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신유통물류story 110

세계 역사를 보더라도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물이었다.

우리나라도 계속된 가뭄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가뭄의 직접적인 피해는 농민이 되겠지만 실제로는 모든 산업군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직접 논이나 들에서 벼를 키우거나 채소를 키우는 농민은 자기가 애지중지하는 농작물이 물이 없어 타 들어가는 것을 눈으로 보기 때문에 비극인 현실이며 바로 대처해야 하는 전쟁터다.

도시의 직장인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단지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내용을 접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현실이다. 그렇지만 그런 직장인들도 휴일에 가족들과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순간 가뭄이 여파를 경험하게 된다.

가뭄 피해가 심해지고 기간도 길어지고 있지만 실제로 가뭄 대책은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가뭄이 지속되면 기우제를 지내는 관습이 있었다. 인디언들도 우리 선조들과 마찬가지로 기우제를 지냈다.

그런데 인디언의 기우제는 다들 아시는 것처럼 비가 올 때까지 계속 지내기 때문에 절대로 실패할 수가 없는 기우제였다.

비를 내리거나 내리지 않게 하는 영역은 우리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다. 요즘 들어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인공 강우나 기후 컨트롤 등에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너무 멀다.

우스꽝스럽지만 어떻게 보면 인디언의 기우제가 가장 확실한 가뭄 대책이다. 언젠가는 비가 오기 때문에 그 언제가 내일인지 한 달 뒤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계속 기우제를 지내면 된다.

비가 오는 영역을 제외하고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하다. 땅이나 땅속에 있는 물을 잘 관리하고 필요한 곳과 필요할 때 흘러가게 하는 것이다.

수자원의 확보로 연결되는 인공 구조물은 댐과 보다. 댐과 보에 있는 물을 필요한 곳까지 연결하는 것은 수로다. 식용수로 가는 것은 수도관이며 농사로 가는 것은 농수로다. 농수로 이야기가 나오니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생각난다.

연암 박지원이 열하일기를 실제 적용해보고 실천한 곳이 바로 필자의 고향이다. 그래서인지 연암의 실학 흔적이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최초로 물레방아를 만들었고 농수로를 만들기도 했다.

필자는 어릴 적 비가 오는 날이면 아버지가 논물을 열거나 닫는 것을 많이 봤는데, 농수로를 보고 하시는 말씀이 지금 이 농수로가 옛날 연암 박지원이 현감일 때 만들었다는 것이다. 18세기 말에 만든 농수로가 현재까지 유용하게 이용 된다는 사실에 연암 박지원의 혜안을 알 수 있다.

연암 박지원이 물레방아를 만들거나 농수로를 만든 것은 물을 확보하고 확보된 물을 필요한 곳과 필요한 때 흐르게 한 것이다.

물을 확보하고 물이 필요한 곳과 필요한 때 흐르게 하는 것은 불변의 전략이다. 이 불변의 전략은 유통과 물류도 마찬가지다.

E-커머스 회사는 재고를 확보해야 하고, 택배회사는 고객이 원하는 일시와 장소에 정확하게 배송해야 한다. 비를 내리거나 내리지 않게 하는 것이 자연의 영역인 것처럼 고객은 E-커머스 회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이다.

인위적으로 인공 강우를 내리게 하는 것은 E-커머스로 해석하면 프로모션이나 이벤트와 같은 마케팅 행위다. 로스리더(Loss leader)를 계속 할 수 있는 회사는 존재 할 수 없다.

택배사는 고객이 원하는 일시와 장소에 안전하게 배송해야 한다. 필요로 하는 곳과 필요한 때에 안전하게 배송하기 위해서는 보의 물이 농수로를 통해 논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연결 능력이 바로 네트워킹이며 네트워킹이 고객과 얼마나 가까이 연계되어 있는지가 핵심 역량이 된다.

댐이나 보에 아무리 물이 많아도 논까지 연결되는 농수로가 없으면 인위적으로 길을 만들고 물을 퍼서 날라야 한다. 그 길이 멀면 멀수록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한다.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언제든지 제공해 줄 때 비로소 자연인 고객이 움직인다. 이 길은 우리 유통과 물류가 반드시 가야 하는 불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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