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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궤 ‘1524’
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 2
정성희 | bluestone@klnews.co.kr   2017년 07월 18일 (화) 13:18:23

   
 
   
 
표준궤는 1,435밀리미터의 표준폭을 가진 철도 궤이고, 광궤는 이보다 넓은데, 러시아가 채택한 1,524밀리미터가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힘있는 철로가 됐다. 광궤 ‘1524’의 힘은 다음의 네 가지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첫째, 유라시아 대륙의 중앙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시베리아 철도’는 유라시아의 중앙에 위치해 유럽과 아시아의 이음새 기능을 한다. 만주, 몽골, 중국 철도는 아시아 지역에 위치하는데, 시베리아 철도에 연결되어야만 유럽까지 갈 수 있다. 시베리아 철도는 유라시아 횡단의 골격이며,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서쪽의 유럽, 카프카즈, 동쪽의 동북아시아, 남쪽의 중앙이사아를 연결하고 있다.

극동 항구에서 동북유럽의 발트해 연안, 흑해 연안에서 내려진 화물은 광궤를 통해 유라시아 내륙 깊숙이 들어간다. 심지어 중국 화물들은 광궤를 관통해 유럽으로 가고, 유럽의 화물들은 광궤를 관통해 중국으로 들어간다. 광궤는 동유럽, 시베리아, 극동, 카프카즈, 중앙아시아, 심지어 몽골과 핀란드 등의 드넓은 유라시아에 깔렸다. 광궤는 수만 킬로가 아니라, 백만 킬로가 넘게 깔려서 도대체 얼마나 길게 깔렸는지 그 길이 전체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둘째, 셀 수 없는 철도역과 단선들로 촘촘하게 연결된다.
광궤 유라시아의 철도역은 대도시의 경우 20~40킬로미터 마다, 소도시의 경우 50~100킬로미터 마다 설치돼 수천 개의 역들이 이어져 있다. 각 역에는 약 3~15개 정도의 철로가 단선으로 되어 있으면서 종점에 가면 단선된다.

즉, 역으로부터 짧게는 500미터에서 길게는 약 10킬로미터인 단선 철로가 놓여 있다. 역에서 뻗어나간 단선을 통해 공장, 창고, 터미널 등으로 연결된다. 유라시아의 광궤에는 수천 개의 역들이 이어져 있고, 그 역은 단선을 통해 다시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광궤는 역과 단선들을 통해 유라시아 구석 곳곳에 닿는다.

만약 대규모의 공장이나 화물 터미널을 광궤 유라시아 지역에 짓게 된다면, 인근 역을 찾아가서 단선을 설치하는 것을 협의해볼 수 있다. 롯데제과가 인수한 카자흐스탄의 라하트 제과가 있는데, 일부 창고에는 철로가 연결되어 있다. 롯데캐미컬과 가스공사, 우즈벡 정부가 합작 투자한 우즈베키스탄의 화학공장 내 역에서부터 6~7킬로미터 단선을 깔았다. 모스크바의 칼루가공장에서는 고작 2킬로미터 정도도 되지 않은 곳에 철도역과 터미널이 위치해 있으며, 모스크바의 엘지 공장도 약 13킬로미터에 범한판토스가 투자한 터미널이 위치해 있다. 페테르부르그의 현대-기아차 공장 안에도 철로가 깔려 있다.

광궤 유라시아의 어느 지역에 공장이나 창고를 지어도 최소한 30킬로미터 이내에는 역이나 화물 터미널이 있어서 이곳을 수출입 항구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항구로 나가야 화물을 수출할 수 있지만, 광궤 유라시아에서는 철도역에서 화물을 수출할 수 있다.

모든 철로는 보세 구역에 준하기 때문에 공장이나 창고에 깔려 있는 철로의 화차에 화물을 적재하고, 채우는 순간 이미 수출이 거의 완료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두, 항구에 도착해야만 되지만, 광궤 유라시아에서는 화차가 선박이고 역이 부두인 셈이다.

   
 
   
 
셋째, 광궤 화차의 다양성과 적재 용량이 크다.

화차는 바퀴가 달려 있는 철도 운반구다. 적재 가능한 톤수, 운반하려는 내용물, 용도, 천장의 개폐 여부, 가로-세로-높이의 길이 등에 따라 화차의 종류는 30여 개가 넘는다.

일반 여객용 화차를 객차라고 부르며, 화물용 화차로는 직사각형 모양의 일반형, 천장이 열린 오픈형, 액체를 실을 수 있는 탱크형, 컨테이너를 올려놓기에 적합한 컨테이너용, 자동차 여러 개를 실을 수 있는 카 캐리어, 선박 모양으로 밀과 수수 등을 운반할 수 있는 곡물용, 시멘트를 나르는 시멘트용, 심지어 천장을 높게 만들어 로켓을 실을 수 있는 로켓용 등이 있다.

광궤는 보다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는 화차를 가동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나 중국 등 아시아 표준궤 화차보다는 광궤 화차가 더 길거나 높은 편으로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다. 광궤상의 일반 화차는 짧게는 12미터, 길게는 25 미터 정도까지 있다. 그리고 통상 45~70 톤까지 실을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왜건이 18미터 길이에 138CBM 의 부피이며, 약 60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이는 통상 일반 컨테이너 2.5개 정도를 실을 수 있는 것을 화차 1개에 실어낼 수 있으므로 화차의 적재 능력은 상당하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리투아니아, 아제르바이잔의 광궤 화차들이 대량의 화물을 실고 유라시아를 돌아다닌다.

넷째, 선박 대비 운송기간이 짧다.
‘블록 트레인’은 익스프레스 열차로 화차를 적게는 31개부터 많게는 60개까지 연결, 약 800~1,000미터의 기차를 블록처럼 구성한 후, 출발역에서 종착역으로 직행하는 열차다. 블록 트레인은 일회성 열차도 있고 정기 열차도 있다.

유라시아 철도는 통상 장거리를 운행하기 때문에 블록 트레인을 선택하면 빠르고 저렴하다.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서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모스크바, 타슈켄트, 알마티까지 약 10일이면 도착하고, 중국 청도 항구에서 중국 철도를 통해 알마티와 타슈켄트까지 약 13일이면 도착한다. 화물을 이동시키고, 서류전달과 확인, 블록 열차를 구성하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블록 트레인은 하루에 600~800킬로미터를 운행하며, 정시성을 갖는다. 따라서 중국은 유럽까지 운송에 있어서, 유라시아 철도 운송을 통해 기존 선박대비 약 10~14일 정도를 단축시켰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는 ‘일대일로’를 주창하면서 블록트레인을 매일 약 5회 정도, 중국의 주요 철도역에서 유럽의 주요 지역으로 20일 이내에 화물을 보낸다. 이는 바로 블록트레인의 신속성 때문이다. 중국의 각 역에서 표준궤를 통해 보내진 블록트레인은 러시아나 카자흐스탄 국경에서 블록트레인 그대로 다시 기관차만 바뀐 채 블록트레인의 형태 그대로 폴란드 국경에 닿는다. 우리나라는 수십년 동안 광궤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선박을 이용해 유럽에 닿았다. 광궤를 사용하는 것은 고작 모스크바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으로 화물을 보낼 때에 일부 사용하곤 했다.

중국, 유럽연합, 이란, 터키도 우리와 같은 표준궤 지역이지만, 유라시아의 중앙에 위치한 광궤에 연결하려고 노력한다. 유라시아의 시작과 끝인 한반도, 유라시아의 대륙으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계속 해양 패권에만 만족해야 할까?

유라시아의 힘줄인 광궤에 연결된다면, 유라시아 대륙으로 쉽게 나아갈 수 있고, 한반도의 통일에 한 발자국이라도 더 다가설 수 있다. 여기다 미-일-중-러 패권 싸움에서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광궤 유라시아에 닿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통일이 되기 이전까지는 동해안에 레일페리를 운행해서라도 말이다.

광궤 1524 유라시아의 힘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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