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이긴 쿠팡덕에 화운법 근간 흔들려, 향후 논쟁 증폭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0부(이환승 부장판사)는 한국통합물류협회 소속 10개 택배 업체(이하, 원고)들이 소셜커머스 기업 쿠팡을 상대로 낸 ‘운송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양측의 첫 번째 법정소송에서 대외적으로 쿠팡이 웃었지만, 쿠팡의 속내 역시 마냥 이번 판결을 반기는 모양세도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법까지 개정하며 쿠팡 로켓배송 전략을 지원하려했지만, 결과적으로 로켓배송 확대에 따른 물류부문 과투자가 쿠팡의 적자폭을 지속적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판결과 맞물려 향후 쿠팡을 포함한 유통업계의 물류전략의 근간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국통합물류협회 소속 택배기업들은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에 대한 ‘운송금지’ 첫 번째 소송에서 완패, 향후 유통 물류시장의 후방위 사업자 지위에도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단지 운송인(쿠팡, 향후 제조 및 유통업체는 누구나 될 수 있음) 스스로 필요에 의해 화물을 운송한 경우 화물자동차법상(이하 화운법)의 화물자동차 운송 사업을 영위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란 의미의 판결이다. 따라서 화운법상 운송 물류서비스는 해석 여하에 따라 합법도 될 수 있고, 불법도 될 수 있게 됐다. 이번 판결이 유통 물류시장에 미치는 의미와 고객들 반응, 그리고 이후 물류 유통시장에서 벌어질 예상시나리오를 정리해 봤다.

 ◆ ‘유상운송이냐, 아니냐’가 소송 최대 관점

이번 판결문이 유통 물류시장에서 논란이 되는 가장 큰 배경은 판결문 이유 중 ‘4번째 판단 항목’에서 언급한 한 문장 때문. 이 문장의 해석이 분분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유통 업체 누구라도 필요에 따라 화물을 운송(물류서비스)한 경우, 화운법상의 화물운송사업을 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란 항목이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쿠팡의 로켓배송을 포함해 어느 화주 기업이라도 필요하면 자체 물류서비스를 할 수 있으며, 이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음을 의미한다.

물론 향후 이번 소송에 대한 항소가 어떻게 진행될지, 또 대법원 판결까지 이어질 경우 최종 결과가 어떤 형태로 귀결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불법으로 규정됐던 유상운송 화물운송사업이 당장 쿠팡과 같은 동종 업종 혹은 유사 유통기업들의 경우, 필요하면 언제든지 자체 차량(자가용 화물차)으로 직접 물류 배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합법적 근거를 만든 셈이다. 따라서 현재 택배를 이용하고 있는 유통기업 누구나 필요하면 자가 차량으로 직접 직원(4대 보험 제공)을 고용, 차별화된 자신들만의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됐다.

그럼 다시 이번 소송의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물류협회 소속 10개 택배업체들이 제기한 쿠팡의 운송금지 소송의 최대 관점은 쿠팡의 서비스가 ‘유상운송이냐, 아니냐’ 였다. 택배업체들은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의 로켓배송이 ‘화운법 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유상화물을 운송하는 것인 만큼 자가용 운송이 법을 위반했다’며, 운송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쿠팡은 ‘제품을 판매하지만 실제 로켓배송 서비스는 유상운송이 아니며, 쿠팡의 제품을 자체 배송했기 때문에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를 받지 않고도 자가용 화물차로 물류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화물자동차법 제2조 제3호의 “다른 사람”의 의미에 대해 “쿠팡의 로켓배송은 판매자가 필요에 따라서 상품을 운송하는 행위일 뿐 화물자동차법에서 말하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은 향후 법정논쟁 과정을 더 거쳐 최종 판결이 나야 알겠지만, 그 전까지는 여전히 유통 물류시장의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쿠팡·택배업계 ‘동상이몽’, 증차 논란 확대

지난 2015년 10월에 법정소송을 시작한 이번 소송이 무려 2년여 만에 나오면서 유통업계 자체 배송에 대한 논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외형적으로는 쿠팡의 로켓배송에 아무런 위법성이 없어 날개를 달게 됐다. 반면 택배업체들은 운송금지 소송에 패소해 할 말이 없어졌지만, 이들 각각의 속내는 외부에서 모르는 복잡한 셈법 양상을 띠고 있다.

당장 쿠팡은 대외적으로 로켓배송이란 마케팅 전략을 안착, 판매 전략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물류부문 과다 투자에 따른 후폭풍은 예상보다 커 향후 변화될 물류전략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 확대에 따른 물류부문 과다투자는 쿠팡의 재무적 상황을 악화시켜 2015년 적자액만 무려 5,260억 원에 달하게 했다. 당시 쿠팡은 지속적인 적자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지난해 역시 5,600억 원의 적자를 기록, 지금까지 누적 적자액만 1조 2천억 원에 이르러 결국 로켓배송은 적자폭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올해도 적자폭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택배업계도 이번 판결로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쿠팡의 로켓배송이 국내 육상화물운송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인 ‘유상운송 = 불법’이란 근간을 부정, ‘누구라도 필요에 의해 화물을 운송할 경우 화물운송사업을 영위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톤 이하 자가용 화물차를 이용한 물류서비스 시장은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십 수년 간 화물차 시장의 과당경쟁이 이어지면서 당장 지난해 입법화 하려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선진화 법)은 화물연대의 반대로 발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여전히 영업용 화물차 번호에 2500여 만원의 권리금이 거래되고 있는 만큼 1톤 이하 영업용 번호차량 증차는 엄두도 못 낼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쿠팡의 자가용 화물운송에 대한 승소 판결은 향후 1톤 이하 화물운송시장 개방 논란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무엇이 공정한 경쟁을 이룰 수 있는지, 또 모두를 만족하는 법을 집행할 수 있게 할지, 아니면 모두를 만족하는 최적화된 법을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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