은 18.6%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규제완화 해소 법안이 매번 제출되고 있으나 법안 통과 관측에도 불구하고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물류업계는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성립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연방 차원의 규제완화로 현행 규제 하에서도 33피트 더블 연결 트레일러가 통행할 수 있는 루트는 다수 존재한다.

 

◆대형화 따른 제동거리 늘어, 안전성 담보 못해

물류 운송업에서 노동시간 규제 대응에 어려운 점은 장거리 운송에 있다. 지금도 국내외에 상관없이 대형 트럭과 버스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들은 대부분 장거리 운송에서 일어나고 있다. 본래 장거리 수송은 철도나 해운으로 이동하거나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을 검토해야 하지만 당장 실현 가능성, 수용능력, 물류비 부담등의 관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이와 함께 산업계 현실을 감안하면 간선 차량을 대형화하는 동시에 중계 수송 등을 조합함으로서 노동시간을 적정화하는 것이 가장 가성비가 높은 조합이란 지적이다.

여하튼 트럭의 대형화는 대형 사업자, 화주 외에 트럭업계도 적극 찬성이다. 그러나 각국의 규제가 지금까지 완화되지 못한 배경은 운전자나 지역협회 등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다. 이들 트럭 대형화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트럭의 추가 대형화에 반대하고 있다.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차량 안전성 문제다. 구체적으로는 트럭 대형화에 따른 제동거리가 늘어나 사고가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일 크다. 따라서 물류비용의 합리화와 운영 효율성에도 불구, 차량 안전상 우려가 트럭 대형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일례로 미국자동차협회는 2013년 트럭 대형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연방운수부 등의 연구기관에서도 안전성 우려를 지적하는 결과가 나오자 대형화 추진에 찬성하는 화주·사업자는 의회 로비를 강화하는 동시에 안전성 우려에 대한 논리적 반론을 추진 중이며, 선진기술을 통해 사고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일본과 미국 모두 트럭 운전자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인데다 아마존, 페덱스 등 대형 사업자가 트럭 대형화 추진에 힘을 쏟고 있어 결국 규제완화는 실현될 전망이다. 하지만 자동차 사회인 미국의 경우 무엇보다 운전자들의 우려를 우선 해소해야 트럭 대형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치열해 지는 기업 간 경쟁에서 트럭의 대형화는 기업들에겐 해상 컨테이너와 니즈가 명확한 규모의 차량에 대해 신청이 없어도 운행 가능하도록 하는 규제를 완화하는 쪽이 메리트가 크다. 현재 우리나라의 과적단속이 그 예다.

차량이 대형화되면 중량이 무거워지고, 제동거리도 짧아져 사고의 위험이 큰 만큼 이에 대한 해결 방안 마련도 차량 대형화에 필수적이다.  이밖에 면허제도 개선과 장거리 운행에 따른 적시 휴계·휴식을 법으로 강제 도입하는 등의 노력도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다 최종적으로는 노동에 대한 적절한 임금보장과 노동환경 개선도 트럭 대형화 조건이다. 결국 단순 트럭 대형화에 앞서 차량 운영의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모든 전략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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