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 함께 꿈을 만들어가는 경영인이고 싶다”

장현철 하누리티엔 대표이사는 물류IT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경영인 중 하나다. 이유는 명확하다. 더 이상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관제 솔루션 시장에서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3명으로 시작했던 회사는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인력 규모를 10배 이상 키웠고, 깔끔하고 넓은 사무실과 수많은 장비를 보유하게 됐다.

현재 하누리티엔은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IoT와 M2M기술을 더해 솔루션을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차례 위기도 있었지만 극복해냈고, 독자적인 엔진을 개발할 정도로 우수한 기술력도 갖췄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투자를 받지 않았지만, 임직원들의 역량만으로 지금의 토양을 일구었다는 자부심이 있다.

장현철 대표는 하누리티엔을 글로벌 IT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마음에 담고 있다.

서비스 플랫폼에서 영감을 얻다
장현철 대표이사의 첫 번째 직장은 골재를 생산하는 회사였다. 골재는 생산 못지않게 중장비를 잘 다루고 제품을 빠르게 현장을 보내는 일이 중요한데, 차량과 물류를 관리하는 일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IMF 후유증으로 회사가 주춤하면서 다른 길을 찾던 중에 지인이 설립한 IT회사의 요청으로 경영지원 업무를 맡았다. 평소 IT에 관심이 많았지만, 업계에 들어오니 생소한 것들이 너무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해결책으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경영지원 체계를 만든 뒤 다른 업무를 맡아야 하는 시점이었다. 프로젝트 관리, 컨설팅 등이 있었는데 나는 영업을 골랐다. IT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업계를 돌아다니면 빨리 적응할 수 있고 트렌드를 더 많이 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그는 다른 IT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서비스 플랫폼이나 보안솔루션을 개발하고, 해외 제품을 보급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장 대표는 서비스 플랫폼 개발을 지켜보고 경험하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는데, 후에 창업을 결심하고 사업을 기획하는 밑거름이 됐다.

“1세대 IT기업들은 기능을 구현해 서비스로 만들 수 있으면 여기 저기서 투자를 받았다. 그러나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솔루션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솔루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플랫폼 개발은 필수적이었다. 그걸 지켜보면서 플랫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안했던 창업 초기, 이를 악물다
장현철 대표가 창업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은 다른 회사로 이직할 수도 있는데 굳이 모험할 필요가 있냐며 만류했다. 그는 주위의 반응에 개의치 않았다. IT시장은 침체에 빠졌지만 새롭게 재편될 것이며, 부가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다면 더 큰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준비 과정을 거쳐 2006년 하누리티엔을 창업했다. 사업은 녹록치 않았다. 그동안 쌓은 인맥과 경험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수주했지만, 좋을 때와 나쁠 때가 반복되면서 기술력은 축적되지 않았고 재정은 불안했다. 시간은 얼마 흐르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직원들을 내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장현철 대표는 ‘얼마 되지 않은 돈을 다 날리고 이를 악물었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사무실에는 영업관리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사업기획자, 업무관리자가 전부였다. 장 대표는 회사문을 닫는 것 대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궁리를 했다.

텔레매틱스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화물차에 디지털운행기록계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법이 바뀐다는 소식에 주목했다. 디지털운행기록계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다루고, 관제 솔루션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었다.

하누리티엔은 디지털운행기록계와 연동되는 차량 관제 플랫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 작은 프로젝트를 수주해 급여와 개발비, 운영자금을 해결했고 현장을 돌며 제품 테스트에 심혈을 기울였다. 차량 관제는 그와 회사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였다.

2012년 하누리티엔은 H 제과업체의 차량관제 시스템을 수주했다. M2M 기술이 적용된 시스템은 디지털운행기록계를 통해 화물차의 운행 기록이나 위치추적은 물론 급제동이나 과속, 공회전 등 연비와 관련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었다. 관제는 물론 유류비와 탄소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는, 당시로서는 보기드문 녹색물류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의사결정은 직원 동의 구하는 ‘절차’
탄력을 받은 하누리티엔은 빠르게 성장했다. 위기에 몰렸던 작은 벤처기업은 36명의 임직원이 다니는 중소기업으로 변했고 일반 육상운송부터 3PL, 신선식품 등 다양한 품목을 다루는 고객들이 하누리티엔의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

“우리의 성장을 이끈 것은 ‘조직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술력이 탁월하다고 회사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서비스를 관리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고객의 불편을 해결하려고 매달리는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현철 대표는 회사의 운영을 관리하고, 업계나 고객사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해 서비스 기획자와 연구개발 부서에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각 부서 담당자들이 현안들을 직접 결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담당자들에 대한 신뢰도 깔려있다. 다만 회사 운영에 중대한 의사결정은 주요 담당자들과 토론을 통해 결정한다.

“의사결정은 직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다. 최종 결정은 내 몫이지만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은 담당자들의 이해와 동기를 부여하고,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낸다.”

최근 IT업계의 화두는 철야와 과로가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었던 근무환경의 개선이다. 하누리티엔도 초창기에는 업무 강도가 강했지만 지금은 야근과 주말 근무를 지양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급한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일과 시간에 업무를 마치는 것을 중시하는 편이다. 매주 금요일은 가정의 날이라고 부르는데, 금요일에는 고객이나 영업처 담당자와 저녁 약속 대신 집에 일찍 귀가하도록 독려한다. 일년에 한 번 있는 회식은 송년회, 부서별 회식도 거의 없다. 대신 사무실은 의사소통이 자유롭도록 오픈형으로 꾸몄다. 파티션은 낮고 회의실 등을 제외하면 벽을 찾아볼 수 없다.

마라톤처럼 결승선까지 페이스 잃지 말아야
장현철 대표는 경영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만만해보였던 달리기는 100m도 채우지 못할만큼 힘든 일이었지만, 매일 걷다 뛰다를 반복했고 동호회에 가입해 달리는 법을 배웠다. 그는 9개월 뒤에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고, 100km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도 나갔다.

“위기에 처하더라도 마라톤처럼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해냈다는 감격을 느끼기 위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숨이 차더라도 결승선을 바라보며 페이스를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장 대표는 직원들에게 ‘문제인식’을 강조한다. 끊임없이 고객 입장에서 문제점을 생각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IT기업으로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모든 서비스는 완벽을 추구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발생하곤 한다. 흔히 신속한 대응을 중시하지만 우리는 재발 방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문제점에 대한 체크리스트와 프로세스 검증을 통해 개선하고 체계를 재구성하는 것이 하누리티엔의 경쟁력이다.”

하누리티엔은 IoT를 적용했을 때 발생하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물류현장에서 사람의 업무를 돕는 기술,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업무 관리, 기존 작업을 더 높은 수준의 업무로 변화시키는 솔루션을 추구한다.

최근에는 바이오물류나 콜드체인을 위한 고품질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으며, 물류센터를 위한 제품 개발이나 물류에너지 관리 솔루션의 고도화도 추진 중이다.

“하누리티엔은 ‘하늘 아래 큰 울타리’란 뜻이다. 하누리는 울타리를 뜻하는 우리말이고, 티엔은 하늘 천(天)의 중국어 발음이다. 회사 이름처럼 직원들과 큰 울타리에서 함께 꿈을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경영인, 그것이 내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기술 중심의 회사로서 국경을 넘나들며 IoT와 물류의 간극을 좁히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때 꿈을 펼칠 수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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