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상 물론, 온‧오프 유통 물류시장 변화 불가피

대 국민 생활물류 서비스로 없어서는 안 될 택배서비스 시장에 ‘전국 단위’의 첫 번째 노동조합이 1월8일 공식 출범함에 따라 향후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을 포함한 대한민국 생활 물류시장 변화가 불가피해 질 전망이다.

국내 산업시장에 택배서비스가 첫 선을 보인 때는 지난 1990년 소화물일관수송과 관련한 협의회 발족 즈음이다. 이후 1991년 택배업 법제화에 이어 그해 말 ㈜한진이 처음으로 택배서비스를 선보인지 벌써 25년을 맞았다. 하지만 사업 초기를 제외하고 택배업 노동환경은 악화일로를 걸으며, 여전히 아침 7시에 출근해 저녁 9시가 넘어서야 퇴근할 수 있는 하루 14시간의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상 일이 고되면 급여는 높아져야 하지만 유독 택배업은 시장 경쟁심화로 그 마저도 내리막길을 걸으며, 최근 몇 년 동안 아예 제자리걸음이다. 택배업 노조 출범도 이 때문이다.

본지는 첫 노동조합 출범의 의미와 향후 시장에 미칠 파장, 그리고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태완 위원장을 만나 향후 노동조합의 방향과 운영전략을 들어봤다.   

▲ 택배노조 창립총회 전경.
◇생활 물류서비스로 안착, 노동환경은 ‘악화일로’

대한민국 국민 1인당 소비자들의 택배 이용횟수는 지난 2013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결과 월 10.1 회에 달했다. 2013년 한해 전국 택배물동량이 15억 개에서 지난해 21억 개로 증가한  수치로 비교하면 1인당 월간 택배이용률을 추정해 보면 약 14 회에 이른다. 이처럼 택배이용률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택배현장의 노동환경은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반면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013년 조사한 택배서비스 만족도는 94.4%에 달할 만큼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현재도 그 수준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을 만큼 국내 택배서비스의 수준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택배업은 경기불황 때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높인 온라인 유통시장의 활황 덕을 봤고, 경기 활황기에는 상거래 증가에 따른 물량 증가로 매년 두자리 수 증가세를 이어오며 높은 서비스 품질과 더불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 덕분에 택배서비스는 이제 국민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물류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반면 이렇게 대외적으로 화려한 택배업 평가치 뒤엔 눈물겨운 노동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오전 6시에 기상해 출근 준비를 끝내고 7시에 각 택배회사 도심 서브터미널에 출근하면 밤샘 분류작업이 끝나 오늘 배송해야 할 산더미 같은 택배화물들이 직원들을 맞는다. 이후 요즘같은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맹추위에도 배송 전 택배화물 분류작업 준비와 실제 배송. 또 다음날 배송되어야 할 택배화물 픽업을 마치면 저녁 7시, 이후에도 분류작업과 각사의 택배 허브터미널로 향할 간선 택배차량으로의 적재가 끝나고 퇴근해 집 도착시간은 9시를 훌쩍 넘긴다. 이렇게 택배업 근무자들의 하루 일과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패턴만 약간 달라졌을 뿐 여전히 하루 14시간 이상의 노동 환경에서 크게 낳아지지 않았다.

한편 10개가 훌쩍 넘어 춘추적국시대와 같은 수많았던 택배기업들은 인수 합병을 거치면서 이제 대기업 3사와 중견기업 2~3개로 정예화 돼 더욱 치열한 물량 확보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덕분에 지난해 택배 개당 가격은 담배 값 수준에도 못 미치는 2340원(추정) 수준으로 추락한 상황이다.

◇택배업 관련업계, 노조 출범후 행보에 예의 주시
 
처음 택배서비스가 제공된 지 벌써 25년. 하지만 택배업종의 노동환경은 악화되면 됐지 낳아지지 않고 있다. 이것이 택배업 첫 번째 노동조합의 출범 배경이다. 그 동안은 먹구 사는데 급급해 노조 설립을 꿈도 꾸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택배업종의 노동운동은 전국 단위의 화물연대 산하에서 국지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이번 노조 출범이 너무 늦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반면 육상운송시장을 대표하는 화물연대를 포함해 각각의 택배사들은 노조 출범에 예민한 반응이다. 또 화물연대 입장에선 또 다른 노조출범으로 노동운동 분산을 우려하기 때문이며, 택배업에 나선 기업들은 향후 노조와의 협상에 따른 서비스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도 “이제 막 출범한 만큼 새로 출범한 노조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정보가 없어 당분간 노조 활동을 지켜볼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 출범한 노조가 법적으로 인정된 단체가 아니지만, 택배업종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표방한 것은 정부 역시 관심이 있는 만큼 향후 노조의 행동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월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출범식을 가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25여 년 동안 개인사업자라는 굴레에 묶여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던 택배산업 관련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를 찾기 위한 노동 운동의 시발점을 알렸다.

이날 택배노동자들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노동조합을 창립, 지난해 4월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권리 찾기 전국모임” 결성 이후 수 십 차례 전국적으로 택배업계 화물 차주들과의 모임과 지난 12월 4일 국회토론회를 거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우리 스스로 되찾아야 한다’는 명제를 세워 향후 택배노동자들이 산업 역사의 주인으로 나서고자 결성한 노동조합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 출범한 택배업계 노동조합 설립이 성공적으로 안착되면 국내 육상화물운송 시장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화물연대와 더불어 물류시장을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민주노총 산하의 또 다른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 CJ대한통운 자동 분류시스템이 설치된 택배터미널 전경.
◇소비자뿐 아니라 택배 수혜 업종, 노조설립 따른 파장 우려

택배업종 노조 출범은 서비스 절대 이용자인 소비자와 유통시장 모두 또 한번의 격랑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택배시장 노동환경 개선을 표방하고 본격 출범한 노조인 만큼 현재의 불합리한 상황을 변화시키려면 당장 추락 할대로 추락한 택배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론 가격인상이 쉬운일은 아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논의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견 온라인 유통업체 이주은 대표는 “온라인 업체들 간 가격경쟁에도 불구하고, 저렴하고 신속 정확한 택배서비스 덕분에 사업을 유지해 왔는데, 택배가격이 인상되면 당장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노조 출범에 따른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홈쇼핑 업계와 소셜커머스 및 대형 온라인 업체 관계자들도 이번 택배 노동조합 출범을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노조 출범 이후 당장 택배가격 인상에 따른 비용 상승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초부터 과열되던 업체 간 공짜 배송경쟁도 지속적인 무료배송 전략은 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무료배송 뒤에 감춰진 택배비용이 노조 출범이후 현실화되면 가뜩이나 큰 적자폭을 더 늘릴 수 있어 관망세를 보일 전망이다. 여기다 대기업 택배회사 경영진들도 향후 택배노조 출범에 따른 불협화음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출범식에 각 택배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CJ대한통운과 KG로지스, 로젠택배, 한진택배 노동자 일부가 참여한 만큼 향후 노조 활동에 대한 평가전망은 시간이 더 지나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A택배사 한 임원은 “당장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이에 대한 비용이 투자되어야 하는데,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서비스 파행은 불가피해 질 수 있는 만큼 우려가 크다”며 “가격인상 역시 택배사가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작고, 고객사들과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를 수용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래저래 노동조합 출범에 따른 우려가 크다”고 걱정을 쏟아냈다.

택배업계 원로들은 “현재의 노동 상황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CJ대한통운의 경우 실 수입이 300만원이 넘는 상황인데, 단순히 택배 현장 근로자들의 주장만으로 과격한 투쟁에 나설 경우 명분을 잃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그 동안 택배업 노조가 없었던 것은 조직에 필요성에 반해 구성원들의 생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화물연대 역시 파업 동력이 떨어진 원인은 당장 생업을 뒤로하고 지속적인 노동운동에 한계 때문인 만큼 택배업 노동조합의 연착륙도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노조활동이 본격화되면 택배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대리점 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재정적으로 부실한 택배 대리점의 경우 인력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또 다른 파행운영이 우려된다.

새롭게 출범한 택배업 노동조합이 유통물류시장의 핵으로 자리할지, 아니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