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하면 여전히 일반인들은 택배를 연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로지스틱스(logistics)와는 별개의 관점에서 로지스틱스를 조명한 책이 선보였다.

지금까지 로지스틱스는 상식적인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학술적 연구에서도 상품을 이동시키는 순수 기술적인 문제로 다루어져 왔다. 그렇다면 이번에 출간된 로지스틱스는 두 분야, 즉 전쟁과 비즈니스 중 무엇을 다룬 책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두 분야를 모두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유통기술에 대한 책이 아니며 전쟁 보급과 관련에 대한 책도 아니다. 저자는 로지스틱스가 순수 기술적 방편이 아니라 ‘완전히 정치적인’ 기획이라고 주장, 로지스틱스를 현대 세계의 중심적인 문제로 다룬다. 이 책은 로지스틱스를 통해 형성되는 전 지구적인 사회적 공장의 폭력을 폭로하는 이야기이며, 저자는 전쟁의 로지스틱스에서 출발해 ‘혁명’을 겪은 비즈니스 로지스틱스로 이동하며 전쟁술과 비즈니스 기술이 뒤섞인 오늘날의 로지스틱스가 수행하는 사회적 전쟁 과 그 대안을 이야기 한다.

통상 로지스틱스(logistics)는 비즈니스의 물류와 전쟁의 병참을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유통이나 보급 같은 단어를 떠올리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서점에서 로지스틱스로 검색을 하면 군사학이나 경영학 서적을 쉽게 찾을 수 있고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이것은 비즈니스술로서의 로지스틱스가 우리 일상에 더 익숙함을 나타낸다.
또 다른 로지스틱스라는 다소 낯선 말보다 물류나 유통 등의 단어를 떠올린다면 우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형 트럭이나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배의 이미지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그러한 이미지가 로지스틱스에 대한 지배적인 이해다. 그러니까 로지스틱스는 상품을 이동시키는 순수 기술적인 문제라는 것. 그것은 우리의 상식적인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로지스틱스에 대한 학술적 연구에서도 그러하다.

하지만 이 책은 두 분야, 즉 전쟁과 비즈니스 중 무엇을 다룬 책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두 분야를 모두 다루고 있음에도 그렇다. 이 책은 유통 기술에 대한 책이 아니며 전쟁술에 대한 책도 아니다. 저자는 로지스틱스가 순수 기술적인 방편이 아니라 “완전히 정치적인” 기획이라고 주장하며 로지스틱스를 현대 세계의 중심적인 문제로 다룬다. “로지스틱스와 더불어 새로운 위기가, 새로운 보안 패러다임이, 새로운 법의 사용이, 새로운 살육 논리가, 새로운 세계 지도가 도래한다.”(12쪽) 요컨대 이 책은 유통 기술이나 전쟁술의 향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로지스틱스를 통해 형성되는 전지구적인 사회적 공장의 폭력을 폭로하는 이야기다.

산업시장의 고도화로 유통과 물류, 산업과 로지스틱스의 경계가 빠르게 모호해지고 있는 만큼 이제 로지스틱스는 지금까지의 단순한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면을 봐야 한다.

지금까지 소개된 비즈니스 로지스틱스와 병참의 로지스틱스가 아닌 저자가 본문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난폭한 무역’(rough trade)이란 단어는 로지스틱스의 폭력적인(rough) 군사적 측면과 비즈니스적 측면을 동시에 드러낸다.

단순 경영서에 벗어나 고도화되고, 경계가 모호해진 산업시장에서 전혀 다른 각도로 쓰여 진 로지스틱스. 지금까지 인식하고 배웠던 로지스틱스에서 한발 뒤로 벗어나, 전혀 다른 각도에서 또 다른 면을 갖고 있는 로지스틱스를 이 책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