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신유통물류story 105

우문현답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말 그대로 풀어보면 ‘바보 같은 질문을 현명하게 대답하다’ 가 되는데 본질을 벗어난 질문이지만 본질을 답하는 지혜로움이라 하겠다. 이 우문현답을 요즘에는 이렇게 해석한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이 답이다.’

어떤 산업이나 직종도 현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마케팅을 하든, 기획을 하든, 홍보를 하든,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를 하든, 물류센터에서 출고를 하든, 고객에게 배송을 하든, 우리가 무엇을 하든 반드시 그에 따른 현장이 있게 된다.

현장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또한 현장에 늘 가봐야 한다는 것도 다 안다. 그렇게 아는 것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천은 잘 되지 않는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 첫 번째는 무엇이 현장인지를 모르는 것이고 두 번째는 현장에서 무엇을 보고 들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무직은 사무실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현장이라 생각하고, 현장에서는 자신들이 현장이기 때문에 다른 현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제시하는 현장의 정의는 나 이외 모든 밸류체인이 현장이다. 다른 말로 나 이외 모든 사람이 고객이고, 고객이 바로 현장이다.

모든 밸류체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가치 있는 서비스 제공을 통한 고객의 확보다. 고객이 이용하지 않는 서비스가 존재할 없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현장에서 무엇을 보고 들어야 하는지는 이제 명확하다. 고객이 우리에게 불편하다거나 개선해 달라거나 새롭게 도입해 달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듣고 그것이 밸류체인에서 어떻게 반영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특히 밸류체인상의 최종 고객이 우리에게 불편해서 개선해 달라고 하는 사항은 1순위로 해결해야 한다. 해결이 안되면 1:1로 고객에게 설명하고 안내해야 한다. 그것이 열정이고 사명감이다. 점프 업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온라인 쇼핑의 본질은 가격 경쟁력 있는 상품을 고객에게 배송하는 것이며 한마디로 물류다.

온라인 쇼핑의 물류는 배송서비스로 고객의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몰의 배송서비스 현황에서는 배송으로 인한 피해구제 접수 건수가 해마다 20% 이상 증가하고 있고, 당일 배송이나 익일 배송을 지키지 못하는 배송 지연도 67%라는 사실이다.

표의 숫자를 보고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하는 것은 숫자 이면에 숨어 있는 고객이 현장에서 겪은 불편의 목소리며 그 불편을 해결 할 수 있는 근원을 아는 것이다.

배송기한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재고가 있어야 하고, 배송 기한 준수일 보다 최소한 하루 전에 물류센터에서 출고가 되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택배회사에서 집화한 상품을 잘 중계해서 택배기사가 고객에게 배송해야한다. 위 세 가지 조건 중에서 배송 기한 준수 여부의 핵심 리스크는 다름 아닌 재고다. 우리나라와 미국 유통 시장 등 온라인 쇼핑을 비교 할 때 가장 상위의 개념에서 알아야 하는 것이 바로 재고의 매입형태다.

미국의 유통 시장은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매입해서 판매하는 직매입의 운영 체계인 반면에 우리나라도 직매입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특정 매입(위탁 판매)이거나 수수료 매입으로 운영된다. 어떤 방식이 더 좋고 더 생산적인지는 그 나라 시장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른 것이라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수는 없다. 단지 우리 물류 입장에서 직매입인지, 특정 매입인지, 수수료 매입 인지가 왜 중요한가를 알면 된다. 이 물음에 답을 짧게 드리면 재고에 대한 책임 소재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직매입을 하면 재고의 모든 책임은 직매입을 한 유통회사에 있는 것이고 특정 매입이나 수수료 매입을 하면 재고의 책임이 협력사에 있게 된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에서 가격 파괴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직매입 유통 구조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체에서는 쌓여 있는 재고를 해를 넘기기 전에 처분해야 하고 유통에서는 이런 재고를 매우 싸게 직매입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 나온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특정 매입이나 수수료 매입이기 때문에 쇼킹한 가격을 태생 시킬 수 있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는 유통회사의 할인 정책에 따라 쇼킹한 가격이 나오는 구조다. 게다가 특정 매입, 수수료 매입 방식으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제조업체와 온라인 쇼핑몰을 연결해 주는 벤더라는 중간 유통회사가 자연스럽게 큰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대부분이 특정 매입과 수수료 매입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온라인 쇼핑몰이 나홀로 기존 유통 체계와 다르게 직매입 운영을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못하며 그렇게 하는 회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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