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책세미나, “시장 내 불공정 경쟁·갑질 심각”

해상운송시장에서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3자물류 참여를 법으로 제한할 수 있을까?

물류인 출신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사진)이 주최하고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한국선주협회, 한국국제물류협회가 후원한 ‘해상수송시장의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국회정책세미나’가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정유섭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운법 개정안에서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국제주선업(3자물류)을 제한하는 내용을 두고 각계각층이 모여 법안의 정당성과 필요성, 시장의 볼공정 사례와 개선을 위한 방안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해운업계는 물론 화물주선업계(포워더), 육상운송업계, 화주업계 등 다양한 계층에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만큼 이날 회의장에는 일반 청중은 물론 여야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으며, 좌석이 모자라 서서 경청하는 사람들로 출입구가 비좁을 정도로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국선주협회 이윤재 회장과 한국국제물류협회 김병진 회장도 현장을 찾아 주요 인사들과 해운법 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정유섭 의원은 개회사에서 “지난 2015년 우리나라 7대 대기업 물류자회사는 전체 수출물동량의 83%에 달하는 물량을 취급하고 있지만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때문에 3자 물류시장의 활성화가 저해되고 있다”면서 “물류의 선진화, 국제화를 도모하고 물류체계 효율과 물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운법 일부개정안 법률안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축사를 통해 “대기업의 이익만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기보다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만들기 위한 규제 속 산업환경으로 체계적인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류자회사 매출 대비 일자리 창출 효과 적어”
이날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해상수송시장 교란방지 대책’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은 대기업 물류자회사(이하 물류자회사)가 시장에 등장한 것은 2000년으로, 당시에는 매출액 3,000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약 24조 원까지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영무 부회장은 “7대 물류자회사들이 전체 수출물동량의 42%(2016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7대 물류자회사란 롯데와 삼성, 한화, 현대, 효성, LG의 물류자회사를 뜻한다. 그는 지난해 물류자회사들이 처리한 물량 411만TEU 중 307만TEU는 2자물량(계열사), 104만TEU는 3자물량(타사 수주)으로 추정하면서 이들의 주요 업무는 물류주선업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물류자회사들은 매출액이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미하고, 이들이 물량을 앞세워 해상운송시장에서 부당한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부회장의 자료를 살펴보면 7대 물류자회사의 종사자는 3,140명으로 해운업계(2만 8,907명)와 중소물류주선업계(6만 2,000명 추정)보다 적지만, 1인당 매출액은 무려 76.2억 원으로 13.2억 원인 해운업계와 6,000만 원인 중소물류주선업계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내 계열사의 물량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며, 물류자회사들의 그룹 의존도가 평균 77%라는 자료도 내놓았다.

“부당 횡포 문제…3자물류 진입 말아야”
물류자회사의 횡포도 도마에 올랐다. 입찰 과정에서 물류자회사 직원들이 선사에 개별 접촉 해 원하는 운임을 써내라고 압력을 넣거나 계약을 맺은 뒤 수시로 내용 변경을 요구한다는 증언이 나온 것.

김영무 부회장은 “물류자회사에 비협조적인 국적선사는 2~5년 간 입찰 참여가 제한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또 부당 사례를 알리거나 운임 인하 압력에 반발하는 선사에 대해선 입찰 참여기회를 봉쇄하고, 운임을 절반이나 내릴 것을 요구한 뒤 응하지 않으면 외국선사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들은 중소 인트라아시아 국적선사들에게는 물량 비중을 축소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물류자회사들이 그룹 물량의 입찰 업무 또는 주선업을 겸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많은 매출을 올리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해운법 개정안이 물류자회사들의 주선업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배경이기도 하다.

김영무 부회장은 “물류자회사들은 2자물류에 충실하되 3자물류의 물량에 손대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세계적인 물류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는데 DHL, 쉥커와 같은 기업들은 모두 직접 물류업무를 진행하는 3자물류기업들”이라며 “만약 3자물류 수출입 물량을 국내 선사나 국내 3자물류기업이 맡을 경우 운송을 위해 선박을 발주하는 등 연관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 경쟁 위한 법적 접근 불가피”
법무법인 광장의 김성만 변호사(우측 사진)는 해운법 개정안에 대한 법률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김성만 변호사는 “2자물류의 비중이 커진 것은 나쁜 일이 아니나, 이것이 어떤 토대에서 이루어졌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부과는 오히려 3자물류의 정상적인 가격 형성을 왜곡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 핵심 사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해운법 개정의 주요 사안으로 다뤄지고 있는 물류자회사들의 지위 형성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서 비롯된 점을 부인하기 어렵고, 계열사의 물량을 고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등 월등히 유리한 여건을 지녔다는 점에서 3자물류시장 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이 원천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가능할 것으로 풀이했다.

그는 시장에 대한 작위적 개입이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서는 헌법과 공정거래법에 의해 허용되고 있으며, 시장 구조적 접근이 불가피한 점도 염두에 둘 것을 주문했다. 또한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사업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해운업과 중소물류주선사들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경쟁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며,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과 유통산업발전법 등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만 변호사는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3자물류시장의 경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기업집단의 힘을 가져오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법률적 검토 결과 헌법과 정부 정책적 가치에 부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세부적인 사안에 한해서는 부분적인 수정과 검토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주제발표 후 이어진 토론회에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진회 실장은 “법에서도 3자물류 육성을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2자물류기업들이 더 크게 성장하는 기형적인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3자물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3자물류가 2자물류보다 유리하다는 점이나 우수한 사례를 발굴하고 널리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3자물류기업의 대형화를 촉진시킬 수 있도록 입찰 우선권이나 세제혜택 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원NCS컨설팅 정일환 대표는 3자물류기업의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2자물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현장에서 살펴본 화주기업들의 운송사 선정 기준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운임이다. 그 다음이 저렴한 부대비용이고 프리차치 비용이다. 다시 말해 서비스 품질보다 비용이나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 혜택을 요구한다.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국내 3자물류시장에서도 해외업체처럼 서비스 품질이 우수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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