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 특수기, -10도에서 난로도 없이 4~5시간 노동은 기본

택배서비스를 선보인지 25년 여 동안 묵묵히 3D업종 최일선에서 묵묵히 일해 왔던 택배기사들의 노동현장이 상상 이상으로 열악한 상황에 대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고발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택배노조 관계자는 “하루 13시간 이상의 중노동은 말 할 것도 없고 요즘 같은 영하 10도를 넘어서는 날에도 아침부터 난로도 없는 야외 터미널에서 4~5시간의 분류작업은 기본이고, 택배 본사에서 지급한다고 알고 있는 유니폼조차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직접 구매해야 하는 것이 작금의 택배노동 현실”이라며 “앞으로 하나하나 열악한 택배노동 환경을 개선하는데 택배노조가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오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이날 회견에는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 노동조합연맹과 참여연대등이 함께 자리해 택배노조가 주최한 ‘택배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및 실태 고발 기자회견’에 힘을 실었다.

이날 회견에서 택배노조는 총 4개 부문으로 첫 번째 혹서기와 혹한기에 난로는 고사하고, 선풍기 조차 없이 일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지붕이 없어 눈과 비를 그대로 맞으며 분류작업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환경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휴게실은 고사하고, 공중화장실에도 구비되어 있는 휴지조차 없어 노동자들이 직접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는 전체 택배노동자 10명 중 6명이 고객, 즉 수취인들로부터 욕설을 듣는가하면 메시지를 통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아 감정 노동자로 겪는 고통도 크다고 밝혔다. 특히 추석과 설 같은 명절의 경우 기업에서 단체 구매한 선물의 30~40%가 수취인의 부정확한 주소 때문에 재 배송에 나서야 하는 고충이 크다며, 이를 거부할 경우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과 비난이 일어 이에 대한 재발 방지노력이 기업들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일부 수취인들이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택배노동자들에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세 번째로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1년 365일 310일을 근무하는 등 경조사는 고사하고, 휴가나 병가조차도 쉬지 못할 뿐 아니라 쉴 경우 별도 자기비용으로 대체 인력을 써야 하는 등의 불합리적인 근무행태에도 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각각의 택배사별 유니폼의 경우 대개는 본사가 무상 지급하지만, 택배노동자들의 경우 이를 자비로 구입하는 가 하면 택배차량 도색비용은 회사가 지급하지만, 이에 따른 차량가격 하락등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택배노조는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전국 택배노동자 378명(CJ대한통운 275명·로젠 74명·한진 11명 등)을 상대로 ‘택배노동자 현장, 인권, 노동실태 설문조사’를 기반해 이번 열악한 노동현장을 고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택배서비스 노동자들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일선 택배s노동자들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의 경우 이미 우체국택배가 협동조합 형태로 근로환경 개선에 나선 만큼 택배연대 노조 역시 개별사업자 이지만, 별도의 노동 3권을 보장 받을 수 있는 형태로 나가야 할 것"이라며 "참여연대와 민주노총등이 힘을 합쳐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안 사무처장은 “최근 국회청소노동자,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 추세인 만큼 택배노동자들 역시 대기업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있어 직접 고용하거나 최소 원청업체로서 개인사업자로 치부하지 말고, 적절한 노동환경 개선 노력과 노동3권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서울 도심의 일선 택배현장에서 식사할 곳이 없어 바닥에서 식사하는 택배노동자들의 모습.
이날 택배노조와 함께 자리한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이선규 부위원장도 “지난주 광주고법의 해고 판결은 버스운전자가 2400원 입금하지 않아 해고한 것은 정당하고, 400억원을 최순실에게 바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영장기각은 우리 시대의 적폐를 그대로 보여 준다”며 “택배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하루빨리 개선되는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첫발을 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개별사업자라는 이유로 열악한 노동환경을 무조건 견뎌온 택배노동자들의 현실을 얼마나 개선에 나설지 업계관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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